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영향 받은 업체 지원, '가족과 함께 하는 날' 지정

[공감신문] 정부가 오늘인 23일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내수활성화 대책을 이달 내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작년 11월 95.8, 12월 94.1, 올해 1월에는 93.3을 기록했다.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소비 촉진안’을 발표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800억원을 투입해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매출액, 영업이익이 감소한 업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방법은 지역신용보증재단의 기존 보증 만기를 원금 상환조건 없이 1년 연장하고, 업체당 7천만원 한도로 보증료율을 0.2% 포인트 내외로 인하한다. 더불어 보증율을 85%에서 100%로 확대하는 특례보증도 시행한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에 대해 법인세(3월), 종합소득세(5월), 부가가치세(4·7월) 등 주요 세목의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해주는 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청탁금지법의 기본 취지와 법 시행의 경제적·사회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대책을 발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비심리회복을 위해 이동통신 3사의 경품 가액 제한이 해제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마케팅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동통신 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정한 '현상경품'(추첨이나 선착순으로 당첨자에게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경품) 가액 한도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이통사는 1회당 총합 3천만원, 개별 300만원까지 가액 제한을 두고 현상경품을 제공해왔다.

이 제한을 완화하게 되면 이통사의 마케팅 활동 범위가 넓어져 통신시장의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일반 경품과는 달리 현상경품은 단말기 유통법상 지원금 상한(33만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이통사와 협의를 통해 현상경품 기준 완화 폭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가 호텔·콘도의 객실 요금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호텔·콘도의 객실 요금을 현행 고시 가격보다 10% 이상 인하하면, 해당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를 올해 한시적으로 30%까지 경감해주기로 했다.

재산세율 인하는 중앙부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방세인 재산세의 세율을 낮추려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감면 조례를 제정해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음 달 행정자치부 장관이 주재하고 17개 시도 경제부지사가 참석하는 지역경제정책협의회를 개최해, 지자체와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자체별로 관광산업을 확충하기 위해 호텔·콘도 객실 요금 인하 시 재산세를 경감하는 방안을 선택할 유인이 있다"며 "지자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행자부를 통해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입구

정부는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 하는 날'로 지정하고 유연근무제 등을 활용한 단축근무를 유도한다.

예를 들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30분씩 더 일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날'로 지정된 금요일에는 2시간 먼저 퇴근해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장시간을 보내는 근로 관행이 소비를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내놓은 소비 촉진책이다.

이 대책은 일본 정부가 기업들과 함께 추진 중인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달 24일부터 매달 마지막 금요일을 일본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정하고 직장인들이 오후 3시에 퇴근해 쇼핑이나 외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쇼핑센터·상가 등은 직장인들이 조기 퇴근하는 금요일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나 캠페인을 준비하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지정으로 하루 약 1조2천5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일본 내에서는 내수 진작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큰 편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점점 악화되는 내수 경제를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발표된 대책이 모두 계획단계라는 점이다. 정부의 대책이 시행되려면 관계 기업, 지자체 등 협의해야 할 곳이 많다.

특히 금요일 2시간 조기 퇴근을 내용으로 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은 시행이 되더라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 날 시행으로 소비가 촉진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는 이유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고, 재정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내놓은 정책으로 보인다.

소비 방법으로 온라인·모바일 쇼핑 등이 존재한다. 모두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에는 이 방법으로 백화점 제품, 대형마트의 식료품·생필품 등을 모두 구매할 수 있다.

즉 금요일에 두 시간 일찍 퇴근하지 않더라도 소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아울러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을 기업에서 반가워 할 지도 의문이다. 기업 상황에 따라 금요일에 필수적으로 근무를 해야 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 사정으로 인해 이 날 조기 퇴근하지 못한 근로자는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을 즐기는 이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일부는 이미 이 날을 공무원에게만 좋은 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정부의 계획은 분명 국민과 국가를 위한 대책이다. 하지만 현실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계획·발표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세부적인 상황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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