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전 장관 "문 후보, 북한 의견따라 기권 결정", 문 후보 측 "송 전 장관 주장 허위사실"

[공감신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사이의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논란’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 기권 최종 결정 전 문재인 후보 결정 따라 북한에 의견 물어

송민순 전 장관은 23일 연합뉴스와 통화를 통해 "(2007년) 11월 16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기권 쪽으로 정해졌을 수 있지만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내가 반대하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친서까지 보냈다"면서 정부 입장을 정하는 논의가 표결(한국시간 11월 21일 새벽) 직전인 11월 20일까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11월 20일 당시 청와대에서 관계관이 유엔주재 대표부에서 온 (한국의 인권결의안 찬성에 북한이 극렬 반대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보고서대로 '찬성'하자고 했더니 문 실장(문재인)은 '남북채널의 반응이 중요하니 함께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의논이 있은 뒤 약 1시간 후 북한의 메시지(결의안 찬성에 강하게 반대하는 내용)가 서울을 통해 싱가포르로 전달됐고 그때 기권으로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당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거듭 찬성을 주장했지만, 당시 정부에 북한의 의견이 20일 전달돼 기권했다고 강조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로 출근하고 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당시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문재인 비서실장의 결정에 따라 북한에 의견을 물었다고 적었다.

2007년 11월 20일 싱가포르 '아세안+3' 회의에 참석 중이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백종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 사전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보고했으며, 이후 대통령이 기권을 최종 결정했다고 그는 회고록에서 기술했다.

이후 송 전 장관은 지난 21일 인권결의안 찬성에 강하게 반대하는 북한 입장이 적힌 문건(백종천 당시 실장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을 공개했다.

◆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 여부 결정 주장? 명백한 허위사실

문 후보 대변인인 김경수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11월 16일 노 대통령 주재 관저회의 자료 발췌본 ▲ 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회의 외교안보 간담회 배석자의 기록 ▲ 11월 18일 외교안보 간담회에서 논의된 대북 통지문의 주요 내용 등 3가지 자료를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 대변인 김경수 의원

우선 11월 16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 배석한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었던 김경수 의원 메모에 따르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하자"고 정리했다.

11월 18일 자료는 회의에 배석했던 박선원 당시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의 기록으로, 이 자리에서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지난 11월 15일 조정회의에서 이견이 갈려서 16일 VIP께 보고드렸으나, 의견이 갈려서 기권으로 VIP께서 정리"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김 의원은 "11월 16일 노 대통령은 결의안 기권을 결정했고 18일 회의에서 16일 노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며 "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 여부를 결정했다는 주장이 명백한 허위사실임이 입증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자료로 제시된 11월 18일 간담회에서 논의된 대북 통지문을 요약하면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남북 간의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이라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이런 내용의 통지문이 11월 19일 북한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송 전 장관이 주장한 북한 의견에 따른 20일 기권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이어 "이상의 자료에서 인권결의안 논란의 핵심쟁점이었던 '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허위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과정에서 문 후보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고 주장했다.

◆ 문 후보 측 주장 중간 논의 빠져

송 전 장관은 문 후보 측이공개한 내용이 당시 논의의 전부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면서 "(문후보 측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핵심인물인 외교장관과 통일장관, 비서실장이 북한에 (정부 입장에 대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보내는 것으로 결정 났다. 중간 논의 과정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당시) 실장은 남북정상회담(2007년 10월 2~4일 개최) 준비위원장으로서 후속 조치도 본인이 담당했다"며 문 후보가 당시 북한인권결의에 대한 정부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조정자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송 전 장관의 찬성 입장 고수로 인해) 18일 회의가 열리기 전날 문 실장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대통령 생각이 이러니까(기권하자는 것이니까) 그대로 하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 19일 북한에 전달한 통지문 요지라며 문 후보 측이 공개한 문안에 '결의안 내용을 완화시키기 위해 외교부가 노력한 점을 설명한다', '어떤 입장을 취하든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이것은 찬성을 전제로 북측 의사를 타진한 것"이라며 "북한에 물어본 뒤 기권으로 결정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나는 당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이 시작되기를 바랬는데 당시 (평화체제 논의의 열쇠를 쥔) 미국은 남북정상회담을 급하게 추진한 한국 정부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기에 북한 인권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원칙적으로 해야 미국도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간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북한 인권 결의안 찬성 입장을 내세운 배경을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 연합뉴스=공감신문

송 전 장관은 당시 기권 결정이 문 후보가 북한에서 받은 의견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기권결정은 당시 상황을 종합해 결정한 선택이라며 문 후보가 북한에 의결을 물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기권을 결정한 시기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문 후보와 송 전 장관의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논란이 격화 되는 가운데 진실이 밝혀 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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