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

(출처:de.halo.wikia.com)

인간의 성 행동의 기준은 분명 비뚤어지고 종차별주의적이며 인간중심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성적 습성은 지구상의 3000만 종의 다른 동물들의 관점에서

볼 때 너무나도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구상의 수백만 식물, 균류, 미생물의 기준으로 볼 때에도 비정상적이다.

인간의 성적 습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적 습성이

진화생물학적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공감신문] ‘왜 섹스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그대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음…. 당연히 자녀를 낳고 이 세상을 이어가야죠. 그러려면 그걸 해야하고….”라는 다소 따분하지만 체면치레 할 만한 대답을 하거나, “당연히 하면 좋잖아요.”라며 쿨하게 말하거나, “사랑의 확인이랄까?”라는 식의 감성적인 대답을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은 섹스에 대해서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본능을 떠올린다. 끌리니까, 사랑하니까, 몸과 마음이 반응하니까. 하지만 섹스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진화에 따라 섹스도 진화해 왔다면 생각만 해도 까마득하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우리의 성적 습성이 ‘특이’하다고 말한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관계를 가지고, 종족번식의 욕망을 넘어서 사랑의 문제에도 관여되어 있으며, 난교를 질색한다. 게다가 핵가족이라니! 우리는 가끔 동물들의 성관계를 목격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우리들이 보든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숨어서 하다니 진짜 이상한 종이야.”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21세기에 살고있는 우리가 왜 이런 특이한 성적 습성을 갖게 된 것인지, 진화론적인 관점을 통해 파악해 나간다.

(출처:blog.ohmynews.com)

다윈이 말한 자연선택은 식물이나 동물 개체는 해부학적으로 각기 다르게 적응해 나가는데

특정 적응 방식이 그 개체를 좀 더 성공적으로 생존하고 생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경우

세대를 거듭함에 따라 그러한 적응 방식이 개체군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동물 또는 식물의 생리적, 생화학적 특성은 특정 생활 방식에 맞추어 적응해 나가고

환경 조건에 따라 진화하게 된다.

해부학적으로 각기 다른 우리들(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널리 퍼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 자연선택을 해왔다. 자연선택은 모든 종과 성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 거미나 사마귀의 일부 종의 수컷은 교미 후에, 또는 교미 중에 암컷에게 잡아먹힌다. 나라면 죽기 싫어서 평생동안 교미를 안 할 수도 있을텐데, 그들의 행동은 자연선택을 통해 그들 신체의 해부학적 특성과 본능에 유전적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다(의식을 갖고 선택했다는 뜻이 아니다). 개체군 밀도가 낮은 종의 수컷은 교미 후 다른 암컷을 만나게 될 가능성도 희박 한데다 남은 생존 기간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면, 자신의 몸을 바쳐 암컷에게 영양소를 공급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종족 번식을 위한 그들의 선택이다. 게다가 심해어 중 어떤 종의 수컷은 암컷의 몸속으로 들어가 부속기관이 되고, 또 어떤 종은 일생의 단 한번 교미를 하고나서 얼마안가 죽는다는걸 알면서도 교미를 한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섹스를 하고나서 여자가 남자를 먹지 않을까, 왜 남자가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와 부속기관이 되지 않을까.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그런 선택이 별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로 인해 지금의 성적습성을 갖게 되었다.

(출처:OPENCLIPART)

많은 종의 경우 암컷이 한발 물러나 혼자서 수정란을 돌보고 수컷은 떠나버린다.

그러나 수컷이 양육 책임을 떠맡고 암컷이 떠나 버리는 종도 존재한다. 그리고 수컷과 암컷이

힘을 합쳐서 알 또는 새끼를 돌보는 종도 있다. 어떤 종의 동물이 그중 어느 경우에 해당될지는

각 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상호 연관된 세 가지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자신이 수정된 알 또는 태아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이미 수정된 태아나 알을 돌봄으로써

또 다른 자손을 수정시킬 기회를 얼마나 잃어버리게 되는지, 그리고 수정된 태아나 알이

자신의 자손임을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지가 그 세 가지 요소이다.

대부분 인간의 경우 남자와 여자가 아이를 낳아 핵가족을 이루며 산다(특이한 습성 중 하나이다). 체내 수정을 한 여자는 상대적으로 태아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돼 아이를 내팽개쳐 버리기 어려워진다. 어떤 새는 깃털이 다 자란 채로 태어나 부모의 도움없이 먹이를 찾을 수 있는 반면, 인간의 아기는 부모의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백일도 안 된 아기가 수렵과 채집을 할 수 있겠는가. 남자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더 많은 자손을 낳기 위해 다른 여성을 찾을 것인가, 자신의 아이 곁에 남아 잘 자랄 수 있도록 지킬 것인가. 전자의 경우 애써 낳은 자손의 생존 확률이 낮아질 것이고, 후자의 경우 그 반대가 된다. 게다가 임신한 여성은 십 개월 동안 다른 남성의 아이를 임신할 수 없다. 자신이 먹을 것을 구해오고 적으로부터 지켜내 여성이 건강하게 출산을 한다면 자신의 자손임을 확신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함께 아이를 돌보기로 한다.

인간의 자연선택 과정이 눈쌀 찌푸려질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사랑으로 잉태한 아이를 낳는 거라며 화를 낼 수도 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섹스의 진화]는 모유 수유, 폐경, 배란기 같이 다른 동물들과 차이점을 갖는 문제 또한 진화론적 관점으로 풀어낸다.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일리있는 부분도 있다. 확실한건 인간을 진화론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면 섹스 또한 그러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고작’ 700만 년 전에 침팬지 및 보노보의 조상들과 갈라져서 진화되었으며

고릴라의 조상과는 900만 년 전에, 오랑우탄의 조상과는 1400만 년 전에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한 사람의 일생에 비교할 때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처럼 느껴질 테지만

진화의 시간 척도에서는 그저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지나지 않는다.

몇 백만 년 후의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되어 있을까. 어떤 성적 습성을 갖게 될까. 그때쯤 되면 여성이 사냥을 하고 남성이 수유를 한다거나, 여성의 폐경이 사라지고 배란기가 신체적으로 드러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지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습성들이 아무렇지 않은 시대가.

(출처:인터파크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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