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서은지 공공문화외교국장
▲ 외교부 서은지 공공문화외교국장

 

[공감신문 기고] 외교부 서은지 공공문화외교국장=한 국가가 지닌 매력과 문화자산을 바탕으로 외국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펼치는 외교, 즉 공공외교(公共外交)의 중요성과 의미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발 빠르게 공공외교의 지평을 넓혀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지난 2010년 공공외교를 정무, 경제외교와 함께 제3대 외교 목표로 설정한 이래 관련 예산과 인력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K-Pop과 드라마, 한식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오늘, 필자가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에서 과장, 심의관, 국장을 거치면서 지켜본 우리 공공외교의 지난 10년은 가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할 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 왔다.

 

그 중 아마도 가장 의미 있는 분수령은 2016년 8월의 공공외교법 발효일 것이다. 이 법을 토대로 각 정부부처와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던 수많은 공공외교성 사업들이 외교부 장관 소속의 공공외교위원회라는 컨트롤타워를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되었다. 여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의 풍부한 문화자산이 지닌 잠재력과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는 외국 국민들의 관심을 감안한다면, 우리 공공외교의 확대 발전은 대한민국 외교의 필연적인 정책 방향이었던 것이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대면행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우리 공공외교 활동에 예기치 못한 도전이 되었지만, 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꾸고자 노력해 왔다. 특히, 외교부가 시작하여 전 세계 128개국에서 100만 명 이상이 직접 로고 제작에 동참한 ‘스테이 스트롱(Stay Strong)’ 캠페인이 대표적인데, 코로나19 대응 노력을 국제사회의 연대와 포용 캠페인으로 전환하여 외국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BTS, 영화 기생충과 같이 우리 문화계의 거장들이 이루어낸 성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전 세계인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외교의 기폭제가 되었다.

 

공공외교의 내용뿐만 아니라 추진 매체도 다변화하였다. 정부는 온라인 의사소통의 활성화 추세에 발맞추어 다양한 공공외교 사업을 비대면·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였으며, 이와 같은 디지털 공공외교의 주류화는 전 세계인들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우리의 문화와 정책에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하였다. 최근 영국의 세계적인 시사문화지 모노클(Monocle)이 발표한 2020/21년도 국제 소프트파워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독일에 이어 2위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코로나19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다양한 공공외교 노력을 기울여 온 성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공공외교 전략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이다. 필자는 우리의 높아진 국격에 걸맞게 공공외교도 한층 성숙해진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 다음 4가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공공외교를 단순히 우리나라를 해외에 알리는 차원을 넘어 국가간 신뢰와 협력을 이끌어 나가는 수단이자 촉매제로 진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미중간 갈등 구도와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사회의 다자주의가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우리의 공공외교는 글로벌 연대와 포용을 강화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한국은 2020년 5월 UN, WHO, UNESCO 차원에서 코로나와 관련한 우호국 그룹을 주도적으로 출범시킨 바 있으며, 특히 최근 유네스코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결정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도 하였다.

 

둘째,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소통과 경쟁의 장이 될 디지털 공간을 십분 활용하여, 디지털 공공외교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코로나19 상황과 별개로 이미 젊은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소통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향후 디지털 공공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미국 신정부 출범에 대응하여 일관된 메시지를 발굴하는 등 지역별 맞춤형 정책 공공외교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더해 보건안보, 민주주의, 기후변화ㆍ환경 등 공공외교의 주제도 다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포스트코로나19 전략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공공외교 추진 기반도 새롭게 정비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공외교법상 우리 공공외교의 컨트롤타워로 규정된 공공외교위원회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여 범국가적 차원의 공공외교 활동이 보다 큰 시너지와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국민과 시민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공공외교의 외연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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