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빠르게, 보다 강하게’

[공감신문] 라이벌(rival),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다.

세상에는 수많은 라이벌들이 존재한다. 스포츠, 정치, 사업 등 그 중에서도 자동차는 라이벌 계의 꽃이라 표현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항공기, 전자제품과 더불어 현대 사회의 기술 발전 척도를 알 수 있는 산업이라 말한다. 그 정도로 다양한 과학 기술이 집약돼 있고, 새로운 기술에 민감한 분야다.

이 때문에 자동차는 처음으로 만들어 진 이후부터 늘 경쟁의 중심에 있었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속도’, ‘안정성’, ‘연비’ 등 자동차에 해당되는 거의 모든 부분을 지금까지도 경쟁하고 있다. 또 앞으로도 이어 갈 것이다.

이번 편은 자동차업계에서 라이벌로서 특히 주목을 받는 자동차 회사들을 준비했다. 그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 가장 큰 라이벌이자 친구, '벤츠와 BMW'

자동차, 특히 해외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와 BMW( Bayerische Motoren Werke, 바이에른 자동차공업 주식회사)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자동차 업계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을 수 있다. 영화, 광고, 마케팅 부분에서 특히 활발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악당이 나오는 영화에 벤츠가 투자했다면 악당은 BMW 자동차를 타고 등장한다. 아울러 속도전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같은 곳에 충돌을 해도 벤츠는 다소 멀쩡한 모습을 보이지만, BMW는 폐차 직전 상태가 되기도 한다. BMW가 투자한 영화에서는 이런 상황이 바뀌어 등장한다.

두 자동차 회사의 경쟁은 광고에서도 이어진다. 위에서 보이는 사진은 벤츠 트럭이 가장 먼저 눈에 띄어 벤츠 광고로 착각할 수 있지만, BMW 광고다. 이 광고가 주는 메시지는 '벤츠 자동차는 단지 BMW 자동차를 싣기 위한 자동차에 불과하다'라는 뜻으로 알려졌다. 결국 벤츠는 BMW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광고·마케팅을 통해 경쟁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벤츠는 BMW 창립 100주년을 맞아 SNS를 통해 축하를 하기도 한다. 이 사진의 글은 ‘100년간 경쟁해줘서 고맙다. 사실 이전 30년은 좀 시시했다’라는 뜻이다.

사진은 축하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결국 30년 동안 벤츠가 BMW보다 앞서 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벤츠와 BMW의 경쟁이 광고와 마케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같은 급 자동차를 생상하며 보유하고 있다. 이를테면 BMW 7시리즈는 벤츠 S클래스, 3시리즈는 C클래스 등이다. 이들의 자동차는 늘 비교대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각 차종 옵션과 성능이 비슷하기도 하다.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 (왼쪽부터)

우리나라 수입 자동차 업계는 벤츠와 BMW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점유율이 높고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자동차 회사들이다. 벤츠와 BMW가 경쟁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인기와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 스포츠 자동차 양대산맥,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이번 소개할 라이벌은 자동차 중에서도 기술력에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스포츠 자동차 회사인 페라리(Ferrari)와 람보르기니다.

페라리는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본사를 둔 스포츠 자동차 제조사다. 1929년에 설립됐다. 엔초 페라리(Enzo Ferrari)가 스폰서 및 창업자로 있던 F1 레이싱 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바탕으로 1947년에 페라리 S.p.A로 법인 명칭을 바꾸고 자동차 제조회사로 등록됐다.

엔초 페라리

페라리 앰블럼이 검은 말이 된 이유는 조금 특별하다. 이탈리아 프란체스코 바라카 백작을 위해 그려졌기 때문이다. 바라카 백작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이탈리아 공군 조종사였다. 그는 검은말이 그려진 전투기를 타고 많은 전투에서 승리하며 이탈리아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도 불사의 몸은 아니었다. 전투 중 적의 공격으로 어린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바라카 백작 사망 이후 바라카 백작의 어머니는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엔초 페라리에게 자동차에 검은말을 넣어달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페라리가 앰블럼 때문에 명성과 인기를 얻는다고 말할 정도다.

람보르기니(Lamborghini)도 페라리처럼 스포츠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다. 본사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 볼로냐에 있다.

람보르기니의 시작은 페라리 덕분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자동차 정비공으로 활약한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전쟁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와 트랙터 제조업체를 세웠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와 트랙터

이 업체 이름은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트랙토리체’였다. 현재 람보르기니의 모체가 된 기업이다. 페루치오의 트랙터 회사는 특징이 한 가지 있었다. ‘절대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의 트랙터는 이탈리아 전역으로 팔려나갔고, 큰 인기를 끌었다.

페루치오는 트랙터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얻는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그는 자동차 수집을 시작한다. 그 중에는 페라리 250 GT가 존재했다.

트랙터 업체였던 람보르기니를 스포츠 자동차 제조업체로 탈바꿈시킨 사연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페라리는 오래전부터 클러치 결함이 잦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페라리 250 GT 역시 클러치 결함이 심각했다.

페라리 250 GT

페루치오는 결함에 대한 원인을 알게 되고 결함 해결책을 알려주기 위해 페라리를 찾아간다.

페라리는 당시 F1 경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끊임없는 승전보 소식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시기였다. 겸손함을 잃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였다.

이런 상황 때문이었을까. 페라리는 결함을 알려주러 온 페루치오에게 “당신은 자동차를 볼 줄 모르는군. 트랙터나 더 많이 만들어라”며 모욕에 가까운 말을 전했다. 그는 업계 1위라고 생각했던 자신에게 누군가 충고하는 걸 견딜 수 없던 모양이다.

이에 페루치오는 크게 실망한다. 사실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이탈리아와 대한민국 국민들의 성격이 비슷하다는 걸 보면 아마 람보르기니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엔지니어로써 호의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후 페루치오는 1963년 볼로냐에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고 마세라티나, 알파 로메오 등 자동차 제조업체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을 고용해 페라리에 복수를 다짐한다.

이때 람보르기니의 제1의 사칙이 정해진다. 바로 ‘무조건 페라리보다 빠른 자동차’다. 람보르기니 앰블럼은 무언가에 돌진하는 황소 모습을 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앰블럼과 페라리 앰블럼 (왼쪽부터)

이런 모습 때문에 페라리에 실망한 페루치오가 의도적으로 제작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람보르기니 앰블럼을 왼쪽에 놓고 페라리 앰블럼을 오른쪽에 놓으면 ‘돌진하는 황소 때문에 말이 놀라는 모습’이 연출된다.

페루치오는 1964년 회사를 창립한지 겨우 1년 만에 페라리보다 빠른 자동차를 생산한다. 2년 뒤에는 공공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 최초 미드십 엔진을 채택한 람보르기니 미우라를 출시한다.

미우라 역시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였다. 페루치오를 무시했던 페라리는 미우라에 사용된 미드십 엔진을 따라 하기도 했다.

람보르기니 미우라

이후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속도, 안정성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며 스포츠 자동차 업계 대표적인 라이벌로 불리고 있다.

◈ 지프가 낳은 랜드로버

SUV(스포츠 자동차 유틸리티)계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이 있다. JEEP(지프)와 랜드로버(LANDROVER)다.

지프는 SUV 대명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SUV 차종을 모두 짚차(지프 자동차)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러나 랜드로버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고급 SUV 시장의 최강자기 때문이다.

일부는 가격이나 옵션 등을 비춰 볼 때, ‘랜드로버가 상위라 경쟁상대가 되지 않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SUV는 이름 그대로 스포츠에 최적화된 자동차다. 따라서 오프로드(Off-road, 비포장도로)를 누가 더 잘 달리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자동차 동호회나 네티즌들 사이에서 토론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오프로드를 잘 달릴수 있다면 가격과 옵션은 상관없다고 볼 수 있다.

미군이 사용한 군용 지프

지프는 당초 오프로드를 위해 태어난 자동차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지프는 군용차량으로 투입돼 산악, 사막을 갈리지 않고 전쟁이 발발한 모든 곳을 누볐다.

이후 그 능력을 인정받은 군용자동차는 체로키·랭글러 등으로 다시 태어나 많은 SUV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랜드로버는 지프에서 태어났다. 랜드로버 첫 번째 작품은 1948년 모리스 윌크스(Maurice Wilks)가 제작했다. 그가 제작한 자동차는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이 사용하던 지프 차대위에 알루미늄을 이용해 차체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동차가 랜드로버의 첫 시제품이 됐다. 지프를 개조한 자동차가 랜드로버가 된 것이다.

이때 사용된 알루미늄은 녹슬지 않으면서 가벼운 차체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랜드로버의 장점이기도 하다.

모리스 윌크스가 제작한 랜드로버

이후 랜드로버는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며 고급 SUV의 최강자가 됐다. 현재는 초기 디자인과 다르게 다소 도시적인 느낌이 강해졌지만 그 능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 배에서 태어난 지프와 랜드로버, 지금은 다른 면이 많지만 오프로드를 좋아하는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는 점은 같다. 앞으로도 SUV 업계를 이끌어갈 지프·랜드로버 두 자동차 회사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자동차 라이벌 편이었다. 라이벌과 경쟁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라이벌은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주며 보다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이번 편에서 소개한 자동차 회사들이 선을 넘지 않는 적당한 경쟁을 통해 자동차 매니아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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