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주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인공지능의 활용과 빅데이터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서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찾아왔다. 그리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메모리 증량 경쟁이 나타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

메모리 수요는 년간 약 30%씩 늘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는 4~5개 업체로 과점체제가 유지되면서 증설투자가 조절되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3/4분기부터 가격이 급등하며 본격적인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번 호황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2/4분기에 정점을 지나고 하반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그 동안 늘어난 매출 때문에 공급업체는 호황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내년은 올해보다 가격이 더 하락하여 불황에 접어들고 2019년부터 수년간 혹독한 불황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한다.

그 근거로 첫째 지난해부터 공급업체들이 반사적으로 투자를 늘렸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 마이크론, WDC이 생산량을 늘렸으며 특히 삼성전자는 과감한 선행 투자로 올해 6월부터 신축 평택공장을 가동한다. 삼성전자의 선행투자가 적중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였지만 그만큼 공급부족을 빠르게 해소시키고 있는 셈이다.

둘째로 지난해 인텔이 신기술 메모리를 출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다시 돌아왔다.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동 개발한 크로스포인트 SSD메모리가 DRAM과 낸드플래시 SSD 수요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 인텔은 올해 4월부터 대량으로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마이크론은 올해 연말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크로스포인트 SSD는 DRAM과 낸드플래시 SSD의 중간 성능과 중간 가격이지만 내구성이 10배가 넘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대용량 동화상, 빅데이터 서버시장은 저장메모리의 처리속도와 내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메모리가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내년 이후 DDR5 표준이 채택되면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IT기기에서도 인텔의 크로스포인트 메모리가 프로그램 상주 메모리로 사용될 수 있다. DDR5 표준은 프로그램이 상주하는 메모리를 DRAM뿐 아니라 저장메모리(크로스포인트 또는 낸드플래시)를 혼합해서 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DRAM이 처리 속도는 빠르지만 매우 비싸기 때문에 DRAM의 사용량을 줄이고 저장메모리(크로스포인트 또는 낸드플래시)를 혼합하여 구성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주 메모리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인텔과 마이크론의 새로운 메모리가 DRAM과 낸드플래시 시장을 잠식하더라도 낸드플래시 시장은 축소되지 않고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낸드플래시 SSD 만큼 가격경쟁력이 있는 메모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장 많이 쓰이는 메모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문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 업체가 낸드플래시 SSD를 생산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업체는 내수시장의 담보로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시장을 차지하려 할 것이다.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기 때문에 치열한 가격경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올해 하반기 공급부족이 해소되어 가격이 하락하고 내년부터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더 하락하고 2019년부터는 치열한 가격전쟁을 벌이는 치킨게임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치킨게임이 벌어지면 가격은 폭락하고 모든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는 사활을 걸고 싸우게 된다. 기술력이 앞서고 재무적으로 튼튼한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의 공세를 막아내고 우위를 지켜내겠지만 SK하이닉스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 위 칼럼은 본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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