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지난 두 달간 한국경제의 엔진은 메르스 공포로 인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 위축으로 완전히 멈춰선듯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극감했고 소비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6월 기준으로 외국인의 한국방문이 전년대비 41.0%나 감소했는데, 중국과 대만과 같은 중화권으로부터의 여행계획 포기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이 10% 줄어들면 대략 1조5,000억원의 국내소비가 위축되는 파급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03년 3~4월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을 때 경제성장률의 30%가 잠식당한 경험도 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사스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해 다행이었다.
  메르스는 초 단기간에 국민들의 소비심리에 직격탄을 날렸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업과 관광업뿐 아니라 식당과 놀이공원은 마치 한여름 휴가철의 도심과 같이 텅 비다시피 했다. 병원과 약국도 마찬가지. 내로라하는 투자분석기관에서는 메르스로 인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짧게는 0.15%포인트 길게는 0.8%포인트 정도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온 경제활성화 조치들이 무색하게 될 우려도 많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전면에 나서서 사태 진정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의 장기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과거 사스와 신종플루와 같은 돌발성 유형성 전염병의 경우나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지난 2003년 사스 사태시 홍콩과 대만의 경우를 보면, 발병 초기에는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와 같이 급격한 소비 위축과 관광객 수 극감에 따른 서비스업 주가 급락 등 나라 경제에 큰 타격이 있었다. 홍콩의 경우 소비지출과 성장률이 각각 4.7%, 0.6% 줄어들었고, 특히 숙박·요식업과 유통업의 매출이 각각 35.1%, 10.4%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비교적 단기간에 회복돼 같은 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도 같은 기에 대비해서 오히려 상승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 전망은 사실상 종식된 메르스가 더 이상 문제되지 않음을 전제한 것이다.
  이제는 메르스 공포에서 벗어나 침체된 경기를 되살려야 할 때이다. 시급한 것 중의 하나는 메르스로 인한 얼어붙은 소비심리의 원상회복이다. 다행인 점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의 대규모 세일 행사와 겹쳐 휴가철의 소비심리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는 메르스 피해 극복과 경기회복을 위해 어렵게 확보한 11조5,000억원의 추경예산을 신속하고도 적절하게 집행함으로써 소비경제의 활성화를 촉진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우리 경제의 일원으로써 일상의 소비생활을 함으로써 경제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사족 하나를 덧붙이자면 앞으로는 메르스와 같은 돌발성 전염병에 대한 일사불란한 컨트롤타워를 분명히 하고 신속한 대처가 가능토록 대응체계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서 메르스와 같은 국가적 사태에서만이라도 정략적 이용이 자제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2개월여 동안 일부 언론의 시각이나 메르스대책을 위해 마련된 토론마당에서는 당리당략을 내세운 논자들의 주장이 적잖이 전파를 탔다. “잘못은 네가 했고 내말이 맞다”라는 논조다. 모 지자체장의 긴급브리핑을 두고서도 중앙정부와의 진실공방과 논객들의 설왕설래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했다.
  2003년의 사스사태나 2009년의 신종플루 사태와 같이 2015년의 메르스도 점차 과거사가 되어갈 것이다. 중요한 점은 새로 한 소를 잘 키우기 위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서 정부와 정치권의 초당적 대처와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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