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전기와 가스, 수도와 교통서비스와 같은 이른바 공익서비스가 갖고 있는 대표적인 특성은 ‘모든 국민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한마디로 보편적인 서비스이다. 다시 말해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정부든 민간이든 관계없이 원하는 국민들에게 해당 서비스를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는 의미도 된다.
이러한 ‘보편적서비스’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전기사업자인 AT&T사의 베일(Theodore Vail) 사장이다. 그는 1908년 당시 AT&T사업광고에서 ‘One System Policy, Universal Service’라는 표현을 썼다. 통합된 하나의 통신망을 사용해서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광고를 통해 표방했던 것이다. 그 후 AT&T사는 보편적서비스 개념을 기초로 미국 전화 시장의 독점을 정당화하고 독점 구조 아래 전화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갔다. 또한 적정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전 국민에게 보편적인 전화 서비스의 혜택을 제공하게 되었다. 경제원론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 경쟁원리에 따른 소비자후생 증가와는 사뭇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보편적서비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 더해 누구에게나 동일한 요금으로 이용가능하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그런데, 요금수준의 동일성은 사실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와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효율성의 기본적 조건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사업자가 이익도 남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손실도 보지 않는 수준에서 시장 가격이 설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만 공익사업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이 달성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공익서비스 요금이 차별적인 경우, 예컨대 전기요금의 경우 농업용과 가정용, 산업용 요금이 달리 설정되는 이유 중의 하나도 (해당 사업자의 초과이윤을 허용하지 않고자 하는 일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고육책인 것이다. 만일 공익서비스의 가격이 용도나 지역에 관계없이 동일하다면 서비스가 남용되거나 그 이용이 지나치게 적어서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공익서비스의 요금은 지역이나 용도, 이용자 등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설정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공평성 관점에서의 주장이 일견 보편적서비스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다. 공공요금의 공평 문제를 일반적 공평성의 개념을 적용하여 해석해보면 능력에 따른 부담과 세대 간 부담의 공평성, 소비자와 생산자 등 경제주체들 간 공익서비스 부담의 공평성을 통해 공공요금의 배분적 정의를 실현하자는 주장들이다. 다시 말해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낮은 요금을 매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전화요금의 경우 고소득층 이용률이 높은 국제전화요금은 높게 책정하고,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하는 시내통화요금은 낮춤으로써 공익서비스 가격설정의 공평성이 어느 정도는 달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주장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사회적 후생의 극대화 관점에서는 보편적서비스가 단지 공평성의 문제뿐 아니라 효율성의 관점을 함께 충족하는 서비스로 이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보편적서비스가 전제되는 공공요금 설정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자원배분의 기본 원칙인 효율성과 공평성을 함께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에서의 공익서비스들이 보편적서비스가 되려면 동일요금체제를 기본으로 하되 그로 인해 평균이상의 편익을 누리는 지역 또는 수혜자들이 실질적인 손실을 보는 지역 또는 수요자들에게 해당 수혜분을 양도하도록 하면 된다. 예컨대 대도시지역은 한계비용 이상의 요금을 매기되, 산간도서와 낙후 지역은 한계비용보다 낮은 요금을 책정함으로써 대도시지역민들이 산간도서 지역민들을 보조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가격차별화 전략은 효율성 측면보다는 공평성 관점을 보다 많이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정책목표들을 고려해야 하는 여건에서 사회 후생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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