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공평한 고용기회에 부적절

고용세습, 공평한 고용기회에 부적절

지난달 13일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727곳 중 30.4%인 221곳이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업무상 사망 또는 재해자 등의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우선 또는 특별채용을 규정한 ‘고용세습’ 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하다가 다치거나 숨진 사원의 가족을 채용함으로써 이들의 어려운 생계를 돕기 위한 것까지 싸잡아 ‘고용세습’이라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업무상 사망 또는 장해로 인해 주소득자가 갑작스럽게 사고를 입은 근로자 가족의 경우는 심각한 경제난에 처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우선 또는 특별채용을 단체협약의 안건으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년퇴직자의 경우는 업무상 사망 또는 장해를 입은 근로자의 가족과는 달리 우선 또는 특별채용 혜택을 부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133개 사업장에서 정년퇴직자의 가족을 우선채용하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두고 있다. 이들 133개 사업장 중 57.5%인 77개 사업장이 300인 이상 대기업이었다.

300인 이상 규모의 대기업은 2013년 기준 전체 기업 중 상위 0.1% 에 속하고, 300인 이상 규모의 대기업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 중 상위 14%에 속할 만큼 우리사회에서 소위 ‘가진 자’들이다. 이렇게 상위계층이 불공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자녀에게 대물림하려 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고용세습 조항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청년실업률이 11%를 상회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성실하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직장을 다니는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취업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필자는 지난달 30일 고용세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를 수정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근로자의 가족이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하거나 근로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녀나 가족들이 우선 또는 특별 채용되는 것은 근로자의 모집과 채용에 있어 차별행위를 한 것으로 규정하는 조문을 추가한 것이다.

고용세습 방지를 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심각한 청년고용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취업을 위한 청년들의 정직한 노력에 합당한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작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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