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사업추진 방안 모색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1999년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도입된 예비타당성조사제도(이하 예타)는 대형공공투자사업의 효율성 제고, 재정건전성 확보 등 국가재정의 효율적 집행에 크게 기여해 왔다.

예타 제도는 정부 재정지출 사업의 무분별한 추진과 비효율적인 재정 지출을 막아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했지만, 최근 경제성을 중시한 나머지 수도권을 제외한 타 지역은 예타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수도권·지방 불균형이 심화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일 예타 제도와 관련된 제도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항목 비중을 달리 정하고 지역균형발전 비중을 확대해 예타 제도가 경제성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지역별 특징과 균형발전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대규모의 공공사업에 대한 예타 제도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예타제도 도입 20년, 올바른 제도개선방안은?’ 토론회가 열렸다./ 김대환 기자

18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합리적 국가균형발전 위해 예타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예타제도 도입 20년, 올바른 제도개선방안은?’ 토론회(정성호 국회기획재정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명제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박명재 국회의원 주최)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상봉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김대중 정부때 첫 시작된 예타 제도의 정책 방향은 국토경쟁력 확보였다. 이에 따라 주거문제와 교통난 등 민생문제와 더불어 적극적인 경제발전과 국토개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국토경쟁력 확보라는 정책기조에서 국가균형 성장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 즉,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상대적으로 개발보다는 국민의 직접적인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의 변화는 정치적 요구 증가에 따른 공약성 사업 추진으로 투자평가제도 왜곡이 일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상봉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김대환 기자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연치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1월 24조원대 사업에 예타 면제를 발표했고, 예타 면제로 추진된 사업의 대부분이 정치공약성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상봉 교수는 “예타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투자평가 제도 왜곡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업추진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정 교수는 ▲분석가는 단순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서 분석가의 책임성 강화 ▲법적으로 규정된 지침을 마련해 적용함으로서 분석과정의 자의성을 배제하고 투명성 확보 ▲사업 주무부처와 예산을 관리·감독하는 예산당국에 독립된 기관에서 수행함으로서 독립성과 객관성 제고 를 제시했다.

또한, ▲외부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인 주무부처도 조사결과 검토과정에 참여함으로서 정책 수용성 향상 ▲B/C 위주의 판단이 아닌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 종합평가를 수행함으로서 의사결정의 합리성 도모 등 예타 조사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운용할 것을 제안했다.

김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장/ 김대환 기자

김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장은 “예타 조사가 현재와 같이 사업의 시행여부를 결정짓는 정책적 결정과정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다면, 정부의 정책목표를 고려한 가치평가가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김훈 본부장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도모한다면 해당 사업 시행이 지역균형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단순히 지역의 종합화된 낙후수준 지표를 사용하거나, 또는 투입된 사업비용을 기반으로 지역발전을 평가하는 방식보다는 사업 시행의 효과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와 같이 투자사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인구, 경제, 기반시설을 종합한 순위를 기반으로 계속하기 보다는, 해당 투자 사업과 관련된 시설의 공급수준 등을 추가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수도권의 다수의 지자체가 포함된 투자사업의 경우, 지자체들의 지역낙후도를 단순 평균하기보다는 사업 특성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정부가 정책성 평가 과정에서 정책효과 항목을 신설해 사회적 가치 평가를 강화하도록 개선한 것은 정책 정합성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에 대한 효과를 사업 주무부처가 제시한 이후, 예타 연구진의 검토·협의를 거쳐 종합평가에 반영하도록 돼 있는데, 효과를 평가하는 것과 이를 종합평가에 반영하는 것과의 괴리감을 줄일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예타 조사가 경제성 평가와 관련된 사항은 전문적 검토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제도개선 방안에서 제외됐지만, 정책 정합성 제고를 도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정책 정합성 제고를 도모할 수 있는 편익을 발굴해 투자비용과 편익간의 매칭을 확실하게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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