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특검, 가산효과ㆍ 감산효과를 읽다

▲ 김관영 의원.

  빛은 섞을수록 밝아지고, 물감은 오히려 검정색에 가까워진다. 이를 두고 각각 가산혼합과 감산혼합이라 한다. 소싯적 미술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작금의 세상을 보노라면 그야 말로 비리로 점철된 감산혼합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비리가 비리를 덮길 무한반복하며 민주와 정의가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 4월 9일 대통령 비서실장 등 본인이 돈을 건넨 권력자들의 이름을 적은 쪽지 한 장을 남기고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민주정의사회를 향해 가산혼합을 시도했던 고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두 달여가 지난 지금 그의 죽음이 무색하기 그지없다. 의혹과 진실 규명에 대한 국민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성완종 게이트’ 수사가 흐지부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만 불구속기소하고, 나머지 친박 실세 6인은 전원 면죄부를 주기로 했다는 설이 중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대선 전부터 대거 연루된 사건이다. 지난 대선 당시 불법선거운동의 정황이 증거와 함께 드러난 것이다. 명운을 걸고 엄정 수사를 하겠다던 검찰의 무딘 칼날은 무른 무 하나조차 자르지 못 한 셈이다. 허탈하기 그지없다. 성역 없는 수사를 약속하고도 성역에는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검찰은 비리로 정의사회를 혼탁하게 하는 감산혼합의 장본인임을 증명했다.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을 곱씹는다.
  2015년 6월 이후 ‘메르스’ 감염에 대한 공포가 전국을 휘감고 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메르스’ 위기만이 아니다. 더욱 무서운 것이 있으니 수 십년 쌓아올린 민주역사의 역행이다. 민주역사의 역행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비리로 비리를 덮고, 정의 사회의 시아를 ‘감산혼합’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엄정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
  이에 철저한 수사가 선행됐어야 했다. 믿으려 노력했던 검찰은 권력을 쫓은 민낯만 노출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
  국민들은 기억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특검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피력했음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연일 특검 수용 입장을 밝혀왔으니 기대를 걸어본다.
  이때 현행 상설특검법에 의거한 특검 주장은 또 하나의 감산혼합 시도를 경계한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진해 제정한 상설특검법은 대통령이 특별검사(특검)를 임명하도록 돼있다. 살아있는 권력이자 활동하는 최측근들에 대한 수사는 곧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진배없다. 수사 대상이 특별검사를 임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대승적 결정과 실천은 곧 진실규명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다.
  덧붙여 사안의 심각성과 수사대상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수사조직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검사를 최대 5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새로운 특검을 필요시 한다.
  민주역사의 시침이 역행하는데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이제 남은 카드는 특검이다. 특별법에 따른 특검은 그래서 불가피하고 절실하다. 더이상 권력이 우리사회를 감산혼합 시켜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성완종 게이트의 시발이 이명박정권에서 이뤄진 해외자원개발의 진상규명에 있었다는 것. 어느새 비리 감산효과에 가려 시야에서 멀어진 그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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