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2017년 3월 5일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경칩(啓蟄)이다. 이 날은 농경사회를 이루며 살았던 우리 선조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24절기 중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로쇠 수액 마시는 날로 더 유명하다.

이억영 作 /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

경칩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 계칩(啓蟄)이라 불리기도 한다. 날씨가 따뜻해 각종 초목의 싹이 트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땅위로 나오려고 꿈틀거린다고 해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

경칩은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는 3월 5일 무렵이 된다.

중국 후한시대 역사가 반고가 저술한 역사서인 한서(漢書)에는 열 계(啓)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자를 써서 계칩이라고 기록했다. 그러나 후에 서한의 7대 황제 시대에 놀랄 경(驚)자를 써 경칩으로 변경한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경칩 무렵에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허준이 저술한 ‘동의보감(東醫寶鑑)’ 논일원십이회삼십운(論一元十二會三十運)에는 “동면하던 동물은 음력 정월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에 해당하며, 음력 9월에는 동면을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입동에 해당한다”라고 표기 돼 있다.

조선시대 왕실은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을 내리기도 했다.

조선 ‘성종실록(成宗實錄)’은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했다.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다.

"올 해는 풍년이 들기를..."

경칩의 대표적인 풍속으로 선농제(先農祭), 보리싹점, 개구리울음점이 있다.

선농제는 선농단에서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에게 임금이 풍년을 기원하며 지낸 제사다.

신농과 후직은 농사짓는 법을 처음 가르쳤다고 하는 고대 중국의 제왕이다. 선농단은 현재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다. 1476년(성종 7) 이곳에 관경대(觀耕臺)를 쌓아 오늘날의 선농단이 됐다.

선농제는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오랜 전통이었느나 선농단에서 왕이 친경하는 제도는 1909년(융희 3)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현재는 돌단만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선농제 /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보리싹점은 농가에서 자라고 있는 보리싹의 성장 상태를 보아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는 농점(農占)이다.

경칩에 보리의 싹이 자라고 있는 상태를 보아 점을 치는 방식이다. 보리의 싹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고 생기 있게 잘 자라고 있으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믿는다.

경칩에 보리싹점을 치는 것은 한 해 농사를 시작하면서 그 해의 풍흉을 가늠해 보고자 하는 선조들의 바람이 담긴 풍속이다.

개구리울음점은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처음 듣게 되는 상황에 따라 한 해 동안 몸의 고단함과 식복(食福) 그리고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속이다.

경칩 무렵에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난다. 농촌은 담배모를 심고 과일밭을 가꾸며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때는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완전히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다. 보리, 밀, 시금치, 우엉 같은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농촌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농부들도 겨울 동안의 휴식에서 깨어나 부지런히 일을 하여야 할 때이므로 이때 동면에서 깨어나 우는 개구리 울음소리에서 특히 한 해 일의 많고 적음을 예견하고자 한 것이다. 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수확할 작물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풍년을 의미할 것이다.

경칩 음식

1. 고로쇠 수액 

경칩 무렵에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마신다. 단풍나무물마시기, 고리수먹기라고도 한다. 경상도에서는 고로쇠물을 약물이라 불러 약물 마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며 골리수(骨利樹)나무, 고리실나무, 고리수나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이 나무는 지리산 아래 구례 등지에 분포한다.

고로쇠나무 밑동에 상처를 내면 거기서 수액이 나온다. 이 물을 마시면 몸에 병이 생기지 않으며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고 뼈가 아픈 데 약이 되며 속병에 아주 좋아 무병장수한다고 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고로쇠 수액은 아무리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고 오히려 약이 된다고 해서, 경칩 무렵에는 외지 사람들까지 이 약수를 구하러 온다. 근래에는 주문을 해 사서 마시기도 한다.

고로쇠 수액은 대개 경칩을 전후해서 약 10일 동안 나온다. 보통 3일 동안 한 말 정도 마셔야 일정한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한다.

고로쇠 수액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으면 좋은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고로쇠 수액 채취 /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2. 봄나물

경칩에는 고로쇠 수액과 더불어 봄나물을 먹는다. 대표적인 봄나물로 냉이, 취나물, 달래 등이 있다.

냉이는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나물이다.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주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채소임에도 불구하고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A와 C,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냉이는 단백질과 함께 칼슘과 철분 등 무기질 함량이 풍부해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이나, 출혈 환자에게 좋다고 알려졌다. 냉이는 주로 된장국으로 많이 먹는다.

달래 / 출처=네이버 음식백과

취나물은 전국의 산에서 자생하는 산채로 맛과 향이 뛰어나다. 봄철에 나오는 취나물이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다. 부드럽고 연한 녹색을 띠는 것이 뻣뻣하지 않고 향이 좋다.

취나물은 비타민 A가 풍부하다. 취는 어린잎과 줄기를 쌈이나 나물, 튀김으로 먹으며 김치로 먹기도 한다. 아울러 칼륨 함량이 높은 알카리성 식품으로 체내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

달래는 냉이와 함께 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이른 봄부터 들이나 논길 등에 커다란 덩이를 이루며 자란다. 줄기가 마르지 않은 것이 싱싱하다.

달래는 비타민과 칼슘이 풍부하며 육류 요리 시 같이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다.

달래는 비타민 C와 칼슘이 풍부해 식욕 부진이나 춘곤증에 좋다. 또 빈혈을 없애주고 간장 작용을 도와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경칩 대표 음식, '고로쇠 수액' 접할 수 있는 장소

1. 지리산

지리산은 신라 5악의 남악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리산은 남한 내륙의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을 주봉으로 한다. 서쪽 끝의 노고단(1507m), 서쪽 중앙의 반야봉(1751m) 등 3봉을 중심으로 해 동서로 100여 리의 거대한 산악군을 형성하고 있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주능선을 중심으로 해서 각각 남북으로 큰 강이 흐르고 있다. 하나는 낙동강 지류인 남강의 상류로서 함양·산청을 거쳐 흐르고, 또 하나는 멀리 마이산과 봉황산에서 흘러온 섬진강이다.

이들 강으로 화개천, 연곡천, 동천, 경호강, 덕천강 등 10여 개의 하천이 흘러들며 맑은 물과 아름다운 경치로 ‘지리산 12동천’을 이루고 있다.

지리산은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쌍계사 등 유서 깊은 사찰과 국보·보물 등의 문화재가 많으며, 800여 종의 식물과 400여 종의 동물 등 동식물상 또한 풍부하다. 1967년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됐다.

지리산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여러 지역에 걸쳐 있다. 자신이 가까운 곳을 선택해 고로쇠 수액을 접하면 된다.

지리산 / 출처=두산백과

2. 울릉도 

울릉도는 경상북도에 위치한 섬이다. 중앙부에는 최고봉인 성인봉(984m)이 있고, 그 북쪽 비탈면에는 칼데라화구가 무너져내려 생긴 나리분지·알봉 분지가 있다. 섬 전체가 하나의 화산체이므로 평지는 거의 없고, 해안은 대부분 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65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39종의 특산식물과 6종의 천연기념물이 있다. 또 흑비둘기 등 62종의 조류(텃새 24종, 철새 38종)가 서식해 동식물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근해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조경 수역으로 오징어·꽁치·명태 등이 많이 잡힌다.

울릉도 고로쇠 수액은 우산고로쇠라 한다. 우산고로쇠는 열매와 날개가 모두 특히 커서 고유종으로 보기도 한다. 또 수형이 고로쇠에 비해 벌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이상으로 공감신문 포스트 경칩 편이었다.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을 맞아 야외활동도 하고 근처 가까운 산을 방문해 봄의 정취를 느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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