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44건)

[공감신문] 6,000,000. 600만. 이건 돈의 액수도 아니요, 어느 유명 셀럽의 팔로워 수도, 도시 인구도 아니다. 어떤 이들이 죽인, 사람의 수다. 홀로코스트의 실무자, 아이히만은 그 중심에 있었다. 그가 몇 살 때 첫 살해를 시작했는진 모르겠지만, 약 56년을 살았던 그가 태어나자마자 그런 일을 자행했다 가정하면 1년에 약 10만명을 넘게 죽인 셈이 된다. 하지만 아마 그렇진 않았을 테니, 그는 어느 시기에 집중적인 살인 행각을 벌인 것이다. 일평생을 사람 죽이는 일에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진짜 부지런히 죽인 거다. 대단한 열정이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그의 가장 큰 죄는 무사유였다. 그가 본인의 타고난 열정을 다른 데에 썼더라면. 누구나 재능을 가진다. 비상한 머리, 예술적 심미안, 무쇠 같은 체력, 균형이 훌륭한 외모, 경제 감각, 공감능력 같이- 부단한 노력 역시 재능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 재능을 허투루 쓴다. 손에 쥔 무기를 잘못 휘두르는 것이다. 무기를, 정말 무기로 써서 그러하다. 요즘 인간들은 무기 개발의 목적이 방어라 한다. 하지만 보는 순간 몸이 돌처럼 굳어버리는 메두사 머리가 달린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8-01-19 14:33

[공감신문] ‘아, 담배 끊어야지. 먹고 살기 힘들다, 고니야.’ 영화 에서 정마담은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정마담은 고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녀는 그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 즉, 나약한 인간이었다. 그래서 페르소나를 쓴 것이며, 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늘 철저히 설계해야 했다. 그녀의 인간다움은 여성적 본질을 앞섰다. 응축된 복수심은 고니에 대한 사랑보다도 컸고, 평경장이 죽더라도 그건 계속 지속될 전망이었다. 이게 그녀가 얼마나 나약한 지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예쁜 칼’이었던 정마담은 세상 모든 ‘악의 꽃’을 베어버리고자 했다. “죽은 곽철용이가 니네 아버지라도 되냐? 복수를 헌다고 지랄들을 허게? 그런 인간적인 순수한 감정으로다 접근하면 안 되지!” 아귀 말이 맞다. 고기 값을 번다, 뭐 이런 자본주의적인 관점으로다 접근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팽배한 건 판때기뿐만이 아니다. ‘화려한 돈’이 누군가에게 금지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허락된 것도 아니다. 때문에 우린 희망을 품다 상처 받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 복수 대상이 전혀 다르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악당이 너무 많아진 거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8-01-17 10:23

[공감신문]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왕비님이 제일 아름다우십니다. 여자를 제대로 알고도 남을 나이가 훌쩍 지난 왕의 선택을 받은 그녀였다. 왕비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경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누리는 이 모든 게, 바로 자신의 미모 덕택이었으니까. 그래서 매일 기뻐하고 경배하는 모양새로 거울 앞에 설 수 있었다. 여전한 하루인 줄 알았던 어느 날, 거울은 머뭇거리다 이렇게 대답한다. “백설 공주님이 가장 아름다우십니다.” 왕비는 참을 수가 없어 공주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 공주는 왕의 ‘딸’이었으며 그녀의 경쟁 상대도 아니었다. 왜 그녀는 공주를 죽여야만 했을까? 그리고 왜 뒤늦게야 거울은 공주가 아름답다고 말한 걸까? 아니, 그건 정말 거울의 대답이었을까?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 아니고?혹시... 왕비는 백설 공주를 사랑하게 된 동성애자였으며, 한 집에 사는 게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게 아닐까. 점점 여성미를 풍기며 자라나는 백설 공주에 대한 마음이 커져서, 왕비는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왕비가 유일하게 소통하는 ‘거울’이 그걸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8-01-11 14:27

[공감신문] 사랑한다는 것은 천국을 미리 엿보는 거라고 누군가 말했다. 아마도 그들은 ‘그녀’를 정말로 사랑하는 것 같았다.“살아있는 천사라지요?”영화 의 첫 대사다. 그녀에 대해 말하는 이들에게서 우린 천국에 입장하는 사람의 표정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수감자들에게, 그녀는 천국을 엿보게 해주었다. 그러나 금자는 묻는다. 정말 천사가 있다면, 자기가 그러는 동안 그는 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고! (...) 이후 13년의 세월을 천사로 살아온 그녀가 마침내 복수를 시작할 때에, 금자는 그녀 안에 천사를 단번에 꺼뜨려버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천국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천사는 존재하지 않았었기에 그녀는 망설임이 없었다. 여기, 그녀처럼 혐오스러우며 허무한 또 한 명의 천사가 있다. 그 역시도 더 정확하게는, 사람들에게 천국을 엿보게 해준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에 대한 책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시대에는 혐오스러운 천재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천재적이면서도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그는 18세기 프랑스에서도 가장 악취가 심한 곳에서 태어났는데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8-01-10 10:02

[공감신문] 나, 정말 이러다 지옥에 갈 것 같다. 나도 성경을 집필한 이들처럼, 혹은 그러한 성경을 제 멋대로 해석하는 어느 종파의 교주들처럼- 그렇게 상상력을 마음껏 증폭시키고 있지 않나. (그들과 다른 점이라면, 이건 나만의 상상이니 ‘믿지 마시라’하는 거다.)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훗날, ‘저 글의 글자 수만큼 저년 엉덩이를 내려쳐라!’ 할 만큼 진노하실 수도 있다. 그래도 꿋꿋이 쓰련다. 이 글을 쓰려다보니 술이 당겨서 머그컵으로 와인 한잔 했다. 나는 방금 전보다 과감해졌으며, 더운 기운을 느끼곤 걸쳤던 가디건을 벗었다. 한결 가벼워진 어깨가, 손을 자유로이 놀리기에 적절해진 느낌이다.유식한 우리 독자님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이 글은 술에 대한 내용이다. 나를 좋아해주시는 나의 친구 분들은 이것 역시 눈치 채셨을 텐데, 아마도 이 글의 분위기는 예찬론적일 것이며, 다 읽고 나면 한잔 생각이 나실 거다. 발칙하게도. 지난 칼럼에 ‘소주’를 언급하며 더 자료를 찾아보다가, 증류주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시작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랬다. 그런데 나는 감히, 인류의 첫 시발점이었다는 에덴동산에서도 술이 있었을 거라 상상해본다. 성서학자들 주장에 따르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8-01-05 10:29

‘다루마상이 굴러왔다, 희미하게 그가 비틀거렸다, 지긋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 오소마츠상 중에서 [공감신문] 미소라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타카하타 슌군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소년이었다. 그건 그의 ‘남다른’ 차분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인생이 너무도 지루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신이시여. 내 인생은 너무도 따분합니다’라고 외쳤다. 신은 그의 고요한 비명을 여러 차례 들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슌군은 상당히 흥미로운 하루를 선물 받는다. 여느 때와 같던 수업 시간이었다. 별안간 선생님의 머리가 터지며, 교탁 위로 떠오른 오뚝이 인형! 이들은 ‘다루마상가 코론다’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게임의 법칙은 간단하다. ‘다루마상가 코론-’까지 움직여도 되지만, ‘다!’하고 이 음절이 끝나는 순간 움직임이 발각되면 걸리는 거다. 작은 미동도 용납되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오뚝이 인형에게 걸린 학생은 선생님의 뒤를 따르는 안타까운 제자가 되어야했다(...)이것은 일본 인기 만화이자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의 내용이다. 이 만화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렸었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8-01-03 10:08

- “나는 ‘제도권에 의해 규정’되기를 거부한다.” - 장 폴 사르트르어느 한 분야에 정통하신 분이 적절한 나이에 그에 걸맞은 직함을 가진 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우린 그런 분들을 교수님, 박사님, 회장님, 선생님 등으로 부른다. 아빠 나이 또래의 분들이 그럴만한 나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빠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응, 박회장.’‘어, 조회장’‘아이고 김회장’이라고 했다. 평생 사진 찍어 온 아빠가 무슨 회장들을 그리 많이 아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하루는 아빠에게 방금 전화 온 회장은 무슨 회장이냐고 물었다.“**협회 회장이야.” 역시 그랬다. 기업체가 아닌 어느 ‘협회’의 회장. ‘회’의 장이니, 회장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빠도 **협회 회원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랬다. 그럼 아빠가 굳이 회장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었다. 그거까지 물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그냥 어른들은 그런 직함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분들도 아빠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굳이, ‘지 감독’이라고 불렀다. 나중에 내가 나이를 먹어서 나의 친구들이 ‘해수야’라고 부르지 않고, ‘지 작가’라고 부르는 건? 좀 별로일 것 같다. 23살부터 작가였고,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2-29 10:23

[공감신문] 그 이름의 명성을 드높이는 일이란 때론 업적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알만한 무언가를 발명해냈을 때- 그러니까 에디슨의 전구라던지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가져다 준 평화같이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닿아서는 충만케 해주는 무엇일 때에만 그 자체로 영광스럽다. 그 밖엔? 그가 무너뜨린 상대가 매우 강력할 때, 그 명성은 상대를 넘어선다. 이를테면 영화 에서도 그렇지 않나. 극중 나름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던 현수는 ‘말죽거리 다 먹는다’고 알려진 종훈을 때려눕힌다. 그는 어떤 체계적인 스텝을 밟지 않고 단번에 그 김현수라는 이름의 영광을 드높였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삼성이 대단한지 알고는 있었지만, 애플(apple)과 기술에 대한 소송에서 엎치락뒤치락 한다는 뉴스를 보며 새삼 다시 한 번 놀랐을 것이다. 어쨌든 ‘서양 것’에 대한 유전적인 열등감은 어쩔 수가 없던 지라 더욱 그러했다. 그렇게 때로는 그가 무엇을 했는지 보단, 누굴 상대했는지가 더 각인되기 마련이다. 심지어 승패를 떠나 대결 구도가 성립 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인지도가 달라진다. 지금 여러분이 어디에서 이 글을 읽고 계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2-27 12:06

‘멋장이로 차린 여자들의 목도리가 나비같이 보드랍게 나부낀다. 그 오동보동한 비단 다리를 바라다 보노라니 P는 전에 먹던 치킨 카츠가 생각이 났다.’ (채만식,(1934) 중에서) [공감신문] 1956년 어느 봄날, 종로 어느 건물 앞은 경성에서 제일가는 멋장이인냥 빼입은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다. 한국배우전문학교의 개업식. ‘비비안 리’가 나오는 를 수십 번 보며 영화배우의 꿈을 키운 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몇 년 전 ‘6.25’가 이곳을 쓸고 갔었다는 걸 자꾸만 까먹게 된다. 이들에게 영화와 맥주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 ‘마꼬’대신 ‘해태’를 피울지언정, 낭만은 포기할 수 없다. 어차피 시골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실테지. 그의 여동생은 고등학교도 포기했다지만- 중학교만 나와도 ‘주부 자격증’은 따놓은 셈인데, 뭐!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고, 대사도 외우다보니 ‘저 정도 연기는 나도 하겠다’고 마음먹은 젊은이가 어디 ‘그’뿐이겠는가. 피를 팔아 영화에 나오는 배우 같은 옷을 장만해입는다. ‘그래도 우골탑 들어갈 때보단 입학금이 가볍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가 배우가 되었냐고? 나야 모르지. 나는 허구를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2-22 10:32

‘전쟁은 끝이 없었다. 내 젊음도 끝이 없었다. 나는 전쟁에서도, 젊음에서도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중에서) [공감신문] 아버지는 무기력하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부양에 대한 책임을 져버린 아버지, 다독이기보단 부수어버리고 싶은 저 축-쳐진 어깨가 지겹다. 그의 쓸쓸함은 돌볼 가치가 없어 보인다. 그의 한숨이란 할 말을 잃은 이의 핑계 같은 것이라고 아들은 생각했다. 아들은 자라서 성인이 되고, 그 역시도 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조금, 알게 되겠지.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다는 것을. 하지만 절대적으로, 이를 악 물 것이다. 그의 아버지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기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여느 한국 가정의 군상이 아닐까 싶다. 나는 최근에도 이런 사연들을 TV를 통해 많이 접했었다. 같은 고민을 털어놓는 방송에서, 5-60대의 아버지 때문에 고민이라는 자식들이 나와 가슴 속에 켜켜이 쌓여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가족들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게가 있었다. 그들은 아버지를 존경하기보다 미워했다. 그래도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2-20 10:22

[공감신문] ‘내가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연정을 다룬 여느 흔한 소설이나 영화, 노랫말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네가 내 인생에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그럼 사랑에 빠지지도, 이별하지도, 아파하지도, 어떠한 영향을 받지도 않았을 텐데(...)라는 쓸데없고 비생산적인 ‘가정’. 도무지 손을 쓸 수 없을 때 우린 그런 후회 섞인 가정을 한다. 1974년 어느 날, 어머니를 잃어 슬픔에 빠져있던 그녀가 최태민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편지를 그저 지나쳤더라면, 그랬더라면 과연 어떠했을까. 징역 25년, 벌금 1천185억 원, 추징금 77억9천735만원 구형. 어젯밤, 최순실은 최후진술 중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모함과 검찰 구형을 보니 제가 사회주의보다 더한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사회주의보다 더한 국가. 이 말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12일 방영된 MBC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어땠는지,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MBC는 무려 73일간의 파업을 마치고 정상화됐다. MBC 시사 간판 프로인 은 국민들에게 사과를 구했다. 스스로의 행적에 대해 ‘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2-15 11:31

- ‘그들은 대지 위에 사랑과 순수의 빛을 배설합니다.’ (김답, 중에서) [공감신문] 고차원적인 진화를 겪은 인간은 정말 ‘가지가지한다’ 싶을 만큼 다양한 욕구를 지닌다. 아마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들의 다양한 기도제목에 현기증이 날지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먹고, 쉬고, 어울리고, 사랑하고, 싸는 욕구를 가진다. 싼다, 배설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볼 수 있는 지극히 생리적인 현상이다. 흔히 배설은, 몸에서 소화가 끝난 음식물 찌꺼기를 항문을 통하여 배출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또 ‘사정’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의 배설이다. 인간다운 인간에겐 이보다 더 다양한 배설의 욕구가 있다. 눈물을 흘리거나 욕을 하는 것, 감정적인 배설이다. 위장보다 뇌의 감정노동이 심한 현대인들은 특히 그러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대중문화를 리드한 주인공은 두말할 것 없이 힙합이다. 힙합 문화는 단순히 음원 순위를 넘어 패션, 미술 등 다양한 곳에 자리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도 힙합이 유행할 때가 있었다. 당시엔 배고픈 비트 위의 나그네들이 사회를 풍자했었다면, 지금의 힙합은 ‘스웩’이다. ‘니 여자 친구도 내 빠순이’라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2-13 15:45

-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제시되는 현실은 실제 현실의 모방이나 반영이 아니라,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실재이다.’ / (장 보드리야르著 중에서) [공감신문] 요즘 나라 안에 뜨거운 소식 중 하나는 바로 국가정보원, 즉 국정원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아, 이 단어를 쓰려니 날씨가 추워서인가 왜 이렇게 손이 시린지 모르겠다. 사실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오늘 오전부터, 유난히도 손이 떨리고 가슴이 답답했다. ‘다른 걸 쓸까, 불온한 프랑스 연애소설 하나를 후딱 읽고는 낭만적이고 허세스런 글을 써볼까-’싶었지만 그냥 이 주제를 가지고 책상에 앉기로 맘먹었다. 그리고 이 글은 영화감독님들이나 드라마 작가님, 그리고 영화나 TV없이 살 수 없는 나 같은 독자님들이 꼭 읽어주셨으면 한다. 사실 이렇게 쫄 필요는 없다. 나는 그 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위에서 말했다시피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고 수요하는 이들에게 몇 마디 적으려는 것 뿐이니까. 아마도 그들은 어느 특정 기관의 사람들보다야 좀 더 너그럽지 않을까, 싶은데. 이전 정권들 시기의 국정원 활동들이 최근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댓글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2-08 11:02

‘별, 인간, 식물, 먼지... 우리 모두 보이지 않는 저 먼 곳의 피리 부는 사람의 곡에 맞추어 춤을 출 뿐이다.’ -아인슈타인 [공감신문] 오... 우선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어리광을 좀 부리자면,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사실에 입각하여 내가 믿는 ‘진실’을 피력하는 칼럼의 특성상, 정말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려는데- 이건 도무지 너무도 환상적이고 신비스러운 이야기라 아무리 냉정하게 쓰려고 해도 종교적인 냄새가 난다는 거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믿을 만’(사실 가장 허무맹랑한)하다는 종교들의 이야기와도 거리가 멀고 심지어 ‘사이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종교의 반대말은 사이비가 아닌, 과학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건 정말 과학적이다. 내가 혼자 골방에서 글을 쓰다 어느 이상한 집단에 빠져, 글로 독자 여러분을 꾀려 한다는 생각은 마시길. 그렇게 한 분의 신을 섬기기에 난 세상에 호기심이 너무 많고, 골방에 박혀있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아마, 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이야기이기도 하다.이 계몽적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 여느 때와 같이 추웠던 어느 오후에 시작된다. 집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적막을 깨고 복도에서부터 한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2-05 17:33

‘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새가 그물 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 (영화 중 오대수)[공감신문] 로맹가리의 소설(1958)을 읽고 있다. 샤를 드골 장군이 그의 소설 중 가장 좋아했다던 작품이다. 팔순 생일을 맞은 소설 속 주인공은 국가 공익에 헌신한 인물로 알려져 온 국민의 추앙을 받는다만, 사실은 아나키스트- 즉, 무정부주의자로 활약했었다. 물론 그 비밀을 꽁꽁 숨긴 채 살아왔었지만. 예전에 소설의 저자인 메리셸리와 그녀의 배경에 대한 연극을 본 적이 있었다. 메리셸리의 아버지는 무정부주의의 시초로 알려진 영국의 철학자이며, 어머니는 여성의 인권을 옹호했던 작가이자 철학자였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자란 메리셸리가 남다른 사상과 가치관을 가지게 된 건 불 보듯 뻔하며, 그렇기에 사후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머나먼 지구 반대편 어느 도시 소극장에서 낯선 동양인들이 무대에 올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로맹가리 소설의 나오는 주인공 레이디L 역시, 아나키스트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나 아마도 메리셸리와는 조금 달랐을 거라 감히 예상해본다.이 소설 속 레이디L의 지인은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2-01 10:37

- 사랑을 유지하는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방법은 암수의 성행위를 좀 더 복잡하고 더욱 보람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섹스를 더욱 섹시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데즈먼드 모리스 저 중에서) [공감신문]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을 본 따 만드셨다는 남자사람 아담, 그리고 그가 외로워하였기에 만들어졌다는 여자사람 이브. 둘은 에덴동산에서 잘 먹고 잘 살다가 선악과를 따먹은 죄로, 노동과 잉태의 벌을 받으며 쫓겨났다고 성경은 말한다.어린 시절, ‘아기는 어떻게 생겨?’란 질문에(본능적으로 왠지 저건 아닐 것 같다는) 두루뭉술한 답을 듣고 여전히 뭔가 찝찝하고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을 때쯤이었다. 당시 나와 내 친구들은 주일 성경공부 시간에 인간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듣게 되었다.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으시고-’라는 구절이 나오는 사도신경을 유치원 때 다 외웠다. 그리고 ‘동정녀’가 무슨 뜻인지, 또 아이는 어떻게 생기는 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그래서 우리는 원래부터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할 만큼 이쁘고 잘생기고 똑똑한 줄 알았었다. 이후 학교에서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라고 배웠다. 진화된 사람으로, 이전의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1-29 10:04

‘그대 떠나라 ...(중략)...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 그 낯선 곳으로’ [고은詩(1992) 중에서] [공감신문]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 그건 아마도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함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것’엔 긍정적 호기심이 발동하지만, ‘낯선 것’에는 겁을 낸다. 사실 새로운 것은 낯설며, 낯선 것은 새로운데 말이다.낯선 것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며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이들은 여행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휴가 때마다 여행을 계획한다고 한들 적극적이라 말할 수 없다. 지인을 통해 혹은 인터넷에서 본 어느 인상적인 곳에 가야지, 라는 정도가 아니라 그 블로거의 여행지를 베껴내듯 계획하기도 한다. 여기선 꼭 이걸 먹어야하고, 반드시 저기에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즉흥성이라고는 전혀 없이 계획적이다. 그래서 어느 여행지에 가면 한국인들만 유독 그렇게 많은 거다. 나는 여행을 퍽 자주 다녀본 사람은 아니다. 요즘은 그래도 종종 틈이 날 때면 혼자서 혹은 친구와 둘이 한 달에 한번 정도 해외나 국내로 짧은 여행을 다니곤 한다.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1-24 10:11

[공감신문] 여러 매체에 연애 칼럼을 썼었다보니 메일박스에 독자들의 관련 고민이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대게 세 가지의 시제(?)로 나눌 수 있겠다. 그 사람도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요? (전), 그 사람과 다시 잘 해볼 수 없을까요?(후), 그리고 마지막, 그 사람이 바람을 피웠어요. (ing)... 뭐, 여러 고민 사연들이 오지만 대부분은 이런 맥락이다. 오늘은 바람, 즉 외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고민자는 혼란스럽다. 그게 과연 단 한 번의 실수였던 건지 아니면 습관인건지. 또 고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연애를 엄청 잘했었기에 연애 칼럼을 썼던 게 아니다. 단지 글을 쓰는 입장이다 보니 연애뿐만 아니라 여러 인간사에 관심이 많고 깊게 보고자 하는 편이다. 그게 어느 정도 습관이 된 것 같다. 내 연애는 못하면서 남 연애는 참 잘 본다. 인간史라는 것이 재미있는 게, 모두 관계 속에서 벌어져왔다. ‘인간’이라는 단어 자체도 사람 인, 사이 간.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 아니던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동창, 이웃, 사제... 그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단연, 남녀사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1-17 10:11

태어나면서부터 신은 나에게 사과 하나를 주었다. 그 사과의 이름을 불안이었다.삶이란 이 사과를 모두 씹어 먹어야 하는 것이다. (2007년 어느 날 나의 일기 중에)[공감신문] 대단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집 밖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집에서 휴대폰 속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어린 나이에 이미 많은 돈을 벌어 남부러울 것 없이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젊은 시절 많은 걸 일구어 놓은 데다 자기관리를 잘해서 20대 뺨치는 피부와 몸매를 유지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들 중 일부는 무언가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20대가 20대다워 보이지 않아서, 또는 외모는 무지 동안인데 뭔지 모르는 노련함이 느껴져서 그랬다. 위생부터 조리과정 하나하나 모든 것이 완벽했던 요리에서 단 하나 마지막, 플레이팅이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 마침표는, 눈빛이었다. 그게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요즘은 정말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외모가 동안인 사람들이 많다. 외모가 자기관리의 큰 부분으로 여겨지며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기 엄마들은 처녀 때보다 훨씬 열심히 몸을 가꾸어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11-15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