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보러갔다 어른들이 울고나오는

[공감신문] 지금의 20-30세대, 폭 넓게 40대까지 이르는 이들은 대체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반감이 적다. 극장 스크린에 걸리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성인 관객 비중이 무시 못 할 수준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란 옛말을 떠올려보면 참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현재의 애니메이션은, 과거와 달리 성인층에게도 폭넓은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도 철저히 저 연령층만을 주 타겟으로 삼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는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성인 관객도 함께 염두하며 제작된다.

오늘 공감포스팅에서는 ‘아동용’이란 탈을 쓴 성인용 애니메이션들을 소개한다. 물론 해당 기준에 적합한 애니메이션 명작은 무수히 많지만, 그들 중에서도 성인이 된 우리에게 특별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로 꼽아봤다. 순서는 개봉년도 순이다.

※ 내용 중 일부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됐을 수 있다.

■ 모노노케 히메

개봉 : 1997년 7월(일본)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상영시간 : 135분

1997년 작품이지만 국내에서는 2003년 정식 개봉됐다. 개봉 당시 전체이용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로 자녀와 함께 보러갔다가 신체훼손, 현실적인 야생성 묘사 등으로 아이들이 눈물을 터트렸다는 후문도 존재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제작을 지휘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 중 하나. 이상적인 영웅에 가까운 주인공 ‘아시타카’와, 인간이 버려 들개들에게 거둬진 ‘산’, 그들을 둘러싼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명작이다. 또한 아래 소개할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극중 연출상 악역으로 묘사되는 에보시는 사실 타타라 마을의 강인하고 당당한 여성 지도자이며, 지코는 밀명을 따랐을 뿐이지 악당이라 볼 수 없다.

모노노케 히메는 전체이용가 등급의 모험 애니메이션으로만 봐도 충분히 재밌으며, 또한 성인들의 관점에서 봐도 할 말은 많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 둘의 공존 가능성 등에 대해 고찰한 작품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그간 탐구해온 모든 것들을 집대성한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 팬들에게는 서정적이면서도 웅장한 사운드트랙이 아직까지 호평을 받고 있다.

■ 크레용 신짱: 어른제국의 역습

개봉 : 2001년 4월(일본)

감독 : 하라 케이이치

상영시간 : 89분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TV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크레용 신짱)’의 극장판으로, 일본에서는 2001년, 국내에서는 2008년부터 일부 케이블 TV에서 방영됐다.

주인공 신노스케(짱구)가 살고 있는 카스카베 마을에 모종의 사건이 발생해 어른들이 사라지고 아이들만 남게 된다. 마을에 남은 신노스케 일행은 부모님을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작품은 ‘추억에 빠져버린 어른들을 구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그려냈는데, 어른들이 빠진 ‘추억’의 묘사가 상당히 탁월하다는 평이다. 일본 작품이라는 특성상 어른들의 추억 장면은 배경이 일본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추억이라는 정서를 잘 그려내, 국내는 물론이고 유럽 등에서 역시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짱구 아빠’로 알려진 ‘노하라 히로시’의 과거 회상 장면은 픽사의 애니메이션 ‘업’의 그 유명한 오프닝 장면 5분과 비견될 만 하다. 이 장면은 지브리 선정 일본 만화 최고 명장면 1위에 꼽히기도 했다. 해당 장면은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더 큰 감동을 위해 작품 전체를 감상하길 권장한다.

■ 토이스토리3

개봉 : 2010년 8월

감독 : 리 언크리치

상영시간 : 102분

영화계에서 흔히 ‘전작만한 속편은 없다’는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만큼은 그 말을 비껴간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1편도 빼어난 명작이지만 2편은 그보다 더욱 좋고, 2010년 개봉한 3편은 그것을 더욱 뛰어넘는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어른이 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우디와 버즈 역시 주인 ‘앤디’로부터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련의 소동이 발생해 장난감들은 탁아소로 보내진다. 영화는 장난감들이 탁아소를 탈출해 앤디에게 되돌아가려는 과정을 그린다. 1995년부터 이어진 이 시리즈의 팬들 대다수는 이미 성인이 됐을 터다. 작품 속 주인공들 역시 참 많이 성장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서로를 시기하거나 잊혀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된 것이다.

이 작품의 핵심 장면은 엔딩장면이다. 앤디가 보니에게 장난감 하나하나를 전해주며 애정 어린 설명을 해주고, 마지막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은 관객들의 눈을 벌게지게 만들었다. 이어 앤디가 떠나기 전 장난감들을 보며 “고마워 얘들아(Thanks Guys).”라 작별을 고한다. 우디 역시 앤디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잘가, 파트너(So long, Partner).’라 화답하는데, 이 장면에서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린 이들이 많다. 그렇게, 제작자는 그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작별을 선물한다.

■ 인사이드 아웃

개봉 : 2015년 7월

감독 : 피트 닥터

상영시간 : 102분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은 믿고 보는 팬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인사이드 아웃은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꼽힌다. 인사이드 아웃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으며,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카2’부터 침체기에 빠진 픽사를 구원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샌프란시스코로 이사온 후 새로운 환경 속에서 혼란을 겪는 11살 소녀 ‘라일리’와,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감정 컨트롤을 담당하는 다섯 감정들을 의인화해 재치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작품은 특히 많은 성인 관객들이 잊고 살았던 사실, 특히 부정적 감정에 대한 중요함을 일깨우며 경종을 울렸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행복만 가득한 삶을 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삶은 우리에게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분노를 선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만을 좇고 있다. 슬픔도, 분노도, 다른 감정들도 외면한 채. 이 작품은 그런 우리에게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교훈을 전한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