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거짓말로 서로 속이면서 즐거워하는 날”

 

[공감신문] “가벼운 거짓말로 서로 속이면서 즐거워하는 날” 4월 1일, 만우절의 사전적 의미다. 의미 처럼 만우절은 특정 대상이나 여러 대상에 가벼운 장난 등으로 즐거움을 주는 날이다.

간혹 심한 장난이나 거짓말로 공권력이 낭비되고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하는 날이지만, 대다수는 만우절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일부는 만우절을 통해 사랑 고백을 하기도 한다. 고백 한 뒤 차여도 만우절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결코 필자가 그런 경험을 해본 건 아니다.

다양한 의미를 지닌 만우절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만우절 편을 통해 만우절의 유래와 관련된 사건들을 알아보기로 하자.

◈ 유래, 프랑스에서 시작돼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다

서양은 4월 1일 만우절을 All Fools’ Day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여러 가지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 듯한 거짓말로 타인을 속이거나 헛걸음을 치게 한다. 서양은 만우절에 속은 사람을 4월 바보(April fool)라고 부른다.

만우절의 가장 일발적인 유래로 꼽히는 곳은 프랑스다. 과거 프랑스 새해는 현재 달력에서 3월 25일이었다. 이 날 부터 4월 1일까지 축제가 열렸다. 마지막 날인 4월 1일에는 선물을 교환 하는 풍습이 있었다.

현재와 비교하면 새해 축제와 비슷한 개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564년에 샤를 9세가 새로운 역법을 적용하며 프랑스 달력도 현재 달력과 같아진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여전히 4월 1일을 새해 축제 최종일이라고 생각해 그날 선물이 교환했다.

이 때문에 당초 새해를 기념하는 선물의 의미가 퇴색됐고 프랑스 사람들은 4월 1일 성의 없는 선물을 선물하거나 장난을 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영국을 비롯한 유렵 각지로 만우절이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만우절은 동양에서 기원?

만우절 동양기원설도 존재한다. 인도에서는 봄에 불교의 설법이 행해졌다. 설법은 3월 31일에 끝났다.

인도 불교 신자는 설법 기간이 지나면 수행의 보람 없이 원상태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설법이 끝나는 날인 3월 31일을 나유절(揶揄節)이라 부르며 타인에게 쓸데없는 일을 시킨 후 그것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 빌게이츠 암살? 만우절 거짓말 모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우절은 개인을 넘어 유명인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는 데 특히, 유명한 사례 몇 가지를 모아 소개하도록 하겠다.

빌 게이츠가 암살됐다고?

한 네티즌이 CNN과 똑같은 모방 사이트를 만들어 '빌 게이츠가 암살'됐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한 사건이다. 우리나라 MBC와 YTN도 이에 속아 속보로 빌 게이츠 암살 소식을 전한 후 사과방송을 하기도 했다.

2003년 4월 4일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 암살 뉴스가 전해졌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도 흔들렸다.

당시 MBC는 4일 오전 9시 40분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피살됐다고 CNN이 4월 4일 긴급보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게이츠 회장이 한 행사장에 참석했다가 총 2발을 맞고 인근병원으로 실려 갔으나 숨진 것으로 판명됐다”며 가짜 CNN 보도를 그대로 전했다.

사진출처=MBC 뉴스

15분 뒤 빌게이츠 암살 소식을 실은 CNN 사이트가 가짜라는 걸 확인한 MBC는 “게이츠의 피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네티즌이 CNN과 똑같은 모방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그 곳에 실린 빌 게이츠 피살 기사를 기자가 보고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YTN도 MBC와 마찬가지로 관련 내용을 내보냈다가 “시청자 여러분께 혼선을 빚은 점 사과한다”고 만우절 가짜 뉴스에 속은 것을 시인했다.

타코 자유의 종

1996년 4월 1일 미국 회사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인 ‘타코 벨’이 자유의 종을 사들여 '타코 자유의 종'으로 이름을 변경했다는 내용의 광고를 뉴욕 타임즈를 통해 보도했다. 벨(bell)은 종을 뜻한다.

자유의 종(Liberty Bell)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에 있는 종이다. 예전에는 펜실베이니아 주립청사(현재는 독립기념관으로 명칭 변경) 첨탑에 있었다.

이 종에는 “모든 땅 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를 공표하라”(Proclaim LIBERTY throughout all the land unto all the inhabitants thereof)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다. 이름처럼 자유의 상징같은 종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자유의 종'

이 같은 자유의 종에 ‘타코’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보도를 접한 이들은 백악관 대변인 마이클 맥커리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이에 맥커리 대변인은 링컨 기념관도 팔려 '포드 링컨 머큐리 기념관'으로 이름이 바뀔 것이라는 만우절에 걸맞는 센스있는 대답을 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에는 미국 대통령 이름과 같은 ‘링컨’이라는 모델이 있다.

쵸재깅, 스파게티 나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등장하기 전 cyworld(싸이월드)는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계정을 갖고 있을 정도인 핫한 SNS였다.

쵸재깅

싸이월드 운영진들은 2009 만우절을 맞아 cyworld란 알파벳을 한글로 바꿔 입력하면 나오는 ‘쵸재깅’이란 단어를 로고로 바꿨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정말 cyworld가 쵸재깅인가’하며 입력해보는 사람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1957년 영국 BBC 프로그램 파노라마는 만우절을 맞아 스위스에 있는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장면을 방영한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BBC에 전화를 걸어 스파게티 나무의 재배법을 알고 싶다며 큰 관심을 보인다.

당시는 인터넷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렇기에 스파게티 나무라는 해괴한 나무를 믿을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로도 BBC는 거의 해마다 기발한 만우절 장난을 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애플의 첫번째 컴퓨터 조립 키트 '애플 I'

◈ 4월 1일은 단지 만우절만이 아니다!

대부분 만우절로 알고 있는 한 4월 1일은 미국 전자제품 회사인 애플에 매우 뜻깊은 날이다. 1976년 4월 1일 스티브 잡스가 스티브 워즈니악, 론 웨인과 잡스의 부모님 차고에서 컴퓨터 조립 키트인 '애플 I'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4월 1일은 애플 창립일이 됐다.

애플 창립자 故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왼쪽)

거짓말 같은 군 제대와 동시에 예비군에 편입하는 게 우리나라 군인들의 현실이다. 4월 1일은 예비군이 창설된 날이다.

1949년 대한민국 육군은 보조 전력으로 상설 예비군 조직인 호국군을 잠시 운용한 바 있다. 호국군은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정규군과 완전히 통합됐다.

애플이 오는 9월 공개할 '아이폰 8'의 콘셉트 디자인

이후 1961년 12월 '향토예비군설치법'이 제정됐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당시에는 부대 편성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대한민국에 무장 공비를 보낸 사건인 1·21 사태로 남북 관계가 악화됐다. 이후 군 전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에 1968년 4월 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식으로 예비군을 창설했다.

수산인의 날

수산인의 위상을 확립하고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날, 수산인의 날. 매년 4월 1일 개최되는 대한민국 기념일이다.

수산인의 날은 1969년 4월 1일 제정된 뒤 1973년 권농의 날과 통합됐다. 1996년 농어업인의 날(11월 11일)로 바뀌었고, 바다의 날(5월 31일)에 어업인이 참여하는 형태로 변경됐다. 그러다 2011년 공포된 수산업법에 관련 규정이 추가돼 39년 만에 수산인의 날이 부활됐다.

홍콩 최고의 가수이자 배우 장국영. 4월 1일은 그의 기일이기도 하다. 장국영은 2003년 4월 1일 46세라는 젊은 나이로 홍콩에서 사망했다.

장국영이 죽은 4월 1일은 만우절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많은 팬들이 언론사의 이벤트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장난을 치고 사랑 고백을 하기 위해 만우절을 기다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당한 장난과 활용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만우절이라는 이유로 소방서, 경찰서 등 위급한 상황을 대비하는 곳에는 장난을 치지 않길 바란다.

재미로 한 장난으로 인해 누군가는 생명이 위독해 질 수도 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귀엽고 잘생긴 외모를 가진 필자는 만우절을 맞아 적당한 장난으로 독자들이 즐겁기만을 바랄 뿐이다. 귀엽고 잘생긴 외모라는 말은 만우절 장난이 아니다. 지금까지 만우절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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