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봄은 찬란해질 당신을 위하여...

[공감신문 김정한 에세이] 걸어야 길이 되고 멈추어야 비로소 세상이 보인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또 무엇을 하든 사유(思惟)해야 무언가를 얻게 된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적게 방황하고 흔들렸을 텐데요. 늘 깨달음과 후회는 늦게 찾아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간절히 원하는 것들이 밀려왔다 쓸려갔다  흐르다가 멈추다가 원칙을 깨며 춤을 춥니다. 

기억이 자꾸만 흐려지고 가난해지고  쓸쓸해집니다. 그럼에도 꽉 붙들게 됩니다. 더 이상 놓치지 않기 위해.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붙들어야 합니다.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화려하게 떠오르는 해와 노을 진 석양이 편안해질 만큼 익숙해지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억지로라도 어찌해서라도 마지막 인사가 담담히 느껴지는 날에는 환하게 웃고 싶으니까요. 

<사진출처: 코리아맥 블로그>

떠나가는 지난(至難)했던 시간들, '안 테로스(욕망의 신)'의 눈물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게 채워지던 것들, 그것에 채워지던 나의 것들, 첩첩한 욕망을 뚫고 전신을 휘감던 검은 불꽃은 내려놓습니다. 작고 사소하지만 편안한 욕망의 불꽃을 껴안습니다. 봄의 제피로스(Zephyrus)를 두 팔로 껴안습니다.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에 나오듯 나는 다시 길들임에 적응해야 합니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많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정성을 다하려 합니다. 왕자와 장미꽃이 서로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듯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길들일 겁니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란 말이 충분히 실감 나도록 행복할 겁니다. 하나에서 둘이 되는 것, 또 둘에서 하나가 되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반드시 나다운 행복을 향해 갈 겁니다. 

이제는 나보다 더 나를 믿어준 또 다른 내 안의 나와 나를 응원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위해 감사하며 살 겁니다. 

결핍 투성이의 나를 환하게 웃으며 응원해주는 든든한 딸.
세상이 두려운 나에게 억지로 불러내 더운밥을 먹이던 친구.
불쑥 찾아와 함께 힘내자라며 다독이던 오빠.
새 길 떠날 때 쓰라며 두툼한 봉투를 찔러주던 사랑하는 사람.
글이 곱다, 위로된다며 감사의 메시지를 주는 오래된 독자.
한 마리의 새가 되기 위해 찾아간 낯선 여행지에서의 눈물 썩인 콩나물 국밥.
고단할 때마다 울 곳을 찾아다니다가 발견한 울진 어느 바닷가의 붉은 소나무 숲.

모두가 쓰러져가는 나를 일으켜 세워 악착같이 살게 했던 고마운 그들에게 보답할 겁니다. 든든한 배후가 되도록. 오래전 결핍 투성이었던 내게 힘을 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그들을 위해 힘이 나도록 버팀목이 될 겁니다. 

앞으로의 봄은 찬란(燦爛)할 겁니다. 
씨앗은 푸릇한 희망이 가득할 할 겁니다. 그동안 견디느라 고생했기에 아주 많이 씩씩하게 당당히 갈 겁니다. 희망의 곳으로. 꽃길 위에서 보고 듣고 사유(思惟)하며 유목하며 갈 겁니다. 나를 위해 온유한 햇살이 나무 사이로 퍼질 것이고 까치가 기쁘게 과자 부스러기를 쫓을 겁니다. 

여백을 즐기며 갈 겁니다. 정직한 풍경과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며 갈 겁니다. 풍요와 만족을 즐기면서. 느리더라도 내 속도로 갈 겁니다. 파릇이 솟아오르는 희망이 머무는 곳으로, 나를 응원하는 모두와 함께 손잡고 갈 겁니다. 

"내 인생아 파이팅"을 외치며 나에게로 난 꽃길을 뚜벅뚜벅 나답게 걸어갈 겁니다.
그러니 당신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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