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아예 건드리지 않는 게 나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자 애초 능력이 안 되는 국회에서 이를 건드리는 바람에 나라만 어지럽게 됐다는 말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엉뚱하게 국민연금마저 들쑤시는 바람에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소리가 높다.
이번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우리 국회의 실상과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야는 오직 표만 의식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 여야는 노장년층의 표를 의식해 그들을 챙기느라 청년층과 미래 세대가 져야 할 짐을 아예 외면했다. 또 공무원단체를 협상에 끌어들이는 바람에 시종일관 질질 끌려 다녔다. 젊은 세대가 국민연금에서 대거 이탈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앞으로가 문제다. 아예 없었던 일로 하진 못할 것이고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다시 협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같은 건 아예 없었던 일로 해야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애초 여야 정치권이 마음대로 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나라의 미래와 2113만 명 국민의 노후가 달린 중차대한 일이다. 그래도 정 국민연금에 손을 대고 싶다면 먼저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엄중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무늬만 개혁이 아니라 실질적인 개혁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급률을 1.9%에서 1.7%로 0.2%포인트밖에 깎지 못해 재정절감 효과를 축소한 것부터 손을 봐야 한다. 지급률을 20년에 걸쳐 서서히 깎도록 해 현직 공무원들이 빠져나가게 설계한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단체를 배제한 상태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좌우간 이번의 실수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다. 행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수치를 40%와 50% 사이 적당한 선에서 야합하려고 했다가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다만 공적연금 강화 방안을 사회적 공론에 부칠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원점에서 최대한 여론을 수렴해 최선의 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또 다시 시간에 쫓겨 졸작을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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