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 ‘그때 그 시절’

[공감신문] 몇 해 전, 과거 관광지마다 있던 사진기사 할아버지들이 기술의 발전과 카메라의 보급으로 인해 직업을 잃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세상일이란 게 그렇다. 편리한 기술이 새로 개발되면, 기존에 그 자리를 차지했던 무언가는 뒤로 밀려나는 법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우리가 그간 사용해온 몇몇 아이템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우리 삶을 바꿔놓은 스마트폰도 등장과 함께 수많은 물건들을 추억 속으로 밀어냈다.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이 70%에 달한다는 요즘, 카메라나 캠코더는 말할 것도 없고 지하철 노선도, CD플레이어, 심지어 두꺼운 사전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라져버린 것들은 진한 추억을 남긴다. 그 시절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줬던 물건들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기에 더욱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각종 물건들을 추억하고, 지금보다는 조금 느리게 걸었던 그 때를 떠올려봤다. 오늘의 공감포스트는 90년대 후반 이후에 태어난 귀염둥이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 필름 카메라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전에는 필름카메라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현재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진을 남기고 있다. 저장용량이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언제든 촬영할 수 있고, 그 중 마음에 안 드는 사진은 바로바로 삭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은 스마트폰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는 한정된 횟수만큼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필름을 활용하는 카메라는 필름 한 통에 정해진 횟수만큼만 촬영할 수 있었다. 때문에 셔터 한 방 한 방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지금처럼 한 자리에서 몇 장이고 찍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초점을 맞추고 노출을 측정하고, 조리개와 셔터 값을 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또한 카메라 덮개가 덮인 채로 셔터를 눌렀을 때의 그 당혹감과 아까움은 아는 사람만 아는 옛 일이 됐다.

필름통을 사진관에 맡기고, 현상된 사진을 찾기 전 까지는 어떤 사진이 나올 지 알 수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촬영한 사진을 곧장 확인할 수도 없었다.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현상 작업이 끝나서 직접 찾으러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필름을 맡긴 이후에는 사진이 어떻게 나왔을까 걱정하거나 설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전화번호부

전화번호부는 과거 상호명이나 인명 등을 찾아 전화를 걸 수 있는, 말하자면 지금의 검색포털과 같은 기능을 했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었던 과거에도 일종의 검색포털이 존재했다. 바로 ‘전화번호부’다. 전화번호부에는 각 사업체들의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가나다 순으로 인명까지 수록돼 있었다. 때문에 전화번호부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우리 가족 전화번호를 찾아볼 수도 있었다.

한 드라마 속 등장인물처럼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특이한 이름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tvN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쳐]

전화번호부는 종종 공중전화 부스 안에 비치되기도 했다. 또한 전화가 가장 보편화된 통신수단이었던 시절에는 전화번호부가 광고 매체로 사용되기도 했다. 당시 전화번호부 표지나 속지 곳곳에는 현재의 ‘배너’에 해당하는 광고들이 붙어있기도 했다.

현재 전화번호부는 많은 이들로부터 잊혀졌지만 아직 광고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사진=한국전화번호부 웹페이지 캡쳐]

이밖에도 인구수가 많은 서울지역 전화번호부는 그 무식할 만큼 큰 두께 탓에 싸움 깨나 한다는 친구들에게 ‘방어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 친구들은 패싸움에 나서기 전, 복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전화번호부를 바짓춤에 끼워 넣곤 했다.

■ 카세트 플레이어

70년대 당시 LP에 비해 밀리는 감이 있었던 카세트 테이프를 널리 보급시킨 것이 바로 카세트 플레이어다.

현재는 스마트폰이 음악 재생장치의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각종 재생기기가 세대를 거듭하며 경쟁했었다. LP레코드가 음반 시장의 주류를 이뤘던 70년대 후반, 일본 소니사가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워크맨의 첫 등장(1979년)이다. 워크맨은 세계 최초의 소형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로, 당시 음향 저장장치로는 LP에 비해 다소 밀리던 카세트 테이프를 세계적으로 보급시키는 데 기여했다.

일본 소니가 출시한 워크맨 시리즈는 세계 최초의 휴대용 음악재생기기라고 알려져있다.

한편, 카세트 테이프는 단가가 저렴한 대신 상당히 섬세해서 쉽게 고장 나는 것이 단점이었다. 때문에 테이프가 늘어져버리거나, 잘 감겨있던 테이프가 풀어헤쳐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비죽이 솟아오른 테이프를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쭉쭉 뽑아버리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현재 카세트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카세트 테이프를 찾을 수 있는 곳도 드물다.

LP레코드의 경우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반면, 카세트 테이프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끔가다 낡은 자동차의 카오디오에서 종종 볼 수는 있지만 현재는 사장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워크맨 역시 마찬가지다. 카세트 플레이어는 CD플레이어, MP3 등에게 자리를 내 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지하철 노선도·고속도로 지도

과거에는 지하철 역사 내 매표소에서 휴대하기 편한 지하철 노선도를 무료로 배포했다. [사진=인스티즈]

과거 자그마한 종이 표를 내고 지하철을 타야했던 시절에는 지하철 노선을 어떻게 확인했을까? 물론 역사 내 곳곳에 지하철 노선도가 붙어있기도 했지만, 매표소에서도 카드 사이즈로 작게 접은 지하철 노선도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었다. 당시 노선도에는 각 호선별 지하철 노선은 물론이고 첫차·막차 시간까지도 깨알같이 적혀있었다.

자동차 운전석 포켓에 반드시 꽂혀있던 고속도로 지도도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현대자동차 블로그]

또한 당시에는 자동차마다 전국 도로 지도가 있었다. 당시 길을 몰라 한참을 헤매다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펼쳐드는 것이 바로 이 지도였다. 과거에는 ‘운전을 잘 한다’는 말에 ‘길을 잘 찾는다’는 의미도 포함됐었는데, 현재 운전자들이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초행길도 어렵지 않게 찾아다니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재는 서울시 지하철 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 지하철, 심지어 세계 곳곳의 지하철 노선도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사진=MLB파크]

현재 지하철 노선, 고속도로는 모두 스마트폰 앱 하나로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 도착시간이나 고속도로 교통량, 최단 루트까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손때가 묻어 너덜너덜해지도록 소중히 보관하던 지도들도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 비디오 테이프·대여점

한 편의 비디오가 사람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기자가 아직 코흘리개 초딩이던 시절만 해도 휴대용 영상 재생매체는 그야말로 ‘미래의 기술’이었다. 걸어 다니며 영상을 본다는 개념 자체는 있었지만 그것의 실현 시점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져서, 그때쯤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게 될 줄로만 알았다. 그 시절 기자가 만화, 영화를 볼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TV와 VCR 뿐이었다.

소규모 비디오 대여방은 최신 영화를 들여놓는 속도가 느려 인근 주민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당시에는 비디오를 빌려주는 ‘비디오 대여방’도 많았는데, 규모가 작은 대여점은 인기 작품을 하나만 들여놓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경우에는 대여해간 사람이 비디오를 반납할 때가지 기다려야 한다. 또한 예정된 비디오 반납일이 되어도 중간에 다른 사람이 채갈까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난다.

다 보고난 비디오는 되감기해서 반납하는 것이 매너. 일명 Be Kind Rewind라는 거다.

한편 비디오를 다 보고난 후에는 다시 맨 처음으로 되감아 반납하는 것이 매너였다. 당시 비디오테이프 되감기는 말 그대로 영상을 역재생하면서 ‘되감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매너를 지키지 않아 다음 사람에게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 지금보다 느렸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스마트폰이 우리를 수많은 불편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어줬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앞서 소개한 물건들 이외에도, 스마트폰은 과거 우리의 가방을 무겁게 만들던 나침반, 시계 등 많은 물건들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현재는 비롯해 은행업무나 주식거래까지도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것이니 문자 그대로 ‘손 안의 세상’인 셈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편리함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지만, 어딘가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에게 편리함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편리함만큼 애착과 정성을 담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의 사진앨범과 비교해, 스마트폰 속 사진앨범이 마치 편리한 ‘인스턴트’라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뮤직 스트리밍서비스 등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과거의 물건들은 조금 불편하고 느렸지만, 그럼에도 애착이 갔었다.

어쩌면 혹자는 그것을 추억팔이라고 하겠지만, 추억이 달리 추억인가? 조금은 불편하고 느리더라도 애착이 갔던 그 물건들을 한 번쯤 돌아보고,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보는 게 나쁠 이유는 없다.

기자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바란다. 그들이 흘러가는 것들을 그저 쉽게 흘려보내지 않기를. 비록 흘러가는 것들일지라도, 두고두고 뒤돌아보며 ‘안녕’이라 작별인사를 건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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