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건곤일척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매머드 급 선거캠프가 등장하는 등 선거참모와 책사策士들의 전성시대도 만개하고 있다. 정치를 하고 있는지, 정치를 계속 망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우리 정치판에도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선거 대목을 맞아 분주하다. 

소수정예보다는 인해전술이다. 대선 주자들 주변에는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한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막강하고 화려한 진용을 이루어 눈이 다 부실 지경이다. 교수, 법조인, 관료, 언론인, 장성 출신을 비롯해 재기를 노리는 정치권 주변의 낭인에다 프로 정치인 뺨치는 연예인까지 가담해 선거캠프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런저런 인연의 제제다사濟濟多士, 재자가인才子佳人들이 대선 후보자의 우산 아래 구름 같이 몰린 것이다. 그야말로 준비된 후보와 문무를 겸한 군현운집群賢雲集의 양상인지 빛 좋은 개살구의 외화내빈인지는 알 수 없다. 차고 넘치는 영입인사의 면면이 그래도 볼 만 하다는 호평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혹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가운데 잇따른 설화舌禍와 난맥상으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는 형국이다.

삼고초려로 영입되어 줄을 선 것인지, 마지막 노욕老慾인지, 우국충정의 발로인지, 순수한 자원봉사인지도 궁금하지만, 경력과 인품이 돋보이거나 말거나, 이제 제발 그만 보았으면 하는 재활용 낙선 정치인, 고물로 변해보이는 전직 장관 등도 캠프를 빛낸다. 

어느 선거 캠프에도 속하지 못한 정치인, 정치지망생들은 선거특수에서 낙오한 팔불출이라고 보아야 할지도 몰라 아연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중 상당수는 일거에 전세를 좌우하는 선거전문가나 제갈공명을 감히 자처하기도 하나, 옥석玉石은 제대로 가렸는지, 감표요인인지 득표요인인지, 팔방미인인지, 함량미달인지는 모를 일이다. 

옥에 티가 될 것인지 티에 옥이 될 것인지, 개밥에 도토리인지, 지지후보의 집권 후에는 누구처럼 비선실세가 될 것인지는 결국 1표를 행사해야 하는 후보나 유권자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선거캠프에서는 정체불명의 각종 벼슬과 감투도 남발된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대선이 21일, 국회의원· 도지사는 14일로 매우 짧지만 선거판의 벼슬도 벼슬이라면 벼슬이다. 선대위원장, 선거대책본부장, 특보, 자문단장, 대변인, 홍보본부장, 상황실장, 기획실장, 00위원 등등. 동일한 자리를 수 명이 공동으로 차지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전공분야가 특별히 있는지는 알 수 없어도 대부분 그럴듯한 장長 자리를 하나쯤은 맡아 활약한다. 

그럴듯한 직위의 선거용 명함도 선거 캠프에서 완장 삼아 나눠준다. 선거판에서의 조직은 일종의 TF(테스크포스)같은 한시적인 것이지만 선거 기간 중에 그래도 높은 자리를 선점해 놓는 것이 선거 후 논공행상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조금이라도 더 그럴듯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그 과정에서 캠프 내부의 권력 암투도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선거가 끝나면 해단식을 하고 추호의 미련도 없이 뿔뿔이 헤어져서 각자의 생업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다. 하지만 후보의 당선 이후의 예상되는 이익과 권세, 호가호위 등을 언감생심 바라고, 선거판에서부터 우선 유리한 고지,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은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거판에서의 참모들 간의 권력 관계나 직위는 후보자와의 친소 관계가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나이, 경력, 능력 등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선거판 이후에 이런 창업공신, 개국공신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분골쇄신의 종군從軍 과정에서 이런 저런 실적이나 공로를 쌓아야 하고, 잠룡인 후보의 눈에 들어야 한다. 따라서 후보에게 눈도장을 자주 찍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표가 모인 현장에 있어야 할 운동원이나 참모가 선거 기간 내내 후보 주변에서만 주로 맴돌기도 한다.

자신이 민 후보가 당선이 되면 그들은 선거 이후의 논공행상에 따라 일약 창업공신, 개국공신의 반열에 올라 스스로 적재적소라 믿고 싶은 현직顯職에 점령군이나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포진한다. 전문성이야 있건 없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 정도야 당연하게 깔아 뭉기고, 그동안 분투했던 승자勝者의 일원으로서의 지위와 특권의 과실과 떡고물을 챙기는데 혈안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먼저 주고받느냐, 나중에 주고받느냐의 타이밍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매관매직의 성격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선거캠프에서는 모두가 <출사표>의 제갈공명 행세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의 립 서비스와 어설픈 총애를 받는 막빈, 책사들은 선거 전략은 물론 중구난방식의 필승 아이디어나 비장의 책략을 후보에게 전하려고 안달을 하기도 한다. 후보의 일관된 이미지 유지, 선거 캠페인의 통일성, 이슈의 제기와 선점, 타이밍 등을 나름 고민한 백가쟁명의 한탕주의 식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까지 그럴 듯하게 제시해 상당한 관심을 끌기도 한다. 또 살얼음판 같은 선거판에서 막말과 트위터, 댓글 등으로 공격과 방어를 맡아 선거판을 오도하기도 하고 후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어떤 선거캠프는 수준 높은 개그나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가관可觀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선거참모로서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나는 최소한 50만 표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등의 호언장담은 기본이고, 1백만 표 정도는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다는 등 허풍도 판을 친다. 소위 전쟁이라는 선거판에서 문일지십聞一知十, 일당백, 일기당천, 만부부당지용의 용맹과 지혜까지 자랑하는 출장입상出將入相의 행세를 하는 현실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어느 광역시의 시장 선거판에서 경험한 일이다. 어떤 선거참모의 경우, 내락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후보가 당선되면 2인자쯤 되는 정무부시장政務副市長이라는 요직은 따 논 당상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에 먼저 취한 것인지 선거대책본부 내에서 전횡과 독선이 너무 심하다는 불평불만이 선거캠프에 가득했다. 후보자의 고교 후배였고 대학에서 강의를 한 경력도 있어 좋게 평가하면 ‘폴리페서’ 정도의 자격은 되는 모양이었다. 

오차범위 이내였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자 더욱 기고만장해 후보 주변에 인의 장막을 치고 선대본부장 등 많은 참모들의 후보 접근까지 차단하는 등 마치 선거가 끝나 당선이 된 것처럼 오버하는 행동을 자주 해 안하무인, 오만방자하다는 빈축까지 사는 지경이었다. 

참다못한 어떤 선대본부장은 “정무부시장이 이미 된 듯 설치는 저 자의 정무政務를 정무停務시키지 않으면 선거에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것”이라고 선거 종반의 판세를 예측하며 부글부글 끓었다. 개표 결과, 그 시장 선거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패배해 정무停務 당하지 않은 그 선거참모가 정무부시장으로 가는 다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포와 동탁 (왼쪽부터) /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양금택목이서良禽擇木而棲 현신택주이사賢臣擇主而事.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깃들이고 지혜로운 신하는 주인을 가려 섬긴다. 그러나 맹장 여포는 역적 동탁의 수하가 되어 마구 싸웠다. 의로운 자는 명분과 도덕을 지키지 않는 자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지 않으며 지혜로운 자는 어리석은 군주와 장수를 위해서 꾀를 내지 않는다. 義者不爲不仁者死 智者不爲闇主謀. 《삼략》 <중략>에 나오는 지혜다.

사기 / 사진 출처=네이버 캐스트

태사공의 《사기史記》 등에서는 책사나 참모를 식객食客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당시 식객은 세력이 있는 부호나 권력자에게 자신의 재주와 실력을 팔았던 인물들이다. 때로는 등용의 기회를 원하는 선비나 때를 기다리는 영웅호걸이 식객 노릇을 잠시 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지식인이나 어떤 분야의 엘리트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계명구도의 고사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장 용병傭兵의 역할도 수행하는 비정규직 상태의 고학력 실업자이거나, 하릴없는 건달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식객 중에는 낭중지추囊中之錐와 같은 인물들도 많았다고 보인다. 종횡가는 중국 전국시대에 각국의 군주君主들을 찾아다니며 부국강병책 등을 유세한 일군의 인물들을 말한다. 여러 나라를 종縱과 횡橫으로 각각 묶으려는 외교가外交家, 책사策士 모사謀士들의 총칭이다. 

합종책을 편 소진蘇秦과 연횡책의 장의張儀가 대표적으로 성공한 경우다. 《전국책戰國策》 <조책>은 좋은 말을 전한다.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하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

J. F. 케네디 대통령 /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세상은 크게 바뀌고 있으나 구태의연한 선거판의 풍경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안타깝다. 어쨌든, 선거는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나뉘는 제로섬 게임이다. 선거에서의 승리 여부가 후보자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지 선거참모 등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이기면 모든 요인이 승인勝因이 되고 지면 모든 것이 패인敗因으로 귀착된다. “승리는 100명의 아버지가 있지만 패배는 고아다.” 선거판의 책사, 선거캠프의 참모, 후보 자문단, 멘토, 조언그룹 등 모든 정치컨설턴트들이 잘 알고 있는 J. F. 케네디 대통령(1917~1963)의 명언이다.

* 위 칼럼은 본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