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있는 정치, 포기하지 않는 정치, 비정치의 정치 지향

[공감신문 대담=양병하 정치부장 겸 경제부장, 정리=김혜리 기자]  “사실 살면서 국회에서 일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어느덧 국회의원으로서 3년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3년간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지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 게 일상이 됐다.”
 
시인의 삶을 살다 지난 2012년 돌연 정치인으로 변신한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초선)은 3월 19일 나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교육과 문화예술계를 대표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등 떠밀리듯 국회의원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도 의원은 3년 전 처음 국회에 입성한 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사무실에 검은 리본이 달린 근조화분이 배달됐던 것이다. ‘시인 도종환’은 이제 끝났다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도 의원은 지난 3년간 그 화분을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정말 나는 끝났는가’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매일 자신에게 반복하고 있다고.
  도 의원은 시인답게 김광규 시닝의 ‘생각의 사이’라는 시를 읊기 시작했다.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 (…) /생각한다면 /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 시와 정치의 사이 / 정치와 경제의 사이 / 경제와 노동의 사이 / 노동과 법의 사이 / (…) /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 휴지와 권력과 / 돈과 착취와 / 형무소와 폐허와 / 공해와 농약과 / 억압과 통계가 남을 뿐이다.”
  도 의원은 이 시를 읊으면서 우리 일상생활 어디에도 개입하지 않는 정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력이 선하게 쓰일 수 있는 정치, 그리고 권력이 바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도 그래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 도종환 의원은 "교육과 문화예술계를 대표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등 떠밀리듯 국회의원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영진 기자

  한편 도 의원은 지난 3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친일 및 역사에 대한 왜곡으로 논란이 됐던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맞서 긴 싸움을 했던 일, 17대 국회부터 문화예술계의 숙원이었던 지역문화진흥법을 진통 끝에 지난해 말 통과시킨 일, 최고은법이라고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 제정 이후 탄생한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산을 매년 증액하면서 예술인 복지를 실현하고자 했던 일,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누구보다 동분서주했지만 무기력한 모습만 보일 수밖에 없었던 부끄러운 일 등을 기억했다.
  특히 교학사 역사교과서 이후에도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와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으면서 무거운 마음을 표출했다.
  도 의원은 현재 일선 대학에서 철학과와 사학과 등이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인문·사회계열 학과들이 구조조정의 1차적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학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대학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경우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짐으로써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일 필요하다면 정부와 대학이 상의해 올바른 방향을 도출한 후 정원감축에 들어가야 하는데 모든 과정이 생략되고 오로지 ‘줄여야 한다’는 목표만 추구하다보니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다.”
  특히 도 의원은 인문학 논쟁을 둘러싼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제대로 된 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사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면서 변화와 발전의 큰 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들이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인문학 대중화사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을 강학 비판했다.
  도 의원은 “인문학 대중화는 무척 중요한 과제이지만 대학의 인문학과 별개로 사고하는 것은 생산과 유통을 따로 떼어놓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인문학을 사회적 비판을 떼어놓은 개인적 통찰의 영역으로만 가두려고 하는 데서 비롯된 시도라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평소 지역문화진흥에 큰 관심을 지니고 있는 도 의원은 지역의 예술인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지역문화예술 새태계가 고갈되고 지역문화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도 의원은 “문화 향유자들이 소외되고 문화예술의 수도권 편중이 가중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법과 제도, 행정적 뒷받침을 통해 지역문화를 살리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전했다.
  “의정활동을 시작하면서 지역문화진흥법을 문화예술계 민생법안으로 생각했다.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3년 전 지역문화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법안의 쟁점사항에 대해 점검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 2012년 8월 ‘지역문화진흥법’을 대표발의했고, 이듬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도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의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휘한 법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문화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견해다.
  실제로 이 법의 제정에 따라 정부는 지역문화진흥정책 수립의무를 갖게 됐으며, 이에 따른 기본계획을 수립할 책임을 지게 됐다. 이 계획안에는 지역문화진흥정책의 기본방향을 비롯해 균형발전 및 특성화, 생활문화 활성화, 예산 및 재원에 관한 사항 등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지방정부 또한 이 테두리 안에서 각자의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문화도시와 문화지구에 대한 법적 근거와 10여년 전부터 각 지역별로 설립돼 지역문화진흥기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역문화재단과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또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재원인 지역문화진흥기금 조성이 법률로 규정된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다. 도 의원은 “이 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말을 기점으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정치를 하면서도 문학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도 의원은 지난 3월 18일 문학을 지원하고 진흥하기 위한 ‘문학진흥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문학이 진흥돼야 다른 예술도 진흥된다는 게 도 의원의 지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음악, 영화, 만화, 콘텐츠, 공연, 대중문화 등 주요 문화예술 분양 대한 지원 및 진흥법이 있다. 국립중앙도석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중요 문화콘텐츠에 대한 국립기관도 존재한다. 그런데 정작 문화예술의 기초인 문학에 대해서는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나 통합적인 국립기관도 없다. 게다가 문학 행정에 밝은 공무원이나 문학단체도 많지 않다보니 정책의 전문성과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우리나라 문화의 저변을 든든하게 하고 개별 장르로서의 문학을 지원하고 진흥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에 문학진흥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도 의원은 지난해 5월 법안 초안이 나온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비로서 지난 3월 18일 대표발의하게 된 것이다.
  이 법안에는 국가나 지자체가 문학진흥을 위해 장단기 계획을 수립해 구체적인 사업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문학의 창작·정책·행정 등과 관련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국립문학관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내용과 문학관 지원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문학관이 문학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전시·활용·교육할 수 있는 거점기관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 도종환 의원은 "두 차례 체코 대통령을 지낸 극작가 출신 하벨의 정치철학을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이영진 기자

  한편 도 의원은 향후 의정활동에 있어 포부를 묻는 질문에 “두 차례 체코 대통령을 지낸 극작가 출신 하벨의 정치철학을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도 의원은 “밀란 쿤데라처럼 망명하지 않고 체코 민중의 고통과 함께 남아 벨벳혁명이라는 평화혁명을 이끈 하벨을 닮고 싶다”며 “영혼이 있는 정치,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않는 정치, 정치인 같아 보이지 않는 비정치의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꿈꾸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된다는 말을 깊이 새기며 의정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도종환 의원>
-1954년 9월 27일
-원주고 졸업
-충북대 국어교육학과 졸업
-충북대 국어교육학 석사
-충남대 국문학 박사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회장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現 제19대 국회의원(초선, 비례대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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