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북한 주적, 포스터 등으로 '난장판' 방불케 해

[공감신문] 19일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KBS 1TV가 생중계한 '2017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본 유권자들과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스탠딩토론(원고 없는 자유로운 방식)으로 시작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잠이나 잘 걸 그랬다’는 후문이다.

20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7 대선후보 초청 토론'의 시청률은 전국 26.4%, 수도권 25.6%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 같은 시간 방송된 프로그램 시청률보다(생로병사의 비밀8.1%) 3배 이상 오른 수치다.

방송을 통해 토론회를 접한 이들은 ‘두 시간 내내 네거티브 공세와 과거 들춰내기에 급급했다’, ‘상대 공약 숙지 못하고, 간단한 팩트 체크도 안하고 같은 질문 반복’, ‘토론회가 아닌 난장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대선후보들 간 정책을 검증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런 모습은 매우 부족했다는 평가다.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대선후보 TV토론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공감신문

◆ 언제나 등장하는 색깔론 논쟁

이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의 색깔론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북한과의 인권결의안 기권 사전협의 논란을 거듭 질문하는 홍준표 후보에게 "나라를 이렇게 망쳐놓고 언제까지 색깔론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냐"고 불쾌한 심경을 전했다.

이에 홍 후보는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론"이라면서 "꼭 5공화국 시절처럼 색깔론을 들먹이며 본실을 벗어나게 하는 것 자체가 비겁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길 가다 넘어지면 노무현 탓을 했다. 그만큼 굉장히 국민적 분노를 샀다"며 "그런데 실패한 정권을 또 하겠다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실패한 정권이라는 발언을 들은 문 후보는 “자유한국당은 실패 안 했느냐”고 지적했고, 홍 후보는 “박근혜 당은 끝났다. 한국당은 홍준표 당이 됐다”고 답했다.

◆ 유승민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북한 주적 논쟁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문 후보에 ‘북한이 주적인지’ 묻기도 했다.

유승민 후보는 “문 후보께 묻는다.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며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사람이라며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유 후보는 “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 나온다. 대통령이 됐는가”라고 거듭 질문했다.

문 후보는 “국방부는 할 일 이지만,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유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남북 간 문제 풀어가야 될 입장이다. 국방부가 할 일이 있고, 대통령이 할 일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 안철수 후보 포스터 논란

홍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포스터에 왜 당명 표시를 안했나. 당명이 없다”고 물었다.

안철수 후보는 “선거 포스터의 70%를 초록색이 차지한다. 거기 당 마크도 있고 국민도 있다. 그래서 나이키를 나이키라 씁니까? 그렇게 안 쓰지 않나. 모든 국민이 다 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혹시 박지원 대표가 당 실세라 그거 피하려고 쓴 것 아니냐”고 질문했고, 안 후보는 “모든 것을 갖다 붙이신다”며 홍 후보의 주장이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대선후보들은 이외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 다양한 주제로 설전을 벌였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공감신문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해 대선 준비기간이 짧아져, 후보 검증에 대한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각 대선후보들은 공약과 정책에 대한 구체적 이행 방법 등의 설명으로 유권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들에 제기되는 의혹과 그들의 과거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그 판단은 누군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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