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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김정한 칼럼] 내려놓음이 가져다주는 선물

- 하나둘씩 내려놓으면 더 많이 행복해집니다

김정한 시인 | 기사입력 2017/11/06 [10:03]

[공감신문 김정한 칼럼] 내려놓음이 가져다주는 선물

- 하나둘씩 내려놓으면 더 많이 행복해집니다

김정한 시인 | 입력 : 2017/11/06 [10:03]

[공감신문] 행복하려면 모두들 내려놓으라 합니다. 특히 생의 끝자락이 보일수록 내려놓으려고 애를 씁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제껏 가꾸어온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일까요?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만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들은 가지지 않는 것이 걱정도 덜게 된다는 거죠. 소유하는 것에 대해 겸손할수록 생은 단순해져 여러 가지로 엮이지 않습니다. 많은 것들을 가질수록 가진 만큼 걱정의 무게는 늘어나니까요. 감당할 만큼만 소유하면 걱정이 많지 않죠.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가진 것이 많지 않으면서도 보면 볼수록 참 느낌이 좋아 곁에 두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느낌이 좋다'는 말은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인데요. 사람을 끌어당기는 능력을 갖는 것이 때로는 박사학위 여러 개를 받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죠. 

 

어디를 가나, 어느 집단이든 그런 사람이 있어요. 나누어 주고 양보하고 배려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사람이 있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 중에서도 겸손한 마음으로 '내려놓음'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을 보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멀리서도 빛이 나고 아름답게 느껴지죠.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내려놓기란 쉽지가 않잖아요. 

 

종신 임기가 보장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진 사임을 했었죠. 86세 생일을 두 달 앞둔 교황은 로마 가톨릭계의 수장 자리를 미련 없이 내려놓았어요. 교황은 78세 고령으로 즉위했지만 전 세계 교회를 위해 업무를 열정적으로 수행했었죠.

 

그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소통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죠. 전 세계인들은 교황의 갑작스러운 퇴위 소식에 놀랐지만 가장 소중한 것을 '내려놓음'에 감동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잖아요. 

 

그렇다면 '내려놓음'과 '포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포기'와 '내려놓음'은 다르죠. '포기'는 자의적, 타의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자신이 없어 멈추는 것이고 '내려놓음'은 충분히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데도 누군가를 위해 양보, 또는 배려하는 것이에요. 

 

'포기'는 말 그대로 스스로 항복하는 것이고 '내려놓음'은 희생을 포함한 양보의 의미죠. 양보는 희생과 사랑이 없으면 실천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포기'는 후회를  남기지만 '내려놓음'은 성찰을 남기죠.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노력해서 원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월계관을 써보고 후회 없이 일하다가 가장 빛이 날 때 아무런 대가 없이 그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이에요. 

 

누구나 돈, 명예, 권력, 사랑을 소유하고 싶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순간에 아낌없이 내려놓는 이유는 내려놓아서 더 편안하고 행복하기 때문이에요. 가진  것들을 얼마나 내려놓고, 포기하고, 양보하느냐에 따라 더 큰 사랑을 품게 되어 불안하지 않죠. 

 

또 어디에나 환영을 받으며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새가 될 수가 있어요. '내려놓음'을 실천함으로써 얻는 것은 너무나 많아요. 자유와 겸손 사랑 그리고 편안한 웃음이에요. 극작가 시드니 하워드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아는 것은 그 일을 성취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 중 절반을 이룬 것"이라고 했어요. 

 

생에 있어 무엇을 가장 소중한 가치관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과 내용은 차이가 있어요. 진정으로 가치 있게 살고자 한다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만 갖고 나머지는 천천히 내려놓아야 해요. 내려놓아야 무언가로 다시 채워지고 또 누군가는 내가 내려놓은 것을 가져서 좋으니까요.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내려놓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예요. 영어에 보면 ‘용서하다’라는 단어는 ‘forgive’잖아요.' for+give'는 누구를 위해 주는 것을 의미하죠. 다시 말해 용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걱정이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에요. 그러니 이것저것 다 가지고 걱정과 고통에 허우적대지 말고 꼭 필요한 것 외에는 하나씩 내려놓으며 살아야 해요. 

 

그렇게 하면 시간이 갈수록 생은 느려지며 단순해져 홀가분한 상태가 되죠. 박경리 작가도 말했죠.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분명한 것은 사심 없이 '내려놓음'을 실천해야 먼 훗날 그때 그 시간을 회상하며 잘 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내려놓는다는 것이 욕심을 내려놓는 것인지 미련을 내려놓는 것인지 혼돈이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힘들게 하거나 지치게 하는 것들을 내려놓는 것이에요. 욕망, 미련을 포함해서 가지고 있어 버거워지는 것들, 무거워서 고통스러운 것들을 내려놓는 것이에요.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에 보면 사막에서 만난 여우와 어린 왕자가 '길들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죠. 어린 왕자가 '길들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우는 두 가지로 대답하죠. 

 

첫 번째는 “우린 우리가 길들인 것밖에 이해할 수 없어. 사람들은 더 이상 어떤 것을 이해할 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아. 상점에서 이미 만들어진 물건만 산단 말이야. 그러니 어딜 가도 우정을 살 수 있는 가게는 없어. 사람들에겐 이제 친구도 사라질 거야”라고. 다시 말해 길들임이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프레임 속에서 학습되고 익숙해져 길들여진 상태를 말하는 거예요. 

 

두 번째는 “넌 아직 나에게 수많은 다른 꼬마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꼬마에 지나지 않아. 그러니 난 네가 필요 없어. 물론 너에게도 내가 필요 없겠고. 너에겐 내가 다른 수많은 여우들과 똑같은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가 필요하게 된단 말이야. 넌 나에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게 될 테니까.” 

 

이것은 선택, 다시 말해 나와 인연을 맺는 것을 말하는 거예요. 이것을 '내려놓음'에 비유한다면 버거운 것, 나에게 꼭 필요한 것 모두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 반드시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소중하게 인연을 맺으며 길들여가는 거예요. 꼭 필요한 욕망만 갖는다면 고통도 줄게 되고 상처도 적게 받아 물론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가볍고 편안한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에요.

 

내려놓았느냐, 내려놓지 않았느냐는 스스로의 감정에 달려있어요. 말로는 내려놓았다 하지만 어제와 똑같이 고민이 많고 마음이 무겁고 버겁다면 완전히 내려놓지 않았다는 거죠. 사실, 진짜 내려놓은 사람은 ‘내려놓았다’라는 말조차 하지 않아요. 진정으로 내려놓는다는 것은 마음까지 내려놓는 것을 말하니까요. 

 

대부분 사람들이 욕망을 쉽게 내려놓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내려놓는 방법도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이에요. 다시 말해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완전히 내려놓으면 원망이나 걱정에 시달릴 필요가 없어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질 수가 있어요. 누구나 알지만 살면서 무엇인가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죠. 돈이든, 명예든, 애증이든, 미련이든, 갖고 있는 만큼 내려놓기는 참으로 어려우니까요. 그것을 실천하는 이들만이 지혜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고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에요. 

 

실제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싶어 하면서도 끝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을 바꾸지 못해서에요. 마음의 방향만 살짝 바꾸면 모든 것이 바뀔 텐데 그것을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무거운 짐이 되어 자기를 옭아매고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아무리 내려놓아라, 내려놓아라 해도 눈에 보이는, 귀에 들리는, 코끝에 스미는, 혀끝에 느껴지는 , 손끝에 만져지는 무수한 유혹들을 내려놓기란 어렵죠. 과감히 내려놓아야 생의 굴곡진 질곡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는 거죠. 아무리 얘기해도 나이가 들어야 느껴지게 되는 거예요. 지금 그대가 삼십대라면 '이십 대 때 무엇을 내려놓아야 했을까', 그대가 사십대라면 '삼십 대 때 무엇을 내려놓아야 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자신만이 알고 있어요. 후회와 깨달음은 항상 나중에 찾아오니까요.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마흔 중반까지는 더하기만을 생각하며 살아 빼기에는 엄청 서툴렀어요. 그러나 적당한 후회는 겸손을 안겨주게 되고 결국에는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참 많이 내려놓아 누구 말처럼 내려놓을 것이 없어 편안한 상태가 되었으니까요. 

 

내려놓으면 모든 것이 단순 명확해지니까요. 더 늦기 전에 그래서 더 많이 후회하기 전에 내려놓아야 해요. 매우 아끼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나면 당장은 서운하지만 곧 익숙해져 다시 마음이 편해지잖아요. 

 

결코 내 것일 수 없는 것에 집착하고 기웃거리다가 상처받지 말고 꼭 내 것이어야만 하는 것을 사랑하면 돼요. 그 나머지는 내려놓고 또 버리는 거예요. 이 순간 나를 한 번 돌아보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과감하게 내려놓으세요. 반드시 최고의 자유를 만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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