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지평선망원경 프로젝트' 성과...“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

세계 과학사 최초 '실제 블랙홀' 관측 성공/ EHT 제공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국내 천문학자를 포함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진은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EHT는 블랙홀 영상을 포착하기 위해 국제협력을 통해 구축한 지구 크기의 거대한 가상 망원경이다.

연구진은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관측 결과는 이날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 성과에 대한 기자 회견은 미국 워싱턴과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등 세계 6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한국우주전파관측망 개념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에서 내뿜는 빛은 왜곡돼 블랙홀 주위를 휘감는다.

왜곡된 빛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윤곽이 드러나게 하는데, 이를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 구조와 중심부 어두운 지역, 즉 블랙홀 그림자를 발견했다.

블랙홀의 그림자를 알게 되면 사건의 지평선 크기를 가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블랙홀 크기와 질량을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고, 블랙홀이 있는 은하 중심부의 질량도 알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M87 사건지평선은 약 400억㎞에 걸쳐 드리워진 블랙홀 그림자보다 2.5배가량 더 작다는 것을 밝혀냈다.

사건지평선은 블랙홀 안과 밖을 연결하는 지대를 뜻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관측에 성공한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이어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에 달하며, 태양 1개의 질량이 지구 33만2000여개 질량과 맞먹는 걸 고려하면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사건지평선망원경 프로젝트/ EHT 제공

하이노 팔크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은 "만약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가스로 이뤄진 원반 형태의 지역에 담겨 있다면, 그림자 같은 어두운 지역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상한 바지만, 우리가 이전에는 전혀 직접 보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셰퍼드 도엘레만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은 "우리는 인류에게 최초로 블랙홀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며 "이 결과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성과"라고 밝혔다.

한편, 실제 관측은 지난 2017년 4월 5∼14일 6개 대륙 8개 망원경 참여를 통해 진행했다.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와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m 망원경,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서브밀리미터 집합체(SMA), 서브 밀리미터 망원경(SMT), 남극 망원경(SPT) 등이다.

지구 자전을 이용해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이 도입됐다.

사건지평선망원경 프로젝트/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EHT의 공간분해 성능은 프랑스 파리의 카페에서 미국 뉴욕의 신문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정도다.

EHT 연구진은 같은 시각에,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한 뒤 이를 역추적했다.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연구는 독일 막스 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헤이스택 관측소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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