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의 ‘뇌’에게 물었다...

지해수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정말 핑계가 아니다. 지금 내 아무리 밤마다 치킨의 유혹에 넘어간다지만 남자친구가 생기면 진짜로 날 가꿀 것이다, 피부 관리도 열심히 할 거고, 밀가루의 끈질긴 대쉬에도 나 절대로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오히려 맘 놓고 관리를 안 할 거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좋아하는 남자가 살 빼라면 진짜 뺄 수 있어.’라고 말한다. 이건 대부분의 남자들도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좋아하는 이성은 대단한 동기부여가 된다. 그(그녀)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어느 날, 나의 ‘뇌’에게 물었다. 뇌야, 너는 언제쯤 상태가 좋아질거니? 언제쯤 창의적인 생각을 쏙쏙 뽑아내고, 과음한 다음 날에도 다 기억을 해낼 거니? 서른도 안 된 내가 가끔 집 비밀번호를 까먹어야겠니? 그러자 뇌가 나른한 말투로 대답했다. 

“나도 남자친구가 생기면 정말 날 가꿀 수 있는데...”

그랬다. 가만 보면 나의 마음과 정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나’ 중에 가장 나다운 신체 부위인 뇌 역시 동기부여의 대상이 필요했던 거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나의 뇌에게도 ‘꽃’이 될 그가 필요했던 거다. 그러면 뇌는 글도 더 잘 쓸 수 있고, 더 센스 있는 입담도 과시할 수 있고, 술 마신 다음 날 모든 걸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 난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들떴다! 난 뇌에게 물었다. 너에게 꽃이 될 그의 이름이 무어냐! 어서 말해보려무나! 뇌는 수줍게 말했다.

“그의 이름은, 그의 이름은.... ‘운동’이어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먼저 꺼낸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는 나처럼 이렇게 동화같이 말하지 않았다. 그는 신경과학자, 아마도 이과 스타일로 말했겠지. 그의 이름은 다니엘 울퍼트. 그는 ‘뇌’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라고 했다. 바로 움직이기 위해서! 
우리가 아기일 때 뇌는 우리 몸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갓 태어나면 모두 다 가분수다. 알다시피 다들 뇌의 명령에 의해 움직인다. 그렇다, 우리 몸 중에 수뇌부(首腦部)가 바로 뇌다. 어느 기관이든 수뇌부가 가장 연봉이 높은 것처럼, 뇌 역시 신체 기관 중 에너지를 정말 많이 쓴다. 그래서 멍게는 뇌가 없다. 갑자기 사람 얘기 하다가 멍게 얘기해서 뜬금없겠지만, 멍게는 다 크면 자기 뇌를 먹어버린다. 바위에 붙어 생활할 수 있고 먹이 충족이 가능해지자 뇌가 쓸모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뇌를 그냥 먹어버리는 거다! 멍게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진화한 거다. 코알라 역시 마찬가지. 코알라는 머리(뇌)가 크지만 대부분은 척수 액으로 차 있다. 그냥 앉아서 풀만 뜯으면 되니까 뇌가 쓸모없어진 거다. 우리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의 인류보다 지금 우리 뇌는 미관상 좋아보일지 몰라도 테니스 공 하나만큼이나 작아졌다. 우리가 똑똑해서 작은 뇌로도 효율적으로 일 처리가 가능해진 거 아니냐고? 그럼 내가 가끔 집 비밀번호를 까먹을 리가. 우리가 예전에 비해 너무 안 움직여서 이렇게 된 거다. 맙소사, 춤이라도 출걸! 

(거의 대부분 까먹었겠지만) 우리가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내용들이 있다. 우리의 뇌는 모든 감각에 영향을 끼친다. 아무리 눈이 좋아도 뇌 후두엽에 문제가 있으면 보는 것에 문제가 생긴다. 귀가 좋아도 뇌 측두엽이 이상하면, 촉감이 예민해도 뇌 두정엽에 이상이 있으면 기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거다.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들은 또 어떻고? 이를테면 뇌하수체 전엽에서 만들어지는 항체 호르몬에 이상이 생기면 여자들은 난소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수뇌부가 망가지면 모든 게 올스톱되는데, 이 뇌가 지금 운동을 안 해서 모태솔로 건어물녀처럼 매일 밤 집에서 치맥이나 뜯으며 뱃살만 늘어간다는 거다. 

노벨 수상자들의 취미가 대부분 ‘산책’이라고 알려져 있다. 산책은 명상과 더불어 조금 더 철학적 의미를 가지는 활동이긴 하나, 어쨌든 이것 역시 규칙적인 운동이다. 우리들 대부분 인생의 목표가 노벨상 수상과는 거리가 있다지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뇌와 운동이 자꾸 서로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뇌의 연인 이름을 불러주고 있는 필자의 모습)

나는 평균 주 4회 정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다. 단순히 몸매 관리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그만큼 먹으면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운동이 주는 ‘쾌감’이 좋아서 한다. 특히 러너하이(runner’s high)를 자주 느낀다. 달릴 때, 우리의 뇌에서 흥분을 느끼게 하는 신경물질이 분비되는 것이다. 
지난 칼럼[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편]에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사랑을 잘 한다고 말했었다. 사랑과 운동, 운동과 사랑 둘 다 쾌감과 흥분 신경물질을 분비시킨다. 하나만 해도 좋은데, 운동과 사랑을 한꺼번에 한다면? 아마 당신의 뇌는 이미 그 대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으흐흐. 운동으로 다져진(?) 뇌는 심지어 이것들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준다. 

얼굴이, 머리가, 뇌가 커지려고 운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내 아이는 좀 좋은 뇌를 가지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싶다. 그러려면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사람 역시 그러해야하겠지. 결국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남자가 뇌섹남일 확률이 더 높다는 거다! 이건 박학다식과는 약간 개념이 다르다. 정말 단순히 ‘머리’가 좋은 배우자를 뜻한다. ‘뇌’라는 신체기관이 발달된 남자! 하긴, 우리는 남녀불문 그런 사람에게 반할 소지가 훨씬 크다. 그들의 훌륭한 뇌는 측두엽, 두정엽 등 감각기관도 아주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을 테니, 내가 어떠한 숨겨진 요망함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지 알아챌 테지! 아, 그의 단단한 어깨 근육은 아마 덤일 것이다. 

스마트한 인류? 글쎄. 우린 점점 귀엽고 멍청한 코알라처럼 비어가는 한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채우고 있을 뿐. 뭐, 상관없을 수도 있다. 아이폰6에서 7으로, 7에서 7S로, 아니 ios 업데이트를 해서 스마트함을 지속적으로 ‘빌리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스마트함에 독창적인 뇌까지 결합된다면 아마 인생은 더 다채로워질 것이다. 그러니 뇌의 연인의 이름을 자꾸 자꾸 불러주자는 거다. 뇌의 연인, 키미노 나마에와... 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은 운동! 운동이었어! 

그랬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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