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월·화·수는 (지방으로 이전한) 본사에서 지내고 목·금·토·일은 지역구 관리를 위해 서울에서 지냅니다. 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준비는 해야겠고…”

믿기 어렵겠지만 내년 4월 치러질 20대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장(長)과 상임감사들이 건넨 말이다. 어느 한 사람이라고 거론하기 어려울 만큼 적잖은 기관장과 상임감사들이 총선준비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분명 공공기관장과 감사는 국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봉직해야 하는 자리다. 공공기관 자체가 전력을 비롯해 공공재(公共財) 성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적 이익을 목적으로 해야 함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1억원이 넘는 거액의 연봉을 국민혈세로 충당해가며 그 자리를 자신의 정치 입문 계기로 삼고 있다는 것은 모든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처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해당 기관 직원들의 태도다. “우리 사장님이 (또는 감사님이) 국회로 진출하면 우리 기관으로서는 무척 자랑스럽고 반길 일”이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물론 현직에 있는 기관장과 감사를 외부사람, 그것도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기자에게 무작정 비판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게 감싸 도는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기관장과 감사를 임명하는 ‘甲’에게 있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어느 공기업 상임감사위원은 “자신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받는 몇 안되는 자리”라며 다른 감사들 앞에서 으스대기도 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공공기관 임원을 선출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도대체 이들이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적 이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의 임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 말이다.

2년 전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크게 외쳤던 구호는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그 가운데서도 공공기관 정상화는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현안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정부에 임명된 적잖은 기관장과 감사들은 국민혈세로 총선모드에 돌입한 상황이다.

국민들은 언제까지 비정상이 관행인 시대에 살아야 하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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