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항공
▲ 아시아나항공

 

[공감신문]염보라 기자= 국내 빅2 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88년 설립 이후 32년만이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16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키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역시 이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올린 담화문을 통해 "오늘 오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각사 이사회를 개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1조8000억원 상당의 신주와 영구채를 대한항공이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알렸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의… 통합법인 탄생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설립돼 대한항공과 함께 대한민국 빅2 항공사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던 중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지며 함께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17년 565.9%에서 2018년 781.50%, 2019년 1386.70%로 지속 확대됐다.

 

손 쓸 방도 없이 사세가 기울자 2019년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직원들에게 아시아나항공 매각 소식을 전하며 "아시아나항공은 늘 그룹의 자랑이었고, 제게 모든 것이었다.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부 역량을 집중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도 했다. 최종 목표는 매각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놓고 긍정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았으나, '코로나19'라는 폭탄이 떨어지며 반전을 맞았다. 이미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마친 바 있는 현산이 다시 '12주 재실사'를 요구하며 빈손 협상으로 끝을 맺은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에 봉착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분기 말 기준 2000%를 넘겼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로 뱃머리를 돌렸다.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 해야 하는 산은과 세계 10위권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대한항공의 니즈는 잘 맞아 떨어졌다. 당초 빅2의 합병을 반대했던 국토교통부까지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합병 결정은 가속도가 붙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지배구조는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법인'으로 단순화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판단 아래 두 항공사의 통합을 결정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M&A 거래구조도/산업은행 제공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M&A 거래구조도/산업은행 제공

■'7兆+a' 혈세 투입… 대한항공 특혜 논란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1조8000억원이다. 일단 산은이 8000억원을 지원한다.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칼은 이 자금은 대한항공에 대여하고, 대한항공은 여기에 기안기금을 통해 추가로 인수대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경우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7조원 가량의 혈세가 투입된 상황에서 대한항공에 추가 자금이 들어갈 경우 자칫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직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연내 1조원 이상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정부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국토부 역시 "현재까지 많은 정부 지원이 투입됐을 뿐 아니라 내년에도 큰 규모의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항공업 영업환경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항공업이 동반 부실되지 않도록 하는 측면에서 빅2의 M&A가 불가피하다"는 게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 대단위 구조조정, 대한항공의 항공업 독과점에 대한 우려로 제기된다. 이중 구조조정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산업은행·국토부 모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연내 신청할 예정인 기안기금의 지원 조건에는 90% 이상의 고용 유지가 명시돼 있다. 독과점 우려의 경우엔 산은과 국토부가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독과점이나 특혜 우려마저 감수한 특단의 조치"라며 "어차피 항공산업에 조단위 돈을 투입해야 한다면 항공사 수를 줄여 중복된 지원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 빅2 항공사 M&A, 주가에 호재or악재?

한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한진칼의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일보다 1280원(29.84%) 오른 5570원, 대한항공은 3000원(12.53%) 상승한 2만6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진칼은 무려 4400원(5.66%) 오르며 장 마감 시간대 8만2200원까지 치솟았다.

 

증권가는 빅2 항공사의 M&A가 장기적으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에 호재라고 봤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에 호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라며 "아직 자회사 에어부산에 대한 논의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우선은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진칼 주가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한진칼 주가를 지지했던 경영권 분쟁 문제가 해소되는 탓이다.

최고운 연구원은 "한진칼의 경우 그동안 경영권 분쟁이 주가를 끌어올린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기로 지분 경쟁이 끝나면 주가 약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한진칼 주가는 영업이나 사업이 아니라 오직 지분 경쟁 하나로 지금 수준까지 왔다"며 "지분 경쟁이 무효가 되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더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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