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73주년 기념식서 김주영 위원장 “경사노위 파행,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

한국노총 창립 73주년 기념식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파행의 원인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지목하면서, 양대 노총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한국노총 컨벤션 홀에서 개최한 창립 73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어제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파행을 겪었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조직이, 총파업으로 노동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조직이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사회 소외계층 대표들을 겁박하고 회유해 사회적 대화를 무산시킨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고 민주노총을 겨냥해 작심 비판했다.

이어 “책임있는 ‘내셔널 센터’라면 보여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 총력투쟁 대회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지난 7일 경사노위는 2차 본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19일 합의한 탄력근로제 개선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청년·여성·비정규직 위원 3명이 막판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본위원회 개최가 무산됐다.

청년·여성·비정규직 위원은 전날 본위원회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탄력근로제 합의 과정에서 본인들이 배제됐고,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거수기 역할을 거부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노총은 세 위원의 ‘보이콧’에는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의 압박이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사노위 파행 직후 낸 입장문에서도 “(청년·여성·비정규직 위원을) 겁박한 세력이 있다”며 민주노총을 지적한 바 있다.

이날 기념식에서 김 위원장은 "난 시간 한국노총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외면하면 쉬운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73년 한국노총의 역사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 서지민 기자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비판에 반발하면서 “김주영 위원장의 오늘 연설은 심한 왜곡을 담고 있다”며 “도를 넘은 행위”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경사노위 계층별 노동위원들에게 가해지는 감당할 수 없는 압박과 소외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가슴 아파하면서도 그들에게 털끝만큼의 부담이라도 더해질까 두려워 위로나 격려의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사노위에 참석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 사이의 갈등은 ‘파행’을 계기로 더욱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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