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수요 증가에 따라 커피찌꺼기 발생량도↑…2019년 기준 약 15만톤 수준 / 현재 커피찌꺼기 처리, 매립·소각에만 의지…환경오염·사회적 비용증가 등 우려 / “수거체계 구축, 바이오에너지 순환자원 인정 규정 등 다각적 방안 마련돼야“

[공감신문] 박재호 기자=우리나라 커피의 수요와 공급은 매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 어디에든 한 집 건너 한 집 수준으로 카페가 들어서 있을 정도다. 길거리에서 한 손에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걸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꽤 흔한 풍경이 됐다.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등 커피 음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에스프레소다. 적절한 크기로 그라인딩(분쇄)한 원두를 포터필터에 담아 템핑(다지기) 과정을 거친 후 커피머신의 그룹헤드에 결합한 뒤 버튼을 누르면 에스프레소가 추출된다. 여기에 물을 섞으면 아메리카노, 우유를 넣으면 카페라떼가 된다. 

 

일정한 맛과 향을 내기 위해서는 한 번 추출에 사용된 원두는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에스프레소 추출 후 버려지는 분쇄원두를 ‘커피찌꺼기’ 혹은 ‘커피박’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제 역할을 다 하고 난 뒤 커피박은 어디로 가게 될까.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9월 ‘커피찌꺼기 수거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커피찌꺼기의 효율적인 처리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커피전문점의 점포수는 2018년 기준 8만3445개소다. 대부분의 점포가 커피판매를 병행하는 제과점의 수는 1만9390개소로, 우리나라에서 커피찌거기가 배출되는 장소는 10만 개소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  커피찌꺼기 발생 추정량 (입법조사처)
▲  커피찌꺼기 발생 추정량 (입법조사처)

 

커피찌꺼기 발생량은 2012년 9만3397톤에서 2019년 14만9038톤으로 약 37% 증가했다. 보고서는 201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누적 커피찌꺼기는 103만5902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커피전문점은 서울 1만4000개소, 경기도 1만5000여개소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커피찌꺼기 배출량 역시 대도시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커피찌꺼기 처리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생활폐기물 관리자인 지자체가 보관했다가 매립·소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1일 300kg 이상 발생되는 사업장에서는 커피찌꺼기가 사업장폐기물로 관리되지만, 소형 카페에서 발생되는 것은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2019년에 발생한 커피찌꺼기 14만9038톤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했을 때 처리 비용은 약 4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종량제 봉투에만 국한된 것으로, 여기에 운반이나 소각 등 기타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커피찌꺼기 처리비용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렇게 버려지는 커피찌꺼기는 매립·소각 과정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커피찌꺼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까지의 커피찌꺼기 재활용은 개별 카페 차원에서 커피찌꺼기를 내놓으면 필요한 이들이 가져가 담배 재떨이나 탈취제 용도로 사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런 활용방안은 폐기되기까지의 시간을 잠시 연장할 뿐, 지속가능한 방안은 아니다. 

 

▲ 커피찌꺼기
▲ 커피찌꺼기

 

보고서는 커피찌꺼기를 ‘바이오에너지’ 원료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들은 커피찌꺼기를 바이오에너지원으로 이용해 발전 중이다. 

 

영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매립세가 14배 높은 탓에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카페가 밀집돼 있는 런던시는 커피찌꺼기 활용을 위한 시스템모델을 구현했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찌꺼기를 배출하면 엔젤 AIM(angel AIM)이라는 스타트업 회사가 수거해 생산기관인 바이오빈(bio-bean)에 전달한다. 바이오빈은 이렇게 수거한 커피찌꺼기를 숯이나 펠렛, 디젤 등으로 생산해낸다. 

 

스위스 역시 폐기물 관련 규제강도가 강하고 폐기물 처리비용이 높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커피기업 네슬레(Nestle)는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 커피찌꺼기를 펠렛형태로 제조 후 제품 생산 공정에 이용되는 보일러의 열원으로 사용 중이다. 스위스 정부는 2600개 이상의 커피찌꺼기를 모으는 거점을 마련하는 등 수거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에 커피찌꺼기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수거 체계가 없는 부분을 먼저 지적했다. 현행 법규상 커피숍에 원두를 공급하는 차량은 커피찌꺼기를 수거할 수 없으며, 별도의 수거차량이 일부 커피찌꺼기를 수집하고는 있으나 재활용가능자원으로 배출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 

 

또 커피숍 등에서 배출되는 커피찌꺼기는 지자체가 매립, 소각 등의 처리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다 그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재활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근거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커피찌꺼기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현재 커피찌꺼기는 유기성 폐기물의 하나로 분류돼 사료나 퇴비의 원료 또는 재료로만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다. 그러나 커피찌꺼기는 유기물 함량이 평균 36.1% 수준으로 사료나 비료로 사용되기 어렵지만 건조한 상태에서 바이오에너지 자원으로 사용 가능하다. 따라서 커피찌꺼기를 순환자원으로 인증해 다른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보고서는 안정적인 수거체계 시스템을 구축해 수거량을 늘리고, 단순 유기성 폐기물이 아닌 바이오에너지 순환자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지급 가중치 상향 등 에너지원 원료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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