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생체 실험 결과 성공적, 인체 임상시험 결과도 기대 중

주요 소화기관 이미지. 위장 아래의 노란색 기관이 췌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공감신문] 호주 연구팀이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치료법을 발견했다.

췌장암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생존률이 매우 낮은 암으로, 일반적으로 진단 후 5년 생존률이 평균 7% 안팎으로 알려져있다.

과학자들의 노력과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췌장암 생존률은 다른 암과 달리 지난 20년간 0.7%포인트 높아진 것에 그쳤으며, 발생률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1일 의학 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호주 연구팀이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50% 가량 높이고 암 진전이나 전이까지 상당히 늦출 수 있는 치료법을 발견했다.

호주의 20여개 기관이 공동 참여한 연구팀은 먼저 ‘파수딜(Fasudil)’이라는 약물로 3일 동안 암세포 주변 조직을 공격한 뒤 기존의 표준 암 치료약물로 암세포를 겨냥하는 순차적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생체실험에서는 생존시간이 평균 47% 늘어났으며, 췌장암 환자의 암세포조직을 이용한 실험실 연구에서도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췌장암과 같은 고형암의 경우 암세포로 약물이 침투하기 어렵지만, 파수딜을 먼저 투여할 경우 항암제가 더 잘 전달되고 암의 진전 느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췌장암과 같은 고형암의 경우, 암세포를 둘러싼 기질(基質, stroma) 부위가 딱딱해져 암세포로 약물이 침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파수딜을 먼저 투여할 경우 기질이 부드러워져 항암제가 암세포로 더 잘 전달되고, 주변 미세혈관의 누수성도 더 커져 암의 진전이 느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방식의 순차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결과는 최대화할 수 있으며, 개개인별 치료시기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현재 뇌졸중 치료 등에 사용되는 파수딜이 특허가 만료된 것이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임상에서 사용하기 좋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오래전부터 약물로 암세포를 직접 겨냥하는 것과 주변 조직을 공격하는 것 가운데 어떤 방식이 좋은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이번 실험적 연구방식을 통해 순차치료의 효과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살아있는 동물 내부에서 췌장암세포를 직접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첨단 생체 내 현미경 기술을 이용, 순차적 치료를 통해 암과 주변 기저의 성질을 바꾸는 것과 주변 혈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시간 3차원 영상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암세포들을 표현한 그래픽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환자들의 암세포 표본들을 이용, 암의 종류별로 순차치료 효과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암 조직 자동분석 방법도 개발했다. 연구팀은 “많은 기저에 둘러싸인 암, 혈관이 많이 분포함 암 같은 고약한 종류에 순차치료가 가장 잘 듣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을 이끈 폴 팀슨 박사는 생쥐 생체는 물론이고 인간 암세포 실험실 내 시험에서도 뛰어난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곧 실시할 인체 임상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다른 고형암들 역시 이 순차치료가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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