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X소리야?

[공감신문] 우리는 인터넷을 하다 ‘대체 무슨 소린가’ 고민하게 만드는 글들을 종종 마주친다. 몇 년 전 유행했던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 쯤으로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이제는 게시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해괴한 문법을 고수하는 글들도 쉽사리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볼 테니 무슨 말인지 해석해보자.

금요일인데 칼퇴 가야하는 부분인거 ㅇㅈ? 응 아니야~ 

금요일에 ㄹㅇ 야근각이면 센스 개 터지는 부분이구연~ 

솔까 남들 다 15지게 놀고 있는데 나만 일하면 인생 ㅆㅎㅌㅊ인 부분 ㅇㅈ? ㅇㅇㅈ. 앙 칼퇴띠~

일명 ‘급식체’라는 말투다. 중고등학생의 멸칭인 ‘급식충’들이 사용하는 문체라는 거다. 기자가 짧은 시간 동안 습득하고 즉석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 시선에는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급식충’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연령대의 사람에게는 외계어처럼 보일 듯 싶다. 위 텍스트는 온갖 ‘병맛’ 문체 중에서도 해석하기 쉬운 편에 속하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를 파악할 수는 있겠다.

한글파괴가 심각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이것이 새로운 놀이문화냐, 아니면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게 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조어 문체들은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흥으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특정 집단에서 소속감을 위해 재미삼아 쓰는 문체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놀이문화의 일종이라는 의견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심지어 과거 온갖 이모티콘으로 도배하던 문체와 비교하면, 그나마 의미 전달은 되지 않나.

알아도 별 필요야 없겠지만 같이 웃자고 만든 포스트니 심각해지지 말자.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러한 ‘병맛’ 문체들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단순한 소개를 해볼까 한다. 사실 알아도 하등 쓸모가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모르는 것 보다야 재밌지 않겠는가. ㅇㅈ? 앙~기모띠~

■ 보그체

문체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일부 패션잡지에서 흔히 쓰이는 해괴한 어투를 패러디한 문체다. 이 문체는 굳이 필요 없는 부분에 영어나 프랑스어 단어 추가, 혹은 불필요한 단어 번역 등의 방식으로 사용된다. 등장시기는 그리 짧지 않아서 이미 많은 네티즌들에게 패러디된 바 있다.

“이퀴벌런트 프라이스의 프로덕트 중에서도 체리 레드 컬러 스커트를 레커멘드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by 공감신문

 

“릴라이어블한 해칫 때문에 풋 탑에 스카가 생길 수 있으니 어텐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by 공감신문

보그체 사용법은 생각보다 고난이도다. 특히 영어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유사한 의미의 영단어 중에서도 흔히 쓰이지 않을법한 단어를 골라야만 해석 불가능한 문장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삼아 보그체 문장을 만들어보려다 난데없이 영어사전을 집어들게 될 수도 있다.

■ 줌마체

줌마체 사용자로 잘 알려져있는 카리스마 배우 김소연.

줌마, 일명 아주머니들이 사용하는 문체다. 30대 기혼 여성들이 많이 쓰며, 그 중에서도 ‘OO맘’들의 사용빈도가 높다. 특징으로는 애교있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 ^^ 등 한물 간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것 역시 줌마체의 특징이다.

줌마체는 비교적 배우기 쉬운 편이라 할 수 있다. 줌마체를 쓰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친근감으로 가득 채우자. 시아버지는 샵지, 시어머니는 셤니 등 말을 짧게 줄이면 귀여움도 올라간다. 제품을 ‘이 아이’로 의인화하거나, 문장 사이에 ‘이궁..’, ‘푸힛’ 등 추임새를 넣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중간..중간...마침표를...‘낭낭하게’...붙여주자... 하나만 찍는 것은 정 없다. 마지막으로, 줌마체에서 거친 말은 절대 금지다. 거친 말도 물결표(~)를 이어붙여 애교있게 보인다면 줌마체 완성이다.

■ 허구연체(휴먼 구연체)

야구 해설위원 허구연 '씌' [사진=유튜브 캡쳐]

야구 해설자 허구연의 인상적인 경남 사투리에서 기인한 개그성 문체다. 대부분의 단어를 허구연의 발음 그대로 작성하면 된다. 예를 들면 ‘젊은 선수→즐믄 슨슈’, ‘류현진→루헨진’, ‘변화구→베나구’ 등이 있다. 심지어 ‘됐어요’나 ‘했어요’는 각각 ‘대쓰요, 해쓰요’로 대치된다. 이 문체의 특징은 글만 봐도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드는, 음성지원이 되는 문체라는 점이다.

방송인 유병재 역시 허구연체를 패러디했다. [사진=유병재 페이스북]

허구연체를 ‘증아카고 왐배카게(정확하고 완벽하게)’ 익혀보자. 허구연체는 경남 방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며, 유독 억센 허구연 해설자의 발음을 구현하는 것이 포인트다. 네티즌들이 이 문체에서 사용되는 전용 단어장을 정리해뒀으니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밖에도 한 문장이 아니라 본문 전체를 허구연체로 완성하고 싶다면, 허구연 해설자처럼 ‘기승전 돔구장’으로, 어떤 글이건 간에 글 말미에 돔구장을 찬양하거나 필요성을 피력하는 내용을 추가하면 된다.

■ 왈도체

힘세고 강한 어느 날 아침, 전설이 시작됐다.

일본어는 국어와 어순이 동일하기 때문에, 직역해도 다른 언어에 비해 덜 어색하다. 그러나 영어의 어순은 국어와 전혀 다르다. 때문에 ‘i love your pretty face’라는 단순한 문장도 직역하면 ‘나는 사랑한다 너의 예쁜 얼굴’이라는 식으로 번역된다. 배열을 새로이 해야만 하는 것이다. 왈도체는 고전게임의 발번역에서 비롯돼, 그 오묘한 개그포인트가 매력으로 작용해 큰 인기를 끌었던 문체다. 현재는 몇 년 전에 비해 시들하지만 아직도 ‘병맛’ 문체의 가장 대표적 예시로 손꼽힌다. ‘힘세고 강한 아침!’은 왈도체 문장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문구로, 여기저기에서 많이 패러디되기도 했다.

이 정도는 왈도체 번역에서도 초보 수준에 속한다. [사진=인스티즈]

왈도체는 이번에 소개하는 문체들 중 가장 고난이도의 문체다. 왈도체는 ‘영어 원문의 순서 그대로 직역’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그냥 말장난에 불과하다. 왈도체의 미묘한 포인트는 바로 ‘더욱 철저하게 오역해버리기’다. 예를 들어, 왈도체를 탄생시킨 마이트 앤 매직 6 번역자는 Elven Chain Mail을 ‘열 한 개의 사슬 편지’로 번역했다. 사슬 편지는 그렇다 쳐도, 난데없이 어디서 열 한 개라는 숫자가 나온 걸까? ‘엘프의, 엘프제’ 등을 의미하는 접두어 엘븐(Elven)을 일레븐(Eleven)으로 오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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