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원래대로라면 평범했어야 할 아침. 하품하며 들어간 화장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내가 알던 나의 모습이 아니다. ‘이만하면 잘 생겼지’ 싶었던 건강한 청년은 어디로 가고, 처음 보는 아가씨의 모습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몸을 더듬어보니 상황의 심각성이 더 절실히 와 닿는다. 그거(?) 어디 갔어! 그거! 왜 그건(?) 없고 이건(?) 있는 건데!

몇 년 전 개봉한 한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는지? 남학생과 여학생의 몸이 뒤바뀌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다소 진부한 설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면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너네 학교엔 명찰도 없냐! 란 소리가 나오게 만들더라. [너의 이름은. 영화 장면]

그래, 진부하다. 사실 남녀의 성별이 바뀌는 소재는 그리 참신하고 신선할 것도 없다. 아주 예전부터 그런 이야기들은 여러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통해 소개돼 왔으니까.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계속해서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그 소재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겠다.

우리나라 영화 '체인지'도 청춘남녀의 바디 체인지를 위트있게 다룬 작품 중 하나다. [체인지 영화 장면]

일단, 서로의 몸이 바뀌는 이런 바디 체인지 무비(이번 자료조사 도중에 알게 된 용어다)들은 어떤 작품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그러면서 바디 체인지 무비가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자. 이 분야의 클리셰 덩어리랄만 한 진부한 작품부터 아슬아슬한 코미디,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 액션까지 다양하게 준비해봤다.

※ 다음 영화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보이 걸 씽

-프리키 프라이데이

-체인지 업

-존 말코비치 되기

-페이스 오프

■ 보이 걸 씽

하이틴 로맨스+바디체인지 요소의 정수! it's a boy girl thing! [보이 걸 씽 영화 포스터]

고등학교에서 잘 나가는 풋볼선수 남학생과 범생이 문학소녀가 서로를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바로 옆집에 사는 ‘우디’와 ‘넬’은 달라도 너무 다른지라 매일 티격태격대고, 서로를 한심하게 생각한다. 현장 실습차 방문한 박물관에서 마주치던 둘은 또 투닥거리고 싸우는데, 여기서 기묘한 일이 일어난다. 고대 유물의 저주로 둘의 몸이 뒤바뀐 것이다. 물론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몸이 바뀐 것을 인지한 둘의 흔하디 흔한 반응도 있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학교에서 ‘루저’ 축에 속하던 넬의 몸에 우디가 깃들자, 우디는 고리타분하고 답답했던 옷차림부터 바꿔나가기 시작한다. 우디의 몸에 들어간 넬은 그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당황하고, 자신의 ‘이미지’에 흠집이 난다며 만류한다. 그러다가 상황을 역이용해 우디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며 티격태격댄다.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고수하던 넬의 몸에 우디가 들어오면서, 우디는 넬의 스타일을 파격적으로 변신시킨다. [보이 걸 씽 영화 장면]

그렇게 나름대로 평화(?)롭게 지나가면 좋은데, 우디와 넬은 각각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넬은 예일대 면접을 앞두고 있었으며, 우디는 풋볼 장학금을 받을지 모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었던 것. 서로 몸이 바뀐 터라 중요한 시험에 대비돼 있을 리가 없었던 둘은 잠시 휴전협정을 맺고, 서로 시험과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한다. 그렇게 공부만 하던 넬은 우디의 몸으로 풋볼 훈련을 하고, 운동만 하던 우디는 넬의 머리로 면접 준비를 한다.

‘몸이 뒤바뀐다’는 진부하고 뻔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 영화는 사실상 보기 좋은 하이틴 로맨스 무비라고 볼 수 있다. 달라도 너무 달랐던 둘은 서로의 관점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가 가진 장점들을 알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

■ 프리키 프라이데이

엄마와 딸의 몸이 하루아침에 뒤바뀐다는 설정! 나름 신선하게 느껴진다. [프리키 프라이데이 영화 포스터]

‘바디 체인지 무비’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둘이 서로의 입장에 놓이면서 차츰 이해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매우 적절하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는 비단 ‘운동부 남자’와 ‘범생이 여자’만 있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남편과 사별한 뒤 일에만 치여 살면서 육아까지 혼자 감당하는 엄마 ‘테스’와,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를 외치는 불타는 청춘이건만 늘 엄마에게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반항기 딸 ‘애나’. 둘의 몸이 바뀐다면?

성격, 취미나 취향, 심지어 남자 보는 눈도 너무 다른 모녀는 몸이 뒤바뀐 후, 아무 문제 없는 일상을 일단은 유지시키기 위해 서로 몇 가지 협의를 한다. 가령 서로의 옷은 서로가 골라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하지만 단 애나가 단 하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있었으니, 바로 엄마의 새 애인 ‘라이언’이다. 라이언은 테스의 몸에 애나의 영혼이 들어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애정공세를 펼치지만, 스무살도 넘게 차이가 날 애나는 그런 라이언을 밀어낸다.

아무리 몸이 바뀐 상황이래도 20살은 차이 나는 아저씨랑 뽀뽀를 하긴 힘들 터. [프리키 프라이데이 영화 장면]

애나의 몸에 들어가 학교를 다녀야 하는 테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 애나의 친구들에게는 엄마처럼 굴고, 학교에서는 범생이처럼 굴기 일쑤. 그런 달라진 애나를 바라보는 친구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더군다나 중요한 밴드 오디션을 앞두고서 음악적 재능을 모두 잃어버린 애나 때문에 걱정에 휩싸이기까지 한다.

기존의 바디 체인지 무비가 대체로 남자와 여자를 조명했다면, 이 작품은 엄마와 딸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비록 ‘달라도 너무 다른 둘이 서로를 포용하게 된다’는 전체적인 틀은 그리 신선하지 못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바디 체인지 장르의 지평을 넓히는 데 한 몫 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철없는 10대 소녀를 연기하는 제이미 리 커티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 체인지 업

육아에 지친 애아빠, 화려한 싱글남의 몸이 뒤바뀐다는 상상. 주제부터 이미 관심을 끈다! [체인지 업 영화 포스터]

미치와 데이브, 두 친구는 오랫동안 함께해온 단짝친구지만 삶의 방식은 너무 다르다. 데이브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세 아이와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성공한 변호사, 미치는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배우. 두 단짝친구는 함께 술을 마시다가 진탕 취해버리고, 분수대에 노상방뇨를 하면서 서로 “난 네가 부럽다”, “너처럼 살고 싶다”는 식의 말을 한다.

바디 체인지 영화가 다 그렇듯, 데이브와 미치는 서로의 몸이 뒤바뀐 채로 잠에서 깨어난다. 거울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 일련의 소동이 지나간 뒤, 둘은 우선 급한 대로 서로의 일상을 정상운행하기로 한다. 서로의 직장을 출근한 둘은 일련의 소동을 벌이고야 만다. 그야 그럴게 데이브는 잘나가는 변호사였고, 미치는 ‘배우’였으니 서로의 업무 내용을 알 턱이 없었던 것. 이 과정에서 ‘배우’라 말해왔던 미치의 진짜 직업이 알려진다. 졸지에 변호사였던 데이브는 포르노 배우 일을 맡아야 하고, 미치는 알지도 못하는 변호사 업무를 봐야 했다. 결과야 뭐 당연히…

그러게 노상방뇨를 하지 말았어야지. [체인지 업 영화 장면]

하지만 직장에서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이’와는 인연이 멀었던 화려한 싱글 미치는 졸지에 쌍둥이의 기저귀를 갈아줘야 했으며, 친구의 아내와 옆에 누워 자야만 했다! 사실 미치는 데이브의 아내에게 약간의 감정을 품어왔는데, 그런 그녀 옆에서 ‘아무 짓’도 안 하고 잘 수 있을까 싶다. 반대로 미치의 집에서 오랜만에 아기 울음소리 없이 풀잠을 청한 데이브는 바쁜 일상에 치여 못해봤던 일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기 시작한다. 그런 일상이 처음엔 재밌지만, 갈수록 아내와 아이들이 그리워진다.

이 작품 역시 서로 각자의 ‘중요한 일’을 대신해내는 데 성공하고, 무사히 서로의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클리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도 아니고, ‘부모와 자녀’도 아닌 ‘단짝 친구’끼리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다뤘다는 점이 독특하고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특히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의 코믹 연기를 관전포인트라 추천하고 싶다.

■ 존 말코비치 되기

배우 존 말코비치가 본인 역할로 등장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 영화 포스터]

꼭두각시 인형 조종사인 ‘크레이그’는 가난한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한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회사, 어째 좀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일단 건물의 ‘7과 1/2층’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회사의 동료들도 조금씩 나사 빠진 인물들이다. 그래도 서류정리 업무 자체는 잘 해나가고 있었는데, 그러던 와중에 ‘맥신’이라는 여성 동료에게 홀라당 넘어가버린다. 물론 별 볼일 없는 크레이그에게 맥신이 관심을 줄리 없었다.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도 적응 안 되는 기묘한 구조의 회사에서 크레이그는 어떤 ‘구멍’을 발견하고, 발을 헛디뎌 그곳으로 빠진다. 헌데 터널 안에서 크레이그는 황당한 체험을 하게 된다. 바로 15분의 시간 동안 유명 배우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 그 안에서 크레이그는 존 말코비치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체험할 수 있었지만, 15분이 지나면 외딴 고속도로 옆 강가로 떨어지게 된다. 크레이그는 이 환상적인 경험을 짝사랑하는 맥신에게도 시켜주고, 맥신은 이 터널을 돈벌이에 쓰자고 한다. 그때부터 둘은 돈을 받고 사람들을 ‘말코비치 터널’에 보내준다.

참고로 7과 1/2층 사무실은 층고가 상당히 낮습니다. [존 말코비치 되기 영화 장면]

한편 크레이그는 아내 ‘로테’에게도 이 터널을 경험시켜주는데, 이 과정을 겪으면서 로테는 말코비치의 몸, 그리고 남자로서의 즐거움에 매료되고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던 차에 맥신은 말코비치 본인에게 직접 접근해 그를 유혹하고, 결국 말코비치와 잠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사실 이때 말코비치의 머릿속에는 로테가 있었으므로 결국은 맥신과 로테가 사랑에 빠지게 된 셈이다.

이 작품은 바디 체인지 무비라고 부르기 약간 애매하다. 두 사람의 몸이 서로 뒤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무어라 불러도 애매하긴 매한가지. 어느 장면에서는 뜬금없이 코믹한 연출이 등장하기도 하며, 맥신을 향한 크레이그의 무서운 질투와 집착은 무시무시한 스릴러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보고 나면 분명 독특한 인상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며, 또 한 사람의 몸에 다른 이의 인격이 깃든다는 범주로 따지고 보자면 바디 체인지 무비라 분류할 수 있기에 이 작품을 꼽아봤다.

■ 페이스오프

물론 얼굴만 뜯어내 바꾼 건 아니고, 체형 등도 조금씩 성형을 했다는 설정이다. [페이스 오프 영화 포스터]

‘바디’ 말고, ‘페이스 체인지 무비’라 부를만한 작품도 물론 있다.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흉악한 범죄자와, 그를 체포한 경찰이 특수한 작전을 시행하기 위해 ‘안면’을 바꾸고 난 뒤 일어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FBI요원 ‘숀’은 과거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테러리스트 ‘캐스터’가 LA시 어딘가에 강력한 폭탄을 숨겨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기 살기로 그를 생포하는 데 성공하지만, 캐스터가 의식불명에 빠지면서 폭탄의 행방은 묘연하다. 결국 FBI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캐스터의 친동생으로부터 정보를 캐내기 위해 숀을 캐스터로 위장하는, 일명 ‘페이스 오프’ 계획을 시행하게 된다.

전신거울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다가, 거울에 총을 겨누는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다. [페이스 오프 영화 장면]

수술을 받고 자기 아들을 살해한 원수의 얼굴을 하게 된 숀의 분노도 잠시, 우선 그는 LA에 설치된 폭발물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교도소로 잠입한다. 하지만 숀이 교도소에 잠입한 사이에 의식불명에 빠졌던 캐스터가 눈을 뜨고, 수감된 시설을 한순간에 장악해 숀의 얼굴을 자신의 안면에 이식한다. 그 뒤, ‘숀과 캐스터의 얼굴이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을 죽여 버린다. 결국 숀은 하루아침에 ‘테러리스트 캐스터’가 되고, 악당 캐스터는 유능한 FBI 요원이 돼 버린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교도소 안의 숀은 미칠 노릇이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FBI 요원 숀’이라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자 급기야 탈옥을 결심한다.

홍콩 영화 감독 오우삼의 헐리우드 진출을 알린 이 영화는 준수한 흥행성적을 기록하면서 비평 측면에서도 쾌거를 거둔 작품이다. 특히 액션성 측면에서도, ‘아이덴티티’에 대해 다룬 영화라는 측면에서도, 캐릭터 묘사 측면에서도 모두 제각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어냈다. 서로를 가장 증오하는 두 사람이 자기 자신의 얼굴을 하고서 대치하는 장면이 특히나 멋진 연출로 묘사됐으니 감상해보시길 추천한다.

■ 타인의 시선에서 보는 내 모습

어느 날 문득 다른 사람이 된 채 잠에서 깨어나는 상상은 아마 많이들 해보셨을 듯 싶다. 늘 똑같은 일상에 권태를 느꼈기 때문에 한 번쯤 꿈꿔본 것일 수도 있고, 이성(異姓)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런 상상을 해보셨을 수도 있겠다. 뭐,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이 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영화들을 찾아서 보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도 바디 체인지 장르였다. [SBS 시크릿 가든 드라마 장면]

때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 우리의 외모를 불평한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나는 왜 이런 몸을 하고 있을까, 혹은 왜 남자(여자)로 태어난걸까, 하고.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잠시 망상에 빠져보자. 오늘 밤 우리가 잠들고 나서, 눈을 떴을 때 내가 모르는 공간에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몸을 갖고 일어난다면? 처음엔 재밌고 신기하겠지만, 서서히 ‘원래의 나’는 어떻게 돼 있을지가 궁금해질 게 틀림없다.

그러다 결국 우리는 ‘원래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 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타인의 삶을 살기엔 준비가 돼 있지 않을 테니까. 그러기엔 우리가 두고 온 것들이 너무도 소중할 테니까.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를 찾아보면 의외로 수두룩하다. 그만큼 우리가 관심갖는 소재라는 뜻이겠다. [핫칙 영화 장면]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바디 체인지’가 그저 헛된 상상에 불과하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고대 유물 앞에서 ‘말 조심’을 할 필요도 없고, 잔뜩 취해 친구와 분수대에 노상방뇨를 한다고 해서 몸이 뒤바뀔 리도 없다는 게 어쩐지 안심된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사랑한다(아닌 분들은 지금부터라도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만 하겠다). 자(自)와 타(他)의 경계가 모호해지길 원치는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해서, 우리가 그 사람처럼 살 수는 없다. 그 사람을 ‘연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그리 자연스러울 리는 없다. 그저 외모와 환경이 바뀌었을 뿐이지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 우리가 살아온 공간을 하루아침에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타인이 된다는 것은 허무맹랑하고,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딱 하루만 꽃미남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은 그저 영화를 통한 대리만족으로만 느껴보시고, 차라리 ‘내가 나라서 참 다행이야’라 말할 수 있는 하루로 마무리해보자. 좀 더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고, 우리가 가진 조건과 주변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자. 영화 속 주인공들도 대부분 그러더라. 결국은 “원래대로 돌려주세요!”라 외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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