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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국회에 보내는 토니모리 점주의 호소문

염보라 | 기사입력 2020/10/21 [15:59]

공정위·국회에 보내는 토니모리 점주의 호소문

염보라 | 입력 : 2020/10/21 [15:59]

▲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모습. 한창 세일 행사가 진행 중이지만 매장을 찾은 손님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염보라 기자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처음엔 가져가는 돈이 조금 줄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반 토막이 났고, 어느 순간부터는 월 만원을 못 가져가는 날이 허다해졌다.

 

오프라인 '가맹점‘을 중심으로 성장한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온라인몰‘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로 시선을 돌리면서 가맹점에 일으킨 최악의 나비효과였다.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공황)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본사의 공격적인 채널 확장 정책과 맞물리면서 수익은 '제로(0)'를 넘어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손실을 메우고 있어요. 저처럼 '막차(호황기를 지나 매장을 낸)' 탄 가맹점주들은 투자금 생각에 하루하루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는 신제품이 나왔다고 밀어 넣기까지 요구합니다. 전 정말 어떻게 해아하나요."

 

익명을 요구한 한 '토니모리' 가맹점주의 하소연이다.

 

상생 대신 배신, 가맹점 죽이기 나선 가맹본사?

"이니스프리·미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화장품 브랜드숍의 ‘가맹점 갈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감장에 선 조정열 에이블씨앤씨(‘미샤’ 운영사) 사장을 상대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맹점주들이 본사 정책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본사가 가맹점의 경쟁력을 완전히 말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이 제시한 비판의 근거는 ▲동일 가격의 대용량 제품을 타 유통채널에만 판매 ▲고객에게 타 유통채널 판매 내용을 광고 ▲자사몰서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 등이다.

 

국감 이후 <공감신문> 취재에 응한 가맹점주들은 "미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간판만 다를 뿐, 본사의 행위와 이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고충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점주들은 하나같이 “온라인에서 가격이 무너지고 있는데 본사는 뒷짐만 지고 있다”거나 “본사가 온라인에만 기획상품을 내거나 프로모션을 할 뿐, 가맹점은 소외시키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가맹점주들을 특히 눈물 짓게 하는 건, 가맹점을 대하는 본사의 태도다.

 

'이니스프리'를 운영 중이라는 한 점주는 "일찍이 상생정책을 발표한 더페이스샵과 달리 이니스프리는 수년간의 호소에도 (지원이) 없었다.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도 결국 본사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객 유입을 위한 프로모션도 없고, 행사를 한다고 해도 고객들에게 발송하는 홍보 문자조차 지원해주지 않는다. 가뜩이나 적자 상태인데, 행사 한 번 할 때마다 문자비만 10만원씩 든다. 그러면서 문자 내용은 사전에 점검하려 든다"고 토로했다. (※ 이니스프리는 종합국감을 하루 앞둔 21일 임대료 특별지원,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상생안을 발표했다.)

 

'토니모리' 가맹점주는 “지속적으로 항의했지만 본사는 무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점주 수가 적으니, 본사가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점주는 그의 표현대로 '황당했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매장에서 제법 잘 팔렸던 상품을 단종한다고 수거한 뒤 온라인몰에서 50% 할인 판매를 진행 중에 있는 것. 이 상품은 현재 온라인몰 내 베스트 상품 9위에 올라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행사를 하면 본사에서 쿠폰을 7대3 비율로 지원해줘야 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과거 화장품 브랜드숍이 입점해 있던 자리. 현재는 임대 안내 문구만 붙어있다./염보라 기자


눈 뜨면 사라지는 지상 위 화장품 매장

"월 고정 비용 1000여만원, 매출은 고작 600만원"

 

이런 상황 속에, 폐업을 결정하는 가맹점주는 늘고 있다.

 

22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 운영사)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20개월 동안(2018년 말부터 올해 8월까지) 아모레퍼시픽 가맹점 661곳이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시스템을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토니모리는 95개, 네이처리퍼블릭은 108개, 스킨푸드는 162개 점포가 폐업을 결정했다. 같은 기간 미샤의 폐업 점포 수(88개)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이 기간 매장당 평균 매출을 들여다 보면 폐점이 늘어난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이지만, 연간 기준으로 브랜드에 따라 최소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량 매출이 급감했다. 가맹사업거래 시스템상 매출이 소폭이라도 오른 곳은 일찍이 상생정책을 발표한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유일했다. 더 큰 문제는 마진이다. 마이너스 상황이 1년 넘게, 또는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점주들의 전언이다.

 

취재 중에 만난 한 점주는 “그동안 번 돈을 ‘까먹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재고가 줄어드는 걸 보면서 이제 곧 문을 닫을 때(폐업)가 됐구나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토니모리 횡포를 고발한 한 점주 역시 "화장품 매장의 경우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고정비용이 꽤 들어간다. 우리 매장만 해도 월세, 인건비, 관리비, 기타 부대비용 등을 다 포함해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정비용이 들어간다. 최근 1년간 월 매출은 1200~1500만원 선이었고,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월 매출 600만원을 찍기도 했다. 현재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손실을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브랜드숍 점주들이 대개 여러개 점포를 운영 중이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적자 폭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매장 찾아주는 고객 등쳐먹는 기분"

가맹점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 '상생' 노력 어디에

 

점주들이 원하는 건 온라인 또는 H&B스토어 유통을 멈추라는 게 아니다. 본사가 살기 위해 가맹점을 죽이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는, 가맹본사의 기본적인 '도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숍이 가맹점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는 하소연이기도 하다.

 

이들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춥다. 잘 살아보려고 무리해 시작한 사업은 '빚'만 남아 '절망'으로 돌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이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가격 정책이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며 신고한 것을 무혐의 처리했다. 1년 기다림에 대한 허무한 답변이었다. 재검토 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의 문을 두들겼지만, 문은 점주들의 생각보다 더 높고 단단했다.

 

"많은 고객분들이 테스트만 하고 나가요. 온라인으로 구매하시려는 거겠죠. 저부터도, 어느 순간부터는 매장에서 구매하는 고객분들한테 '등쳐먹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왜 이런 죄책감을 가져야 하나요."


익명을 요구한 이 점주는 이번 국감이 업계의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우리가 기댈 곳은 공정위와 국회밖에 없어요. (국감에서 이슈화된 것이)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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