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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김정한 칼럼] 두 번째 스무 살

- 마흔 즈음에 마주하는 것들

김정한 시인 | 기사입력 2017/12/21 [09:56]

[공감신문 김정한 칼럼] 두 번째 스무 살

- 마흔 즈음에 마주하는 것들

김정한 시인 | 입력 : 2017/12/21 [09:56]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
(I saw it, when coming down./The flower I did not see/on the way up.)

 

- 고은, 그 꽃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

 

공자는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했고, 그것은 ‘사소한 것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죠. 80세를 산다고 가정했을 때 분명 마흔은 인생의 전환점이죠. 많은 이들이 마흔 즈음을 유혹과 애증에 시달리고 후회했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인간의 생로병사를 가장 선명하게 말해주는 나이가 마흔이라는 거죠. 

 

육체적으로 건강의 정점을 찍는 나이는 서른 초반까지예요. 그 이후부터는 서서히 노화가 진행되고 마흔이 되면 여러 가지 질환들이 생기기 시작하죠. 허리도 아프고 두통도 찾아오고 속도 쓰리고 심한 경우에는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도 시작되죠. 

 

그뿐인가요? 어깨, 무릎이 아프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죠.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책임이 어깨를 짓누르는 시기가 마흔 즈음이니까 안 아플 수가 없어요. 마흔 앓이의 시작은 몸부터 찾아와서는 영혼까지 병들게 하죠. 몸이 아프니까 우울해지고 일이 뜻대로 안 되니까 마음도 위축되는 거죠. 

 

감기가 걸리면 약 먹고 땀 한번 내면 낫고, 술을 많이 마셔도 해장국 한 그릇이면 괜찮아지던 것이 마흔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몸은 자꾸 이상신호를 보내오고 행동도 예전 같지가 않죠. 동시다발적으로 찾아오는 이상 신호 때문에 당황스럽죠. 그러니까 '쿵' 하면서 무너져 내리는 강렬함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럼에도 몸과 마음이 이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이에 맞는 것들로 채워야 해요. 음식도 가려먹고 운동도 해야죠. 가장 중요한 것은 분수에 맞지 않은 욕망은 다 내려놓고 감당할 수 있는 것만 끌어안아야 해요. '내 것'과 '남의 것'을 수시로 넘나들다가는 다 놓치고 마는 거죠. 

 

단순해져야 해요.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가려야 해요. 마흔에 흔들리면 가정불화나 사회부적응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어요. 마흔을 잘 살아야 중년 이후 노년도 평화로울 수가 있어요. 

 

이룬 것 없이 어쩌다 마흔이 되면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유독 '서른 즈음에'란 노래가 사랑받고 고은 시인의 시 '그 꽃' 이 가슴에 찌릿하게 파고드는지도 모르죠. 스물, 서른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마흔이 되면 보이기 시작하죠.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나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죠. 세상 속에서 나의 '존재감'을 깨닫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죠. 

 

충분히 고민하고 나면 음식이든, 운동이든, 욕망이든 나에게 어울리고 꼭 맞는 편안한 것들을 선택하게 되는 거죠. 물론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길들여서 편안해지는 동안에 마흔 앓이도 서서히 지나가게 되죠. 그러면서 미완성에서 조금 더 '나답게' 변하면서 성숙해가는 거죠.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이 세상에 누구도 완전히 준비된 채로 나이를 먹는 사람은 없어요. 누구의 생이든 미완성으로 시작해서 미완성으로 끝나니까요. 다만 많이 행복을 느끼고 적게 행복을 느낄 뿐이에요. 그러니까 많이 뿌듯하고 많이 후회하는 것에 따라 성취감도 다르다는 거죠. 이룬 것, 이루지 못한 것을 느낄 뿐 아니라 보게 되는 거죠. 주변인들과 비교하면서.

 

그러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또 앞으로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진중하게 묻는 거죠. 스스로에게.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존재하는 곳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거죠. 속도보다는 방향을 찾아가려고 애를 쓰는 거죠. 그러니까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시기가 마흔이라는 거죠. 

 

누구나 젊고, 잘 나갈 때는 앞만 보며 달려가죠. 누군가 앞을 가로막고 서서 ‘이건 잘못됐다’고 말해줘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자충우돌 하면서 돌진하죠. 마흔 즈음이 되면 한 두 번의 실패를 하고 생의 갈림길을 맞이하는 시기이기에 무엇을 하든 '옳고 그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죠.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나는 누구인가?'를 진지하게 사유하며 고민하게 되죠. 

 

나의 마흔 즈음을 돌아보면 정상에 오르지도 못할 거대한 산을 선택해서 정상까지 오르지도 못하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또 떨어져서 다쳤어요. 어떤 산은 너무 아름다워 정상까지 올랐지만 오르고 보니 먼저 도착한 이가 있어 잠시 품었다가 내려놓았죠.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도 품을 수 없어 내려놓아야 할 때, 상실감, 자괴감은 너무 컸어요. 그때 처음으로 세상은 내 뜻이 아닌 거대한 중력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인생을 산을 오르는 것으로 본다면 마흔 즈음에는 내가 오를 수 있는 산, 내가 오를 수 없는 산이 분명하게 보이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오를 수 있는 산을 정확하게 선택하게 되죠. 내가 품어야 할 산을 오르면서도 즐길 수가 있어야 해요. 

 

충실히 더 진실하게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해요.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해야 해요. 그러니까 '마흔'은 분명 다시 꿈을 꾸거나 꿈을 완성할 나이예요. 그 꿈은 아무것도 몰랐던 젊은 시절의 꿈과는 다르죠. 그동안 가족을 위해 무리하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살았다면, 이제는 나의 소중함이 느끼면서 의미 있게 살아야 해요. 

 

물론 꿈, 성공, 행복이라는 아름다운 명사를 써놓고 실컷, 웃는 나이도 마흔이고 숨어 울 곳을 찾아 소리 내어 우는 나이도 마흔이에요. 그러니까 놓친 꿈들을 후회하기보다는 지금, 여기, 내 앞에 멈춘 것들을 위해 살아야 해요. 

 

아름다운 현재를 놓치지 말아야 해요. 지나간 마흔을 돌아보면 꼭 한 뼘이 모자라 놓쳐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내 손에 닿지 못해 아쉬웠지만 또 그 한 뼘을 찾아 기필코 닿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거죠. 마흔의 힘, 그것이 나를 바꾸고 가족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어요.

 

가끔은 숨 가쁘게 달려온 오르막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해요. 결과가 어찌 됐든 충분히 수고했다고 칭찬해야 해요. 내가 지금, 여기, 이렇게 일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해야죠. 다른 누구가 아닌 나 자신에게 감사해야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꽃의 향기를 맡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청춘은 떠났지만 여전히 바람이 불고 햇살은 부서지니까요. 느껴지는 공기가 달고 참 좋다는 느낌이 들면 두 번째 스무 살은 빛이 나니까요. 그러니까 힘들고 지치면 멈추어 서서 '반짝여라,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외쳐 보아요. 당당히 응원해보아요. 

 

많이 힘들고, 지쳐도 살아냈으니까, 앞으로도 더 잘 살 수 있게 박수를 쳐 보아요. 최고의 봄날이 그 어딘가에 숨어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나를 기다리기에. 가장 아름다운 그 눈부신 봄날을 위해 아낌없는 응원을 해 보아요!

 

이제 2017년도 10일 남짓 하네요. 또 하루 멀어져 가고 있어 이 글을 쓰면서도 아쉬움만 가득하네요. 그럼에도 잘 살아내서 고맙다고 나를 칭찬하고 있어요. 앞으로 남은 10일 동안은 나를 위해 창찬하고 선물하려고요. 

 

쉬지 않고 열심히 글을 써온 두 손을 위해 잠시만이라도 쉬라고 벙어리장갑을 선물하려고요. 지친 영혼을 위해 가장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꽃을 선물하려고요. 남은 10일 동안 열심히 달려온 나를 위해 아낌없는 칭찬으로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어야죠. 

 

더하여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도 위로와 희망의 말씀을 드려요. 2017년 잘 살아내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새해에는 더 많이 웃으시고 아름다운 꽃길을 많이 걸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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