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유레카’. 이 단어는 깨달았다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다. 아르키메데스가 왕관에 섞인 금과 은의 비율을 어떻게 알아낼지 고심하던 중 목욕할 때 욕조에 들어가자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비중의 개념을 깨달아 알몸으로 뛰어가며 외친 말로 유명하다.

이렇듯 새로운 발견 혹은 발명품들은 우연의 일치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핀볼 게임에서 발사된 공이 이리저리 튀어 다니듯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 등이 우연한 부딪힘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현상을 뜻하는 ‘핀볼 효과’라는 단어도 있다. 

이와 함께 뜻밖의 발견, 의도하지 않은 발견, 운 좋게 발견한 것을 뜻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도 사용이 되고 있는 만큼 우연과 발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볼 수 있다. 

이에 뜻밖에 혹은 의도치 않게, 아니면 아주 운이 좋게 발견한 아이디어로 탄생한 ‘우연의 일치가 만든 발명품들’을 소개해 본다. 

군사용 레이더에서 발견한 ‘전자레인지’ 

퍼시 스펜서는 ‘마그네트론’이라는 장비를 점검하다 우연히 전자레인지를 개발하게 된다.

전자레인지의 발명은 20세기 이후 삶을 바꿔 놓았다. 먹다 남은 음식을 고민 없이 냉동실 속으로 넣어버릴 수 있는 행동은 전자레인지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전자레인지 역시 우연의 일치로 탄생한 발명품이다. 미국 레이더 제작 업체인 레이던(Raytheon)사에서 일하던 퍼시 스펜서는 미국 해군에서 무전병으로 복무했던 군인 출신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회사에서 근무하며 군사용 레이더에 필요한 ‘마그네트론’이라는 장비를 점검하다 우연히 전자레인지를 개발하게 된다. 

마그네트론은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를 만들어내는 진공관으로 레이더에서 거리를 계산하는데 쓰인 중요한 장비다. 이 마그네트론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스펜서는 덥지 않은 실험실에서 주머니 속 초콜릿이 녹은 것을 발견했다. 

세계 첫 전자레인지인 레이더레인지(Radarange)

이에 마이크로파가 음식을 데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린 스펜서는 옥수수, 달걀 등 음식재료로 실험을 진행해 요리에 마이크로파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어 1945년 마그네트론을 이용한 금속상자를 만들어 특허를 신청했고 1947년 레이던사는 세계 첫 전자레인지인 ‘레이더레인지(Radarange)’를 제작해 상용화까지 이끌어냈다.

지푸라기와 빨대, 왜 모두 straw일까?

빨대가 없던 과거에는 지푸라기를 빨대와 같이 이용했다.

지푸라기는 영어로 straw이다. 빨대 역시 영어로 straw이다. 왜 이 두단어 모두 straw로 불릴까 의문을 가졌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 의문점에 대한 해답은 빨대가 어디서, 언제, 누구에 의해 탄생됐는지에 대한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이 이야기는 1888년 미국 워싱턴의 한 술집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마빈 스톤은 담배공장에서 종이담배를 마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지금과 다르지 않게 마빈 스톤은 퇴근 후 선술집에 들러 술로 고단함을 달래곤 했다. 

빨대가 발명되지 않은 당시 선술집에서는 위스키와 함께 지푸라기를 함께 제공했다. 이유는 지푸라기를 빨대와 같이 이용해 위스키를 빨아먹기 위해서다. 빨대가 발명된 이후에 태어난 우리로서는 상상이 쉽게 되지 않는 장면이지만 당시에는 흔한 광경 중 하나였다. 

마빈 스톤은 최초의 빨대를 탄생시키며 노동자에서 기업주로 변신하게 된다.

하지만 마빈 스톤은 당시 이 지푸라기를 이용하는 게 좋지 않았다. 짚 특유의 향기로 인해 위스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한 번 사용한 지푸라기를 다시 사용할 수 없던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에 스톤은 길고 얇은 지푸라기와 같이 생긴 종이담배의 내용물만 없다면 지푸라기 대신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종이를 둥글게 말아 접착제로 끝마무리를 한 최초의 빨대를 탄생시킨다. 

마빈은 자랑을 위해 자신이 만든 종이 빨대를 자주 가던 선술집에 몇 개 가져갔는데 이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급기야 빨대 생산을 위한 공장을 세우며 노동자에서 기업주로 변신하게 된다. 

딸을 위해 탄생한 ‘주름빨대’

미국의 프리드만이 발명한 구부릴 수 있는 주름빨대

이렇게 탄생한 마빈의 빨대는 4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또 다른 발견을 맞게 된다. 1936년 미국의 프리드만이 구부릴 수 있는 주름빨대를 발명하게 된 것이다. 

프리드만은 자신의 딸 쥬디스가 종이빨대를 이용해 밀크쉐이크를 먹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곧은 빨대로는 먹기가 불편하다고 판단해 주름을 통해 구부릴 수 있는 빨대를 발명하게 된다. 이 주름빨대가 발명되었을 때 병원에서 환자가 마실 수 있다는 이유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주름빨대는 병원에서 환자가 마실 수 있다는 이유로 큰 인기를 끌었다.

쓸모없는 아이디어로 남았을 ‘포스트잇’

스펜서 실버의 접착제는 아트 프라이(사진)를 만나며 빛을 보게 된다.

1970년 미네소타광업제조(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현 3M의 전신)의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잘 붙기도 하고 반대로 잘 떨어지는 접착제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이 접착제를 본 많은 이들은 잘 붙으면서 잘 떨어지는 접착제의 특징을 신기하게 여겼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접착제를 사용할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 접착제의 본래 기능이 한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이 접착제는 본래 기능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펜서 실버와 아트 프라이(왼쪽)의 모습

이 같은 분위기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던 스펜서 실버의 접착제는 같은 회사 테이프 사업부에서 일하던 아트 프라이를 만나 다시 빛을 보게 된다. 
 
프라이는 매주 일요일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는 그날 부를 찬송가 페이지에 찾기 쉽도록 종이를 끼워 넣었는데 그 종이가 자꾸 빠져 나가 원하는 페이지를 찾느라 불편을 느꼈다. 이를 고민하던 중 스펜서 실버의 접착제가 생각났다. 이 접착제를 종이에 바르면 쉽게 붙일 수 있고 다시 떼어낼 때 찬송가가 찢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현재 포스트잇은 사무실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됐다.

연구를 거듭한 프라이는 붙였다가도 말끔하게 떼어낼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의 접착제를 바른 종이 조각을 개발했다. 이 발명품의 이름이 바로 포스트잇(Post It)다. 

1981년 판매가 시작된 포스트잇은 판매 초창기만 해도 이런 물건을 과연 쓸데가 있을까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에는 사무실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됐다. 실제로 AP통신이 정한 20세기 10대 히트 상품에 포함되기도 했다. 

시트콤만큼 유쾌한 탄생비화를 가진 ‘우렁이농법’

친환경농법 중 하나인 우렁이농법(사진=전남TV)

최근 몇 해 전부터 웰빙의 바람을 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유기농, 친환경농법 등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농법으로 알려진 우렁이농법 역시 우연의 일치로 탄생하게 된 발명품 중 하나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라 할 정도로 제초는 농사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제초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 농법에서 제초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농법이 바로 우렁이농법이다.

우렁이농법 창안자인 故최재명 농부(사진=한살림)

우렁이는 풀을 아주 좋아하는 대식가로 물속의 풀만 먹는 습성이 있다. 모를 크게 키워 모가 물에 안 잠기게 하면 우렁이를 벼를 먹지 않고 오로지 물속의 풀만 먹는다. 

이런 우렁이농법이 탄생하게 된 데에는 어떤 발명품보다 유쾌한 탄생비화가 숨겨져 있다. 우렁이를 처음 논농사에 활용한 사람의 충북 음성의 최재명이라는 농부다. 

이 농부는 오랫동안 친환경농법으로 벼농사를 지어왔는데 우렁이를 활용한 제초를 한 것은 매우 우연한 계기였다. 최 씨의 아들이 시작한 식용 우렁이 사업이 실패해 남은 우렁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최 씨가 논에 뿌렸고, 이후 논에서 잡초가 나지 않는 것을 발견해 우렁이 농법을 개발하게 된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된 우렁이농법 탄생비화

이들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세상을 바꾸는 발견, 발명은 우연의 일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순간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우연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이 우연의 일치를 단순히 넘길 게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만들려면 기회를 알아보는 혜안, 정확한 판단, 칼 같은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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