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처방 규제 '논란', 기형 일으킨다는 연구결과 1980년대 초부터 나와 있어

프랑스 파리의 사노피 건물/ 연합뉴스=공감신문

[공감신문] 보건당국이 지난 50년 동안 사용해온 성인 간질과 조울증 치료약이 각종 기형과 장애아 출산의 원인임을 뒤늦게 확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처방되어온 치료약은 ‘밸프로에이트’이며 이 약물로 인한 기형아 출산 수가 최소 4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됐다고 프랑스 국립의약품안전청(ANSM)이 20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이 약물은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제약사인 사노피가 개발, 1967년부터 간질과 양극성 장애(조울증) 등의 치료약으로 개발, 판매해왔다.

1998년부터는 사노피의 특허가 만료되고 가격이 싸지면서 '데파킨', 데파코트', '데파마이드', '에필림', '스타브조르' 등의 상품명으로 여러 제약회사가 100여 나라에서 판매하며 성인 간질과 조울증 치료약으로 가장 많이 쓰는 약 중 하나가 됐다.

일부 의사는 편두통과 만성 통증 치료용으로도 허가사항 외 처방(off label)을 한다.

그러나 이 약은 1980년대 초부터 태아 신경계 발달저해와 기형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들이 이미 나왔다. 척추갈림증 대표적 기형이며 심장과 생식기 장애, 자폐증을 비롯한 발달장애를 일으킬 위험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기형률은 5~10%로 알려졌다.

ANSM은 지난 1년 동안 밸프로에이트의 태아 기형 부작용과 관련한 연구결과들을 종합 평가하고 2006∼2014년 프랑스에서 임신부가 처방받은 횟수와 기형아 출산 등을 정밀 조사해왔다. 지난 2월 잠정 결과 발표에 이어 이번에 공식발표 했다.

그러나 환자단체들은 지난 50년 동안 이 약이 거의 규제 없이 사용돼 태아 기형아 출산 외에 사산 및 자폐증 등 여러 부작용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부작용이 매우 심각한 것인데도 보건당국과 제약회사가 이 문제를 확정하고 조처를 하기까지 늦장대응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은폐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도 제기했다.

사노피 사의 치료약물

프랑스 검찰은 일부 피해자 가족이 소송을 제기하자 2015년부터 관련 당국들 및 판매업체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사노피 측은 "이 약물을 임신 중 복용한 것과 관련 있을 수 있는 기형아 출산가족들의 고통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당국에 투명하게 밝혀왔으며, 의사와 환자들이 최신 의학정보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조치해왔다"고 주장했다.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신부가 이 약을 복용해선 안된다고 경고했으며,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2014년부터서야 이 약의 처방을 공식 규제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각국 보건당국이 임신부는 물론 가임기 여성에게도 이 약을 처방하지 말고, 다른 대체약물이 없어 부득이하게 사용할 경우에도 엄격한 관리하에서만 복용토록 의사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은폐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약의 부작용 문제를 과학적으로 확인해 공식 규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선조치들도 이미 다 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ANSM은 밸프로에이트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최신 연구결과를 올해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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