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사람들이 움막이나 토굴에 살던 시절에는 어떻게 집을 지었을까? 아마도 그때는 거주민이 직접 거처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두막이나 기와집 등이 등장해 집을 손수 만들기 어려워지자 전문가에게 공사를 맡기게 됐겠지만, 이후 건축물이 더욱 커지고 갖춰야 할 기능이 많아짐에 따라 전문가 역시 모든 과정을 직접 감당하기가 어려워졌을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는 건축물을 짓는데 필요한 과정을 세분화한 뒤 각 단계별로 필요한 다른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기로 집주인과 합의했고, 이후 이 방식은 사회적 관행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집주인(A)과 전문가(B), 그리고 분야별 전문가(C)로 이뤄진 집짓기 구조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의 하나는 C가 욕심을 부려 실상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큰 규모의 공사를 도맡아 B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겠다고 나서는 경우이다. 이때 만약 집주인이 C의 실제 역량을 잘 모르고 일을 맡긴다면 추후 원하는 수준의 공사결과물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 이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가는 B와 C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정하고 서로의 영역을 엄격히 구분한다.
  이들을 현대식 용어로 바꿔보면 집주인은 ‘발주자’, 전체 공사를 책임진 건설전문가는 원도급자인 ‘종합건설업체’, 분야별로 참여하는 건설전문가들은 하도급자인 ‘전문건설업체’가 된다. 그리고 국가가 설정한 자격요건에 따른 영역은 각각의 공사업역이 된다. 이처럼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원도급과 하도급이라는 현재의 분업구조는 건설공사가 고도화·첨단화·대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해 정착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확대는 전문건설업체가 발주처로부터 직접 원도급할 수 있는 소규모 복합공사의 규모를 종전의 3억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규제완화라는 내용의 동 사안이 어째서 논란이 되고 있는지는 앞서 설명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가 맡은 역할을 살펴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 모든 공사는 종합건설업체가 먼저 도급(원도급)받아야하는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인데, 그 이유는 모든 건설공사가 대형업체의 종합조정능력이 필요할 만큼 규모가 크거나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2개 이상의 전문공사 면허가 요구되는 공종으로 이뤄진 작은 규모의 공사(소규모 복합공사)에서는 오히려 발주자가 전문건설업체와 직접 계약을 함으로써 3단계였던 종전의 공사수행단계가 ‘발주자-전문건설업체’로 단축되고 그에 따른 부수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사실 이번 소규모 복합공사 논란은 건설업계 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속칭 ‘밥그릇싸움’이라고 불리는 양상도 보이는 사안이므로 짧은 칼럼을 통해 세부적인 내용까지 다루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규제완화를 현행 제도와 비교해 한 가지만 살펴보면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이 종합적 계획·관리 및 조정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범위’가 이번 소규모 복합공사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려는 수준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즉 건설업자가 아닌 개인이 각 공종별로 필요한 다수의 업체들을 직접 고용해 건축물을 짓는 것이 합법적인 행위이므로 ‘개인에게도 허용되는 규모의 공사는 전문건설업체가 충분히 원도급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업역 파괴에 따른 시장왜곡을 초래한다’는 반박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