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발렌타인데이는 연인 간 선물이나 카드를 교환하는 기념일로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초콜릿을 보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일본에서 시작된 현상이다.

실제로 발렌타인데이는 로마시대 결혼이 금지된 군단병들의 결혼을 몰래 성사시켜 주다가 발각돼 사형된 ‘발렌티노’라는 신부를 기리기 위해 생긴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법을 어기고 결혼을 성사시켜주던 발렌티노 신부를 기리기 위한 날인 것.

발렌타인데이는 발렌티노 신부를 기리기 위한 날이다

이날 서양에서는 과거 이웃사람들이나 친구들, 동료들 등 주위에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꽃, 케이크, 카드 등 선물을 주고받았는데 현대에 들어 이성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 됐다. 

발렌타인데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초콜릿’이다. 이날 가장 많이 선물하는 물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렌타인데이와 초콜릿이 이어진 역사는 약 1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1861년에 영국의 초콜릿 제조업자 리처드 캐드버리(Richard Cadbury, 1832-1899)란 인물이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광고를 기획하면서 이 이미지가 굳어진 것. 

차드 캐드버리가 만든 초콜릿 브랜드 ‘Cadbury’

이전에도 발렌타인데이에 오가는 선물 중에 초콜릿이 있긴 했지만 당시에는 꽃이나 향수, 보석 등도 이날 주고받는 대표적인 선물이었다. 

‘발렌타인데이=초콜릿’이라는 공식이 국내에 정착된 역사는 사실 100년도 되지 않았다. 

1950년대 일본의 모리나가 제과가 선물을 주고받는 발렌타인데이의 풍습을 초콜릿 마케팅으로 활용해 성과를 거두면서 발렌타인데이에 여성이 마음에 둔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일본 모리나가 제과는 선물을 주고받는 발렌타인데이의 풍습을 초콜릿 마케팅으로 활용했다

이후 이 같은 일본에서의 발렌타인데이 풍습이 완성되며 한국도 이 풍습을 받아들여서 오늘날 발렌타인데이를 연인간의 큰 기념일로 여기게 됐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반대로,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준다는 발상을 한 일본 제과회사에 의해 발렌타인데이 한 달 뒤인 3월 14일이 화이트데이라는 이름이 지정되기도 했다.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기념일은 외국의 기념일인 이날의 의미가 변형돼오면서 국내에 정착한 경우다. 

경칩은 발렌타인데이의 역할을 해오던 우리나라의 기념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현재의 발렌타인데이의 역할을 했던 기념일이 있다. 바로 경칩이다. 경칩은 24절기 중 3번째 절기로 개구리 등 동면하던 동물이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과거 이날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초콜릿이 아닌 은행알을 주고받으면서 깨물어 먹었던 풍습이 있었다. 

이 풍습은 정월대보름부터 시작된다. 정월대보름은 밤이나 호두 외에도 은행알 등으로 부럼을 깨문다. 이때 청춘남녀들이 은행알 한 두 개씩을 갖춰 뒀다가 경칩이 되면 사랑하는 이들끼리 서로 만나 은행알을 주고받아 깨물면서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고 믿었다. 

경칩에는 예부터 사랑하는 남녀가 은행알을 주고받으면서 깨물어 먹었던 풍습이 있었다

암수가 동시에 있어야만 열매가 맺는 은행나무의 열매인 만큼 과거 선조들은 은행알이 사랑을 맺어줄 수 있는 매개체라고 믿은 것이다. 마케팅의 도구였던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릿보다 경칩 날의 은행알이 더 로맨틱한 느낌이다. 

하지만 초콜릿이 발렌타인데이의 선물로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초콜릿은 원래 유럽인들의 다혈, 담즙, 우울, 점액으로 인한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약’으로 관심을 받았었다.

초콜릿의 기원인 ‘THEOBROMA CACAO’ 나무는 신의 음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초콜릿은 왕이나 전사, 귀족들 등 특별계층 에게만 허용된 ‘특별한 음료’로 접할 수 있었다. 초콜릿의 기원인 ‘THEOBROMA CACAO’ 나무가 신의 음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유럽에서 대중화되고 난 이후 초콜릿을 제조하는 업자들이 생겨나면서 ‘허쉬’라는 초콜릿 회사에 의해 초콜릿이 본격적으로 시중에 나오게 되며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발렌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 평범하고 식상한 초콜릿 보다는 사랑하는 이에게 좀 더 특별한 초콜릿을 선물하고자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이색 초콜릿 제품, 사진=모던h 블로그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해 재미있는 포장 디자인의 상품이 출시되는가 하면 운동화 초콜릿, 하이힐 초콜릿, 립스틱 초콜릿, 공모양 초콜릿, 레고블록 초콜릿, 햄버거 초콜릿 등 이색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초콜릿을 선물하기 위해 직접 수제초콜릿을 만들어 선물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정성과 마음을 담은 수제 초콜릿을 통해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통업계에서 발렌타인데이는 설 명절 이후 또 다른 대목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정상품이라는 명목으로 끼워팔기하거나, 포장을 거창하게 해 고가의 상품으로 팔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통업계에서 발렌타인데이는 설 명절 이후 또 다른 대목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 해외명품 쇼핑몰은 수제 초콜릿에 남성 명품의류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가격이 무려 30만원부터 100만원까지라고 한다.

고가의 선물과 이벤트가 오가는 게 진정 사랑을 고백하고, 확인하기 위한 방법인지 다시 한 번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선조들의 경칩날 은행알과 같이 깊은 진심을 담은 선물을 전달하는 게 초콜릿처럼 달콤한 발렌타인데이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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