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가 급속히 다가왔다...

[공감신문 김창호칼럼] 초고령사회가 급속히 다가왔다. 올해 2017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14%에 이르는 고령사회에 도달하고 10년 후인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것이 예상된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판단이다. 

또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2018~19년 사이에 70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노인 부양에 대한 국가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야 하는 포퓰리즘에 경도된 정치인들이나 이미 혜택을 경험한 대상자들이 복지 후퇴를 의미하는 이러한 선택을 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걱정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2위인 스위스(24.0%)보다 두 배가 넘는다. 노인 자살률도 인구 10만 명당 81.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미국(14.5명)의 5.6배, 일본(17.9명)의 4.7배에 달한다. 한국의 노인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로 손색이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종이 포장 박스 등을 리어카에 싣고 고물상으로 향하는 모습이 부쩍 늘어났다. 키 높이 이상을 가득 모아야 겨우 3,000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생활비, 또는 용돈을 벌기 위해 어르신들이 힘들게 사는 것을 보는 마음이 도무지 편하지 않다. 예전에도 반백부제설斑白不提挈이라고 해서 머리털이 반백半白이 된 사람이 물건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다니는 것은 예의의 풍속, 미풍양속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라바쿠르의 일몰, 겨울의효과 – 클로드 오스카 모네 / 출처: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은 찬밥 신세다. 어딜 가나 대부분 환영받지 못한다. 특히 경로우대의 예절 따위는 무시하는 우리 정치권에서는 노인들에게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는 것이 좋다’는 식의 망발을 저지르기도 하고, 65세 이상은 공직 선거에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와서 노인들을 더욱 서운하고 비참한 기분까지 들게 하고 있다. 만약 피선거권이 없다면 선거권도 없어야 하는 것이 형평상 옳을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이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이 제대로 풀리거나 끝이 좋은 경우는 없었다. 백발白髮의 늙은이를 무시하거나 놀리면 백발이 되기 전에 죽는다는 일화도 없지 않았다. 한림에 근무하며 자주 노인들을 업신여기던 송宋나라 양억(974~1020)의 경우 자신의 흰 머리를 보지 못하고 50세 전에 죽었다고 한다. 남에게 나쁜 짓을 하면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천부소지千夫所指 무질이사無疾而死. 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면 병이 없어도 죽게 마련이다. 

존경받는 원로들이 부족하다지만, 노인은 소중한 존재다. 노인은 가야 할 길을 알고, 살아있는 역사다. 농경사회에서나 지금이나, 노인의 존재는 그 마을에 도서관이 하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한 노인이 죽으면, 그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버린 것이다.” 말리 출신으로 아프리카의 현인賢人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이자 UN대사 등도 역임한 아마두 함파테 바(1900~1991)의 말이다. 인품과 문장으로 19세기를 빛낸 홍 씨 가문의 준재 홍길주(1786~1841) 선생은 1836년 2월 22일 다산 정약용 선생의 부음을 전해 듣고 “수 만권의 서고書庫가 무너졌다.”고 애통해했다. 

이런 사례는 노인의 경험과 지혜가 다음 세대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과거가 현재와 미래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나이든 세대의 경험과 역할이 도서관처럼 인류의 질적 성장과 양적 팽창에 크게 기여했다. 지식과 지혜의 축적, 계승을 통해 인간은 번영의 길을 찾아왔다.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도 자기의 자녀가 낳은 아이(손자손녀)들을 오랫동안 보살피는 할머니의 노력과 헌신이 인류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이론이다.

최근의 각종 선거에서는 연령이라는 변수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나이 많은 사람들의, 나이 많은 사람들에 의한, 나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부(a government of older people, by older people, 
for older people)>의 반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자치부의 집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유권자 수가 지난 2016년 4월에 이미 984만 명에 달했으며, 올해는 1,00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보수적 성향이 강해지는 연령효과에 정치권도 주목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60세 이상의 노인 연령층은 특히 투표율이 80% 이상에 달할 정도로 다른 연령층에 비교해 가장 높다. 대표적인 장수국가인 일본의 경우도 비슷해서 이런 현상을 ‘실버 민주주의’라고까지 표현한다.   

고령화 과정을 쇠퇴가 아닌 적극적 변화와 성장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정신적·신체적 노력을 다한다는 적극적 노화,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 개념과 함께 나이 들어 대접 받는 일곱 가지 비결이라는 <세븐 업(Seven Up)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 Clean Up-나이 들수록 집과 환경 등 주변을 모두 깨끗이 한다. 2. Dress Up-항상 옷차림과 용모를 단정히 한다. 3. Shut Up-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많이 한다. 4. Show Up-회의나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한다. 5. Cheer Up-언제나 유쾌한 기분과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6. Pay Up-지갑은 자주 열어 남에게 베푼다. 7. Give Up-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한다.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무엇이냐고 곱게 늙은 할머니나 점잖은 노신사들에게 물어보면, 3번째 샷 업과 6번째 페이 업이라고 한다. 입은 다물고 돈은 여유가 있어서 잘 쓰고 싶다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불효자식들은 부모의 이런 마음을 잘 알고 배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어버이 살아있을 때 섬기기를 다하여라. 사후대탁불여死後大卓不如 생전일배주生前一杯酒, 돌아가신 후에 큰 제사상 차리는 것보다 살아계실 때 한잔 술이라도 대접해야 한다. 오복五福에는 들지 않는다는 자식들은 명심해야 할 얘기다. 

<소동파전후적벽부 /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문호 소동파(1037~1101)의 <적벽부赤壁賦>에는 인생무상人生無常을 슬퍼하는 절창絶唱이 나온다.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오작烏鵲이 남쪽으로 나르니, 이는 조맹덕의 시가 아닌가...정기는 하늘을 덮고...강에 임해 창을 놓고 시를 지으니 일세의 영웅이라. 그런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아득한 창해의 좁쌀 한 알滄海一粟이라...내 일생의 짧음을 슬퍼하고哀吾生之須臾 장강의 무궁함을 부러워하노라羨長江之無窮...” 

때로 저 먼 서쪽의 어두운 바다로 지는 해, 장엄한 붉은 낙조를 바라보는 심정이 처연하다. 일몰은 언제나 황홀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초라해지고 더 허무해진다. 경허 선사(1846~1912)는 <참선곡參禪曲>에서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 몽중夢中이로다 천만고 영웅호걸 북망산의 무덤이요 부귀문장 쓸데없다 황천객을 면할쏘냐. 오호라 이 내 몸이 풀끝의 이슬이요, 바람 속의 등불이라“고 관조한다. 

일장춘몽, 인생기하. 허망한 인생과 속절없는 세상사 인연은 어느 한 때 흐드러진 봄날의 짧았던 꿈처럼 흘러가거나, 아침 해가 뜬 이후의 이슬처럼 사라지는 것이라는 의미다. <대한노인회 아리랑>이라고 해서 인기를 끌었던 노래가 이제 남의 일이나,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나이 60에 저승사자 찾거든 노부모 계셔서 못 간다고 일러라. 나이 70에 저승사자 찾거든 새 애인 생겨서 못 간다고 일러라. 나이 80에 저승사자 찾거든 벌었던 돈 다 쓰고 간다고 일러라. 나이 90에 저승사자 찾거든 좋은 날 잡아서 간다고 일러라.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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