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4월 21일은 과학의 날. 눈부신 유전자 공학의 발전과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온 시대다. 과학 시간은 상당히 힘들었다는 학창시절의 불행한 기억으로 대부분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과학의 대중화라는 거창한 구호를 거론할 것도 없이, 전문가가 아닌 우리는 매우 아쉽지만, 과학의 날을 맞아 좋아하는 과학자 한두 분의 자취를 회상하거나 인근의 과학관을 자녀들과 함께 찾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은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학상의 새로운 발명과 놀라운 발견들이 산업의 발전과 인류문명을 이끌어왔다. 경탄할만한 과학자들의 위대한 초상과 어록의 겸허한 향기를 다시 되새긴다.

만유인력으로 유명한 자연철학자 아이작 뉴턴(Issac Newton, 1642~1727)은 “내가 세상에 어떻게 보일지라도 나는 해변에서 놀고 있는 한 소년에 불과한 것 같다. 나는 보통의 것보다 조금 더 미끄러운 조약돌과 더 예쁜 조개껍질을 발견하고 즐거워했지만, 내 앞에는 진리의 대양이 조금도 발견되지 않은 채 놓여있었다.” 뉴턴은 또 자신의 업적들에 대해 “거인들의 어깨에 서 있었던 덕분”이라는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영국의 세균학자로 페니실린을 발견해 숱한 생명을 구하면서 인류의 역사를 바꾼 A. 플레밍(1881~1955) 또한 비슷한 언급을 했다. “페니실린은 내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었고 내가 남보다 나았다면 그것을 꾸준히 관찰하고 추적한 것일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우연은 미리 준비되어 있는 마음의 편을 든다.”고 말한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는 “다시 태어나도 과학자를 직업으로 택할 것”이라고 했다.

독일의 유명잡지 <슈피겔(Spiegel)> 등으로부터 ‘동물학계의 아인슈타인’이라는 찬사를 받은 콘라트 로렌츠(1904~1989)는 어릴 때부터 새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게 많았다. 50세에 가까운 늦은 나이에 본 아들 로렌츠가 의사가 되기를 아버지는 바랐으나 그는 의학에서 조류학으로 전공방향을 틀었다. “왜가리가 정말 머리가 나쁜지 어떤지를 연구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는 아버지의 핀잔에 로렌츠는 크게 화를 내며 항의했다고 한다. 《인간은 개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가》와 야생거위에 대한 놀라운 기록인 《나는 여기에 있는데 너는 어디에 있니?》, 《그는 가축과 새와 물고기와 대화한다》 등의 뛰어난 저작을 남겼다. 

거위는 알에서 태어나는 순간에 처음 본 것에 대해 깊은 애착을 갖는다고 한다. 거위가 이 때 처음 본 것이 자기 어미가 아닌 어떤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어미 거위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따른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각인효과 연구가 시작했다. 야생거위의 생태를 통해 발견한 그의 <각인효과>는 학습이론, 정치학 등에도 차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20세기의 어떤 생물학자보다 콘라트 로렌츠를 통해 우리는 동물에 대해, 그리고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동물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압도적인 평가가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는 비교해부학, 동물심리학을 정착시켰다. 1973년 칼 폰 프리슈, 니콜라스 틴베르헨과 함께 노벨상을 수상했다.

찰스 다윈(1809~1882)

찰스 다윈(1809~1882)은 생물진화론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어릴 때부터 동·식물들에 관심이 컸었고 대학에서는 의학· 신학 등을 전공하기도 한 다윈은 당시의 세계제해권을 장악하려는 영국 해군이 운용하는 측량선 비글호에 박물학자로서 승선, 남아메리카·남태평양의 여러 섬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항해·탐사해(1831~1836) 그 관찰기록을 《비글호 항해기》로 출판했다.

그의 갈라파고스제도에서의 관찰은 다른 환경의 섬에서 생활하는 같은 계통의 생물에서 볼 수 있는 변이(變異)들에 주목하게 만들어 진화론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1859년 펴낸 그의 진화론 《종의 기원》은 자연과학을 넘어서서 인간의 의식이나 종교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의 탄생을 정의한 성서의 설명과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로버트 라이트(Robert Wrigt)의 《도덕적 동물》 (박영준 옮김, 서울: (주)사이언스북스, 2003)은 다윈의 생애를 다룬 뛰어난 평전으로, 다윈의 또 다른 명저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도 생물진화론의 정립에 크게 공헌했다. 유네스코(UNESCO)가 발간한 《예술과 과학》을 저술한 엘리안 스트로스베르(1947~)는 다윈이 특별히 다재다능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딱정벌레 2마리를 각각 한 손에 들고 있다가 다른 1마리를 더 잡기 위해 그 중 1마리를 입에 넣었다가 큰 고생을 했다는 일화는 학자로서의 그의 열정과 가능성을 반증한다. 1859년 출판된 《종의 기원》은 초판 1,250권이 하루 만에 매진되는 화제의 책이 됐다. 

종의 기원

《종의 기원》과 함께 밀(John Stuart Mill)의 《자유론》, 스마일스(Samuel Smiles)의 《자조론》이 같은 해에 나왔다. 다윈은 당시 베스트셀러인 이 책들을 다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다윈의 초상은 영국이 2000년에 발행한 10파운드 지폐에 채택됐다. 

다윈이 맬서스(1766~1834)의 <인구론>을 우연히 읽다가 자연도태의 적자생존의 이론을 최종 정리할 수 있었다는 일화도 종종 소개된다. 동식물의 습성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다윈은 새로운 이론의 확립을 <인구론>의 독서체험에서 얻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숲 속에서는 산을 보지 못하고 주로 나무만 볼 수 있다. 산을 보려면 아무래도 숲을 나와야하는 모양이다. 창의적 발견과 혁신적 발명에는 이질적 요소와의 공진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창조적인 작업에는 특정의 전공분야와 관련이 없다고 보이는, 어떤 진공과 공백의 상태가 되는 것이 때로 필요하다는 사례의 하나다.

다윈 진화론의 골자는 적자생존의 자연선택이다. 자연선택설은 생물의 어떤 종(種)의 개체 간에 변이가 생겼을 경우에, 그 생물에게 가장 적합한 것만이 살아남고, 부적합한 것은 도태된다는 견해다. 간단히 말하면, 한 종에 속하는 개체의 어떤 유전적 속성이 다른 속성보다 생존과 번식에 더 효율적이라면, 그 속성은 집단 내에서 널리 퍼지고, 그 종이 가진 유전적 속성은 자연선택으로 반복되는 결과, 진화가 발생한다는 학설이다. 다윈 자신의 거친 표현에 따르면, “가장 강한 자는 살아남게 하고, 가장 약한 자는 죽게 한다." 여기서 가장 강한 자란 단지 주먹이 세거나 얼굴이 잘 생기거나 건강한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자(총체적 적합성을 가진 자)를 의미한다.

유전자(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물질)의 발견이나 개념이 알려지지 않은 시기에 나온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개척했다. 그러나 진화의 위대한 순간들(어류가 처음으로 땅에 올라오는 것, 또는 깃털의 최초 출현 등), 진화적 혁신이나 진화의 대전환 등에 대해서는 다윈도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잘 모르는 것으로 남겨두고 있다. ‘진화는 어설픈 수선공이다’ 프랑스 발생생물학자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와 자코브(Francois Jacob, 1920~2013)의 말이다.

통섭 / 사진출처=네이버 책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 1929~)은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가 번역 소개한 《지식의 대통합 통섭 (Consilience)》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이론학자. 인간의 사회적인 행동도 유전자가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사회생물학》(1975)이라는 저서도 유명하다. 개미의 의사소통 등에 대한 연구로 학문적 명성을 쌓은 윌슨은 생물학의 모든 분야가 통합하는 성격을 갖는 통합생물학의 거인으로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하는 환원주의자임을 자처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사물을 구성요소로 잘게 나누어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환원주의이며, 사물을 구성요소의 합계가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파악하는 것이 전일주의다. 특히 과학과 예술, 학문의 융합과 통섭에 대한 그의 논설과 열망은 예사롭지 않다. 

《사회생물학》은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의 《이기적 유전자》 등에 결정적인 아이디어와 세련된 통찰력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킨스는 모든 동물의 행동이 유전자를 복제하라는 유전적 명령,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을 창조해 20세기 생물학의 선두를 이끌었다. ‘인간의 운명은 별빛(점성술)이 아니라 이기적 유전자 속에 있다.’는 이 책은 서울대 도서관에서 대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기적 유전자

생물종의 진화는 지질학의 기나긴 시간 속에서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으나 진화론은 이처럼 계속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생물학에 진화의 불빛이 비추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 러시아의 곤충학자 도브잔스키(Dobzhansky 1900~1975)의 명언이다. 

진화발생생물학과 합성생물학 등의 발전에 따라 진화의 블랙박스가 차츰 열리고 있다. 이보디보(evodevo)라고 불리는 진화발생생물학(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은 생물 종의 다양성과 이들 종 사이의 관계를 구명하려는 현대생물학의 방대한 분야들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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