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 그 죽지 않는 인기

[공감신문] 미드 ‘워킹데드’의 7번째 시즌이 3일 저녁, 시즌 피날레 에피소드를 방영했다. 작년 10월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부터 시청자들의 멘탈을 순두부처럼 부숴뜨리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번 시즌이지만, 시즌7 전체에 대한 시청자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개의 에피소드를 매주 꼬박꼬박 챙겨봤을 ‘좀비’ 마니아들은 올해 말에 방영될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좀비 마니아들에게 좀비를 다룬 영화·드라마·게임·서적 들을 소개해본다. 소개할 작품들이 기존 유명한 좀비물과는 조금 다른 면도 존재하기 때문에 나름 신선함을 줄 수도 있겠다. 물론 좀비 입문자들을 위한 기초 지식도 함께 알아볼 예정이다.

좀비는 첫 등장 이후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사랑받는 콘텐츠 소재다.

■ 좀비물의 기원과 변천사

좀비(Zombie)의 기원을 따져보면 부두교의 전설 속 가사상태 노예를 지칭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사실. 하지만 대중문화 속 좀비는 죽은 이가 되살아났거나, 원인 불명의 질병에 감염되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의 시체 괴물을 지칭한다.

영상매체에서 처음으로 좀비가 다뤄지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꽤나 예전의 일이다. 그러나 좀비의 전체적인 개념을 정립한 것은 보통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라고 알려져 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제작한 조지 로메로 감독.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비롯한 구 세대의 좀비들이 느릿느릿 걸어다니며 주인공들을 위협했다. 이는 영화가 저예산으로 제작돼 전문 엑스트라를 고용할 여력이 부족하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덕에 오히려 더 기괴하고 공포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과거의 좀비 영화들이 흑백갈등, 반공 이데올로기, 냉전, 물질주의에 대한 은유적 비판을 담고 있다는 해석도 좀비물의 인기에 한몫 했다.

이후 흥행 소재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끈 좀비는 여러 작품에서 꾸준히 등장해왔다. 다만 시대의 흐름과 대중의 요구에 따라, 작품을 만드는 제작자의 성향에 따라 과거와 달라진 점도 많다.

최근의 좀비들은 주로 전력질주를 한다. ‘새벽의 저주(2004)’나 ‘28일후(2002)’는 ‘뛰는 좀비’가 등장하는 대표적 영화라 할 수 있다. 뛰는 좀비의 등장은 관객들의 요구 수위가 높아지며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성향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게임 Left 4 Dead에는 온갖 종류의 특수한 감염자(좀비)들이 등장한다.

또한 좀비가 영화 등 영상매체를 넘어 게임 산업에서까지 인기를 끌면서, 고난이도 게임 플레이를 원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일반적인 좀비에서 벗어난 특수 좀비들도 등장하고 있다. 게임 속에서 묘사되는 특수한 좀비들은 벽을 기어오르거나 부식성 액체를 뱉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좀비 마니아들 중에는 이러한 특수 좀비에 반감을 지닌 경우도 있다. 좀비물의 매력으로 꼽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형’, 그리고 ‘소수일땐 나약하지만 다수일 땐 위험한 존재’라는 포인트가 특수좀비라는 요소로 인해 희석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 좀비 아포칼립스 작품 속의 클리셰들

좀비를 다룬 여러 작품 속에는 빈번하게 등장하는 설정과 상황들이 있다. 어째서인지 좀비에 대한 설정이 다양해진 최근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감염경로’다.

좀비 감염의 원인은 '타액이나 혈액'이라는 설정이 가장 흔하다.

대체로 좀비의 감염경로는 그들의 공격수단인 손톱, 이빨 등으로 묘사된다. 때문에 좀비물에 등장하는 베테랑 생존자의 경우,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온몸을 칭칭 감는 등의 연출도 있다.

또한 주인공과 가까운 동료가 감염이 되고, 그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끝내 좀비로 변하지 않도록 도와주는(죽이는) 장면도 많이 등장한다. 이는 종종 역이용되어, 극중 악역이 좀비에게 물리지만 주인공은 그가 좀비가 되도록 내버려둔 채 떠난다는 등의 연출도 존재한다.

좀비 소재의 작품 속에는 구형 라디오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라디오에서는 정부의 쓸모없는 정보가 나오는 게 클리셰.

이밖에도 좀비 전염병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가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의 라디오·TV 방송을 하지만 생존자 일행은 이를 믿지 않는다던가, 혹은 도리어 정부군에 의해 위험에 처하거나 약탈을 당하는 등의 설정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대체로 좀비 아포칼립스 작품 속에서 정부는 무능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식으로 묘사되는 편이다.

추가적으로, 동료를 위해 좀비떼에게 투신하는 등의 영웅적 행위도 좀비물에 감동을 추가하는 요소로 빈번하게 등장한다. 허나 그런 영웅적 희생을 하는 캐릭터가 대체로 흑인이나 노인이라는 점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 좀비를 다룬 드라마 : 좀비 치료 약물이 개발된다면?

영국 드라마 인 더 플래쉬(In the Flesh, 2013)

인 더 플래쉬(2013)

좀비 마니아라면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 한 발상을 다룬 영국 드라마다. 좀비 치료약물이 개발되면서 좀비 사태가 잦아들고, 치료 과정을 끝낸 좀비들이 사회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작품으로, 현재 시즌2까지 제작됐다. 작중 사람들은 여전히 좀비에 대한 반감과 두려움을 지닌 채였고, 때문에 치료된 좀비들을 대상으로 인종차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다.

한편 주인공을 비롯해 과거 좀비였던 사람들은 약물치료 과정에서 좀비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부작용’을 겪는다. 그러한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받는 좀비들은 사람을 죽이고 잡아먹었다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다.

흔히 좀비물이 종말과 종말 이후를 다루는데 비해, 해당 작품은 종말이 아닌 ‘재건’과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수작이지만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는 시즌3의 제작이 대기 중인 상태라고.

■ 좀비를 다룬 영화 : 좀비물의 클리셰를 꼬집는 코미디 영화

코미디 좀비 영화 좀비랜드(Zombieland, 2009)의 한 장면.

좀비랜드(2009)

비단 좀비 영화뿐만 아니라, 공포 영화 속 주인공들은 답답하고 이해 못할 행동을 자주 한다. 가령 수상하기 짝이 없는 방에서 소리가 날 경우, 그 소리의 원인을 찾으려 방에 들어간다던가, 혹은 ‘드디어 죽였나…?’ 하고 방심한 사이에 꼼짝없이 당한다던가.

좀비랜드는 이러한 답답함을 꼬집고 뒤튼 코미디 영화다. 히키코모리 주인공 콜롬버스는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30개나 되는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철지히 지키며 생존해왔다. 그 규칙은 예를 들자면 ‘쓰러진 좀비에게 총알을 아끼지 마라’, 혹은 ‘영웅이 되려하지 마라’ 등이다.

영화는 그런 규칙들로 인해 생겨나는 코믹한 상황들과 패러디로 인해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영화에 본인 역할로 ‘빌 머레이’가 등장하고 퇴장하는 장면은 가장 인상깊은 씬 중 하나로 손꼽힌다.

■ 좀비를 다룬 게임 : 극한의 현실성을 지향하는 생존게임

샌드박스형 생존 게임 프로젝트 좀보이드(Project Zomboid, 2013)의 인게임 스크린샷.

프로젝트 좀보이드(2013)

좀비를 다룬 명작급 게임은 많지만, 이 게임만큼 ‘현실성’에 집중한 게임은 없을 듯 싶다. 프로젝트 좀보이드는 정해진 엔딩이 없는 샌드박스형 서바이벌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나오는 텍스트는 ‘This is How you Died’,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어떻게 죽는지에 대해’ 다룬 게임이라는 소개 메시지다.

게임은 극도의 현실성을 지향하고 있다. 한 예로, 운 좋게 산탄총을 얻는다고 해도 함부로 쏠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총기의 소음이 온 동네 좀비들을 전부 끌어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넓은 맵을 전전하며 식량과 물, 의약품 등을 찾으며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운 나쁘게 상한 음식을 먹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부상을 입어 몇 일간(게임 내 시간)을 시달릴 수도 있다. 또한 게임 상 구현된 표백제는 절망적인 상황을 탈출하는 일종의 ‘옵션’이 될 수도 있다. 참고로 표백제를 마신 플레이어는 수분 내로 사망에 이른다.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은 ‘샌드박스 모드’다. 이 모드에서는 좀비의 감염 경로부터 게임 내 세계의 물자 약탈 상태, 계절까지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 심지어 좀비가 없는 세계를 구현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설정들을 만지며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것. 다만 이 게임은 출시 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베타 버전’이라는 것을 참고하는 게 좋다.

■ 좀비를 다룬 소설 : 지금의 ‘좀비’들을 있게 해준 고전 명작

소설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1954)'의 국내판 표지.

나는 전설이다(1954)

동명의 영화가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괴물은 좀비 보다는 흡혈귀에 가까운데다 어떤 괴물은 주인공과 대화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작중에서는 흡혈귀 한 마리가 다수의 인간의 눈을 피해 악행을 펼쳤다는 전승 등 흡혈귀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이 소설은 앞서 언급한 조지 로메로를 비롯해 스티븐 킹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해당 작품의 영화화만 총 3번 진행됐으며, 원작 소설은 물론이고 영화화된 작품들까지 현시대 거장 감독, 각본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이 작품을 단순히 좀비물의 모태가 된 작품이라고 볼 수만은 없으며, 좀비(흡혈귀)들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 고독한 주인공이라는 장치를 통해 ‘정상, 주류는 언제고 변화할 수 있는 상대적 개념이다’라는 주제가 잘 드러났다고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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