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조금’, ‘종종’, ‘어느 정도’…엉터리 해석에 속는 사람들
[공감신문] 이 글을 읽기 전에 필자는 독자인 당신의 성격을 맞춰보려 한다. 가볍게 읽어보고 얼마나 정확한지 스스로 판단해보길 바란다.
“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높이 평가받을 필요가 있지만, 스스로에게는 비판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은 성격에 나약한 측면이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하지 않은, 익숙하지 않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당신은 훈련되어 있고 자신감에 차 있지만, 당신의 내면은 주저와 망설임으로 가득 차 있을 수도 있습니다. 종종 당신의 행동이나 말이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의심이 당신을 공격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당신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좋아하고 변화에 열려 있으며 구속과 제약을 받을 때 잘 견디지 못합니다.
당신은 자신이 독립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과거에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대개 당신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예의 바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향적이고 말이 없으며 차갑기도 합니다. 당신의 바람 중에 몇 가지는 조금 비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
당신은 이 해석에 대해 얼마나 공감했는가? 일부러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면 대체로 맞는 소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당신이 대략 80% 안에 속하는 매우 평범한 사람이란 뜻이다. 뭐 애초에 완전히 빗나가기도 어려운 얘기들이니 그렇게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사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해석은 필자가 쓴 것이 아니다. 이는 지난 1978년 심리학자인 버트넘 포러가 실험한 성격 검사의 결과지를 인용한 것이다. 당시 성격 검사에 응했던 대상자는 모두 동일한 결과지를 받았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대상자들이 평가한 정확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26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엉터리 해석에 공감한 것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얼핏 분석적으로 보이는 이 해석들을 꼼꼼히 따져보면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은근슬쩍 ‘대개’, ‘조금’, ‘종종’, ‘어느 정도’라는 형용사들을 사용해 빗나갈 구석을 원천봉쇄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결국 이 실험을 통해 ‘성격에 대한 보편적인 묘사들이 자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뜻하는 ‘포러 효과’가 증명됐다. 생각해보면 ‘가끔씩’이라는 표현으로 유명한 빵상 아줌마(황선자 씨)도 이 ‘포러 효과’의 가장 큰 수혜자라 볼 수 있다.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똑같다” 그래서 대충 그럴듯한 분석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속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포러 효과로 혈액형, 별자리, 띠별 성격 분석 등이 있다. 60억 인구를 겨우 4~12종으로 분류하려는 무모한 시도임에도 이를 믿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게 놀랍지 않은가.
특히 이런 분류에 사람들이 넘어가는 이유는 자신과 관련 없는 분류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혈액형별 유형을 살펴볼 때 대부분은 본인 혈액형만 관심을 갖고 읽을 뿐 타 혈액형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필자의 혈액형은 O형이지만 혈액형별 분류를 읽었을 때 O형뿐만 아니라 B형, AB형 심지어 A형에 대한 설명에서도 나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혈액형별 분석 자체가 누가 읽어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포러 효과’에 입각한 해석이니까 말이다.
본인의 혈액형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우와! 혈액형별 성격 유형이 생각보다 잘 맞는구나’라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포러 효과’에 대해 정독한 당신이라면 “혈액형이 A형이시라구요? 소심한 성격이시겠네요ㅎㅎ”라는 말은 하지 않으리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