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구름바다
▲ 사진제공= 구름바다

 

최근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구름바다 출판사에서 이용남 작가의 사진집『리비교 가는 길』을 출간을 했다고 밝혔다.

 

1953년 7월 4일, 파주 임진강에 세워진 다리 ‘리비교’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쟁 중에 미군이 군사용 목적으로 만든 다리였다. 임진강에는 11개의 다리가 세워졌다. 다른 다리들은 홍수와 유빙의 충격으로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다리가 ‘리비교’였다. 그 당시 미국 고속도로 건설에 사용된 철근 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견고한 다리였다.

 

그런데 2016년 10월 15일, 안전진단결과 E등급을 받아 폐쇄되었으며 급기야 2020년 봄, 단단하던 ‘리비교’는 임진강에서 영영 자취를 감췄다. 파주시가 DMZ평화벨트로 조성하여 리모델링을 통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던 계획은 무참히 사라지고 말았다. 리비교 상판을 걷어내자 교각도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서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토록 급하게 처리할 사안이 아니었는데 너무 쉽게 결정해 실행한 것이다. 

 

이용남 작가는 리비교가 있는 아랫장마루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리비교를 통해 미군부대로 출퇴근하는 아버지를 배웅하고 마중했다. 한국전쟁 후 민통선 안은 온통 지뢰밭이었다. 임진강변 사람들은 민통선 안팎을 드나들며 농사를 지었다. 다리를 건널 때는 땅을 임대받은 농민들에게 영농출입증을 주었다. 척박한 땅이라도 농사를 지어 살아가야 했기에 리비교를 건너야 했다.

 

리비교 건너 민통선에는 미군부대가 있었고 장파리 마을 쪽으로는 기지촌이 형성되었다. 미군들이 부대에서 나오는 시간에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미군들 클럽이 다섯 개나 있었으며 미군 위안부들이 1,000여 명이나 되었다.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오갔을까?

 

리비교 상판을 드러내자 병사들이 페인트로 쓴 낙서와 편지들이 철빔 곳곳에 씌어져 있었다. 조국통일, 남북통일, 인내, 우리의 소원 등의 글자를 보면 리비교 공사에 동원된 수많은 병사들의 눈물이 느껴진다. 이용남 작가의 사진집에 리비교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을 통해 사라진 리비교와 분단의 아픔을 더듬게 된다. 

 

사진작가 이용남은 파주 출생으로 1970년대 노동현장과 80년대 민주화운동, 90년대 이후 미군 기지촌을 주제로 사진연구소 작업을 계속 해오면서 '나쁜 나라 미국'(남아공 요하네스버그), '한국 일본 오키나와에 관한 기록과 기억'(오키나와, 오사카, 도쿄, 서울),'미국의 두 얼굴'(미국 뉴욕 MOMA PS1, 현대미술센터),'두 여중생의 죽음'(미국 왓슨국제문제연구소 갤러리),'경계에서'(독일 카셀 시 갤러리),'무건리 훈련장'(일본 오키나와 사키마미술관) 등의 전시회를 개최했었다.

 

사진집으로는 『우리 땅 이야기』『자연마을 사람들』『어머니의 손수건』『오현리 사람들』『어머니의 품 파주』등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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