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죽음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죽음을 인식할 수 없다. 고로 세상의 모든 종 중에서, 인간만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몇 십 년 후에, 또는 당장 오늘. 사람들은 죽음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기도 하고, 완전한 끝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현재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우리는 어떤 태도로 죽음을 준비해야 할까.트랜스 휴머니스트들은 죽음을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취급하고, 거부들은 부활을 꿈꾸며 자신의 몸을 냉동 시키는데 아낌없이 돈을 지불한다. 영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미처 세상을 떠나지 못한 채 육체 안에 갇혀 꽝꽝 얼어버릴 것이다.하지만 아직 인간들은 죽음을 정복하지 못했고, 신체 냉동 보존 또한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걱정하며 신께서 약속하신 땅에 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정말 죽은 자들이 사는 곳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곳일까. 아니 정말로 구천을 떠도는 영이 있단 말인가.우리들은 명절이나 기일이 되면 제사를 지낸다(그 외 몇 차례 더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과일, 고기, 전,
정세음 칼럼 | 정세음 칼럼 | 2018-06-18 16:01
[공감신문] 짙은 일자 눈썹, 깊은 눈, 야무진 입, 틀어 올린 검은 머리, 무표정. 아아, 프리다 칼로.처음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보았을 때, 나는 지독한 고통에 시달렸다. 나를 응시하는 그녀를 마주보기 힘들었다. 캔버스에 그려진 자화상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감히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감상이 계속 될수록 칼로의 감정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결국 마음 안에 쓰린 감정을 가득 담은 채 그녀의 전기를 읽어 내려갔다.칼로는 장차 의사가 되고자 했던 평범한 소녀였다. 자신이 화가가 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1925년 9월,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 째 바꾼 교통사고를 겪게 된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알레한드로와 함께 본가인 코요아칸으로 향하던 중, 버스와 전차가 충돌하면서 그녀의 몸 여러 부위가 탈골 되고 부러지고 골절 된다. 게다가 쇠봉이 그녀의 자궁을 관통해버렸는데, 그 고통은 가히 상상할 수 없다. 이 사고로 인해 칼로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며 수십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했다. 사고 이후 그녀는 두 번째 교통사고를 당한다.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 두 사람의 덩치 차이로 인해 ‘비둘기와 코끼리’라는 귀여운 애칭이 붙었지만, 이들은
정세음 칼럼 | 정세음 칼럼 | 2018-03-12 10:47
[공감신문] 수십 년 전, 섬 관리인 돈 줄리안 산타나는 우연히 운하에서 물에 빠진 소녀를 목격한다. 어떻게든 구하려고 애를 썼던 산타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익사한다. 산타나가 눈앞에서 목격한 생생하고 무력한 죽음의 공포는 망령이 되어 그를 따라다닌다.며칠 지나지 않아, 소녀의 시체가 있던 장소에서 한 인형이 발견된다. 악의 기호. 산타나는 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물 위를 떠도는 소녀의 혼을 기리기 위해 인형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십육 년, 속죄의 시간 동안 산타나는 섬 전체를 인형으로 뒤덮는다. 나무와 울타리와 지붕에 인형을 매달고 걸고 부착한다.햇빛, 바람, 비는 인형들을 분해한다. 눈, 팔, 다리는 인형들에게서 해체된다. 그리고 2001년, 산타나는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 장소에서 똑같이 익사체로 발견된다. 이는 멕시코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소치밀코에 있는 한 섬에 대한 이야기이다. 낡은 인형들이 지배하는 섬을 산타나가 만든 건 사실이지만 그 기원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산타나 본인은 익사한 소녀의 혼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주장했고, 마을 주민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그가 아내와 아이
정세음 칼럼 | 정세음 칼럼 | 2018-03-02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