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여름 내 길었던 해가 저물어간다. 8월 하고도 중순을 넘겼고, 이제 곧 있으면 말일이 다가온다. 기록적인 폭염도 누그러졌고, ‘역대 최장’이라던 열대야도 기세가 한풀 꺾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여름이, 갈 때가 되니 슬그머니 물러나고 있다.

올 여름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더웠다. 가히 ‘특별 재난’ 수준에 가까웠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이번 여름 동안 자꾸만 안으로,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만 파고들었다. 워낙 덥다보니 바깥활동을 통 안 했던 게다.

덥기도 더웠지만 또 나름 즐거웠던 추억도 많이 쌓은 올 여름.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우리가 ‘안 한’ 것들은 비단 바깥활동 뿐이 아니다. 숨만 쉬어도 뜨거운 열기가 입 안으로 훅훅 들어오던 계절 동안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놓고 있었다. 차분히, 가만히 앉아 사색에 잠기기도 더웠다. 사시사철 멋 내기 바쁘던 이들도 무조건 짧은 옷, 얇은 옷으로 열기를 식히는 게 우선이었다. 밀린 집안일도 더위를 핑계 삼아 미루기 일쑤였고, 강아지 산책조차 ‘얘들도 더울 거야’라며 빈도를 줄였다.

그리고 이제, 기온이 천천히 선선해져가면서 그런 활동들을 다시금 해볼 수 있을법한 날씨로 접어들고 있다. 그래선지 사람들의 모습도 몇 주쯤 전보단 활기를 띈다. 지난 여름동안 우리가 놓고 있었던 것들, 포기했던 것들,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들. 이제 그것들을 다시 끄집어낼 때가 오고 있다.

가을을 기다리는 사소한 행복, "가을 되면 XX 해야지~"라 했던 말들을 리스트로 적어보기.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가을이 오길 기다리며 에디터는 몇 가지 ‘to do List’를 끄적여 봤다. 9월이 오고, 지금보다 조금 더 선선한 가을이 오면 이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며 소소한 행복을 느껴볼 참이다. 가을은 참 짧은데, 그 짧은 가을을 본격적으로 즐겨보려고. 그렇게 한 줄, 두 줄을 지워나가다 보면 여름 내 달궈졌던 정수리가 천천히 식어갈 것이고, 어느새 겨울도 훌쩍 다가올 것이다.

■ 시집 읽기

‘독서의 계절’이란 꼬리표가 달려있듯, 가을은 책 읽기에 딱 적당한 계절이다. 짙푸른 창공은 시리도록 깨끗하고, 지평선 아래의 대지에서는 황금빛 곡물이 익어간다. 그런 풍경을 눈 앞에 두고 어찌 감상에 젖어들지 않을 수가 있을까. 우중충하거나, 아니면 지글지글한 태양도 열기를 거두니, 가만히 앉아 책이나 읽기 딱 좋은 날씨란 말씀.

사실 독서는 딱히 계절을 탈 일도 아니다만… 가을이 왠지 어울리는게 사실이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교양공감 팀은 지난 4월, 봄에 어울리는 시를 몇 편 꼽아 소개해드렸었다.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4월의 어느 느즈막한 오후엔가 본 풍경에 도취돼, 오글거리는 감상을 포스트로 잔뜩 풀어놓았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엔 멋 좀 부리겠다고 ‘시시때때로 詩 ’란 부제목까지 달아뒀었는데 말이지.

지난 4월 소개해드렸던 시 한 편.

헌데 여름엔 ‘시(詩) 고 뭐고’, 그런 감상에 젖어들 겨를이 없었다. ‘더워서’란 핑계로 책장을 펼쳐들지 않았던 게 벌써 몇 개월이나 지났는지 모른다. 책장에 들어찬 책 위에는 뽀얀 먼지가 쌓여있더라.

그래도 이제 가을이 돌아오면, 또다시 지난 4월의 그 때처럼 어느 날 멋진 풍경을 보고 자극을 받을 게 틀림없다. 가을 역시 봄 못지않게 아름다우니까. 그땐 또 ‘가을에 어울리는 시’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겠다. 그러기 위해, 가을이 오면 에디터는 몇 권의 시집을 더 읽어볼 요량이다.

■ 자전거 타기

에디터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었다. 미세먼지가 덜한 날은 꽤 상쾌하고 좋더라. 아침 출근길, 걸음을 보채는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과 시끄러운 빵빵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기까지 했다. 헌데 그런 즐거운 자전거 라이딩도 7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거짓말처럼 ‘딱!’ 끊겼다. 하기야, 누가 그 날씨에 자전거로 출근을 하겠나.

자전거 타다가 내가 타죽을 법한 날씨, 이제 서서히 그 열기도 가시고 있는 와중이다. [pixabay/cc0 creatove commons]

오랜만에 자전거에서 내려와 보니 대중교통 출근이 얼마나 스트레스였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무더위에 사람들이 올라타고, 또 타고, 또 타고… 밀치는 사람, 내리는 사람이 한데 어우러지며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가 연출됐다. 그럴 때마다 ‘아, 자전거로 출근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바깥 날씨에 잠시 걷다보면 또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가더라.

요즘은 또 제법 시원한 바람이 뜨문뜨문 불어온다.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은 그런대로 기온이 쾌적하달까? 요즘은 ‘낮에만 여름’이고, 아침저녁은 초가을 날씨나 다름없는 듯 싶다.

'가을철, 자전거를 타며 듣기 좋은 곡들'도 준비해 소개해드릴테니 기대하시길!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그래서 서서히 다시 시작해볼까 한다, 자전거 출퇴근. 양희은 선생님의 ‘가을아침’처럼 청량한 노랠 들으며, 너무 빠르지 않게 페달을 밟으면 꽤 해방감이 들 것만 같다.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것 보단 훨씬 즐거울 테고.

■ 손 편지 쓰기

사계절 중 봄에 우린 제법 감성적으로 변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이 녹진해지기도 하고, 무채색으로 삭막했던 풍경에도 꽃과 풀로 색이 입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수성을 자극하는 계절로는 또 가을을 빼놓을 수 없다.

예쁜 편지지는 사서 모으면서, 정작 써먹질 않으니 쌓여만 가고 있다는 분들. 많으실 거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초가을엔 몰라도, 어느 정도 가을이 원숙해지면 산과 들의 나뭇잎이 그을린 듯 익어간다. 나뭇잎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가다가, 이내 하나 둘씩 팔랑거리며 떨어져내린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린 괜스레 쓸쓸함을 느끼고, 옷깃을 여민다. 괜히 지나간 옛 사랑이 떠오르고…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메마른 눈물 한 방울을 떨군ㄷㅏ…☆

아무튼, 가을은 참 공감각적으로 우리 감수성을 자극한다. 그래서 연필을 꺼내들고 편지를 끄적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왜, 김광석의 노래 중에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에- 편지를 써’ 하는 곡도 있지 않나. 이해인 수녀님의 작품 중엔 ‘가을편지’라는 시(詩)도 있다.

요즘은 손으로 직접 뭔가를 쓸 일도 엄청나게 줄었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그리워지기도 한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가을’과 ‘편지’라는 단어는 그 궁합이 꽤나 잘 맞는다. 그래서 참 많은 분들이 두 단어를 붙여놓는 것일 테다. 가을이 오면, 에디터는 구석에서 뒹구는 연필을 정성껏 깎아, 사각사각거리면서 편지를 써내려갈 것이다. 여러분께도 권해보고 싶다. 누구에게 쓰건 좋다. 정 편지를 쓸 상대가 없다면, 자기 자신에게 편지 한 장 보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옷 갈아입기

흔히 ‘멋쟁이들은 계절을 안 탄다’고들 한다. 그들은 날씨가 추워도 얇은 옷을 입고, 날씨가 더워도 두꺼운 옷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직 ‘멋’ 하나만을 위해서. 그런 말에 비춰보면 에디터는 결코 ‘멋쟁이’가 될 수 없겠지 싶다.

더울 땐 벗었다가 쌀쌀할 때 입고, 에어컨 바람 빵빵한 곳에선 담요로 쓰고. 셔츠는 정말이지 최고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패션에 그리 큰 관심이 없는 에디터는 체크 셔츠나 맨투맨 등을 선호한다. 일단 고민 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기도 하고, 특유의 포근한 느낌도 좋아하고, 특히 셔츠의 경우엔 필요할 때 벗어서 담요처럼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얇은 반팔 티셔츠, 시원해서 좋긴 한데 이젠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하지만 체크 셔츠도, 맨투맨도 지난 여름과 같은 계절엔 입을 수가 없다. 쪄죽기 딱 좋거든. 그래서 여름 내내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만을 고수했었다. 날씨가 너무 푹푹 찌니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위에 언급한 그 ‘멋쟁이’들도 올 여름은 쉽지 않았을 걸?!

이제 곧 있으면, 다시 셔츠와 맨투맨, 얇은 외투의 계절이 돌아온다. ‘자주 입는 옷’ 수납함의 반팔 티, 얇은 바지를 ‘잘 안 입는 옷’ 수납함으로 옮겨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그 덕에 주말에 해야 할 집안일이 하나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지겨웠던 여름옷을 훌훌 벗어버릴 수 있다는 점은 꽤나 기대된다.

■ 손님 맞을 준비를 합시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아직까지는 여름 기운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자전거 퇴근? 죽진 않겠지만, 파김치가 될 것이 뻔하다. 또 ‘가을 옷’이 시기상조란 건 바보가 아닌 이상 다들 인지하고 계실 터. 그럼 ‘시집 읽기’나 ‘손 편지 쓰기’는 가능하지 않냐고? 아이참, 아직 가을 아니지 않나.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됐단 말이야.

어쨌든 여름은 아직 8월 끄트머리에 늘어붙어있고, 아직까진 가을이 오길 기다리고 있는 처지. 오매불망 가을의 도래를 기다리고만 있기보다는, 이제부터 슬슬 가을맞이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저녁놀에서 여름냄새가 물씬 난다. 끄트머리 여름의 냄새.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만약 벌써부터 ‘에어컨 없이도 버틸 만 한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에어컨을 봉인하기 전에 필터 청소를 한 번 해두자. 미리 청소 한 번 해두면 내년 여름에 에어컨을 켰을 때 요상한 냄새가 날 확률도 줄어들 게다.

또, 위에 언급한 것처럼 가을이 오면 우리도 옷을 갈아입게 된다. 부쩍 쌀쌀해진 어느 날 부랴부랴 가을 옷을 찾기보단, 요즈음 해서 옷장 정리를 미리미리 해두는 게 낫지 않겠나 싶다.

선선한 날씨가 쌀쌀한 날씨로, 그게 또 으슬으슬한 날씨로 바뀌어가겠지. 미리 손님 맞을 준비를 해두자.

어째 ‘가을 맞이 준비’라는 게 대부분 청소 아닌가 싶겠지만, 계절이 바뀔 때는 집안 대청소를 한 번쯤 해두는 것도 나쁘진 않다. 또, 여름 내 에어컨을 켜고 끄며 전전긍긍했을 여러분은 아마 제대로 환기도 못하셨을 거잖아! 창문 열면 찬바람 빠져나갈까봐!

그러니 오늘 저녁엔 에어컨 말고 선풍기에 의지해보자. 고 녀석들, 그래도 제법 시원하다. 오랜만에 창문 활짝 열어젖힌 채 환기도 좀 시키고. 그러고서 잠시 저녁 산책을 다녀와 보는 것도 좋겠다. 이제 밤바람이 제법 시원해서 그럭저럭 버틸만할 테니까. 아마 오늘 저녁엔, 가을이란 손님이 다가오고 있음을 조금 실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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