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마침내 19대 대선 결과가 드러났다. 기호1번 문재인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1위를 줄곧 수성해왔던 그였기에 이 결과를 예상하고 있던 사람도 많을 것. 하지만 다른 후보자를 지지한 사람들, 특히 다른 후보가 대통령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도 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번 개표결과는 그야말로 ‘뜻밖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투표는 유권자 중 누군가에게는 예상 밖의 결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여러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투표 이벤트' 식의 홍보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홍보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투표 이벤트’를 벌이는 기업들이 많다. 이러한 투표 이벤트는 참가자, 즉 소비자들이 마케팅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가한다는 느낌을 준다. 반면에 투표 이벤트를 준비하는 기업은 어느 정도 자신들의 예상대로 이벤트가 흘러가게끔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투표에 두 후보를 내세우고, 한 후보는 자사가 원하는 기능 등을 갖춘 모델을, 또 다른 후보는 비교적 덜 선호될만한 요소를 갖춘다는 식이다. 이는 결국 기업들이 ‘답정너’ 짓을 하는 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소비자, 특히 네티즌들이 투표 이벤트에 장난식으로 투표한 결과가 기업이 의도한 방향과 다른 경우는 상당히 많다.

그런데, 참가자들의 의기투합으로 기업의 예상을 무참히 박살내버리는 투표 이벤트들도 많다. 이런 결과가 나타날 경우, 기업은 결국 투표에 개입하는 ‘비리’를 저지르기도 한다. 오늘의 공감포스트는 ‘답정너’식의 홍보용 투표 이벤트를 실시하는 얄미운 기업들에게 유권자(소비자)들이 ‘단죄’한 사례들과, 아쉽게도 기업의 개입으로 인해 ‘부정선거’가 돼 버린 투표 이벤트들을 살펴본다.

■ 평양 속옷투하 사건

속옷 브랜드 '비외른 보리'는 세계 각국의 도시 중 가장 많이 선택된 곳의 상공에 속옷을 뿌린다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2013년 10월, 스웨덴 출신의 테니스 선수 ‘비외른 보리(Björn Borg)’는 자신의 이름을 딴 속옷브랜드 ‘비외른 보리’ 런칭을 앞두고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는 세계 각국의 도시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도시의 상공에 섹시한 속옷 450벌을 투하하겠다’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른바, ‘하늘에서 팬티가 내려와’를 실현하겠다는 것.

반장난 식으로 세계 네티즌들은, 이벤트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수도 '평양'에 몰표를 떠밀었다. 그 결과는…

이 투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참 짓궂게도, 현실적으로 공약 실천이 어려우리라 예상되는 도시, 북한의 ‘평양’에 몰표를 행사했다. 결국 ‘Mass Seduction(거대한 유혹)’이란 이름의 이 투표 이벤트 승자(도시)는 평양으로 낙점됐다. 물론 세계 각국의 네티즌들도 이 기업이 정말로 평양 상공에 속옷을 뿌리길 바란 것 같지는 않았다.

비외른 보리가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한 '평양 방문기' 속의 사진. [웹페이지 캡쳐]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비외른 보리측은 자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비외른 보리, 평양에 가다’는 제목의 속옷 투하 여행기를 공개했다. 공개된 여행기에 따르면, 기업 측 한 관계자가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고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에 도착했다. 해당 관계자는 4박 5일간 평양의 호텔에 머물면서 호텔 외부, 로비, 복도 등 곳곳에 속옷을 두고 왔다. 또한, ‘하늘에서 뿌리겠다’는 말도 안되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41층 호텔 창문 밖으로 속옷을 던지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비범한 면모에 네티즌들 역시 혀를 내둘렀다. 물론 ‘항공기를 동원해 하늘에서 속옷을 뿌리겠다’는 최초 공약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런 것 쯤은 묵과해주자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만약 항공기로 상공에서 무언가를 투하했다면 안전상의 심각한 위험이 우려될 것은 뻔했으니까.

■ 저스틴 비버 북한 공연사태

캐나다 출신의 아이돌 가수 '저스틴 비버'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안티 팬도 많은 편이다. [웹페이지 캡쳐]

캐나다 출신의 미국 아이돌 가수 저스틴 비버는 전세계 음악 팬들 사이에 상당히 뜨거운 감자다. 수많은 팬들을 보유한 만큼, 그의 행동을 지적하는 안티팬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활동 중인 미국 내에서는 ‘저스틴 비버를 캐나다로 돌려보내라(Send Bieber Back to Canada)’는 식의 안티 구호가 심심찮게 들려온다고 한다.

그런 그가 지난 2010년, ‘어떤 제약도 없다고 가정할 때, 다음 투어는 어느 나라에서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내용으로 월드투어 공연을 할 나라를 선정하는 투표를 실시했다. 세계 팬들의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열린 이 투표에 그의 팬들만 참여했었다면 좋았을텐데, 결과로 미뤄 보아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다. 너무나 터무니없고 실현 가능성도 0%에 가까운 나라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벤트는 아니었다고 해도, 이것을 '공약'이라 본 일부 네티즌들은 저스틴 비버가 북한에서 공연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웹페이지 캡쳐]

그렇다, 이 투표에서도 역시 북한(50만표 이상)이 선정된 것이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안티팬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장난기 많은 네티즌들까지 달려든 듯 싶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저스틴 비버는 공식적으로 북한에 가지 않을 것이라 발표했지만, 아직 이 일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저스틴 비버가 북한에서 공연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그의 안티 구호를 살짝 바꾼 듯 한 ‘저스틴 비버를 북한으로(Send Bieber to North Korea)’라는 구호까지 만들어졌다. 이처럼 많은 안티팬들은 아직도 그에게 이 어처구니 없는 공연을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아득히 먼 미래 언젠가는 그가 평양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구는 평양 시내에 팬티도 뿌리고 다녔다는데 말이다.

■ 파맛 첵스 사건

일명 '파맛 첵스 사건'이라 불리는 이 투표 이벤트의 두 후보자들. [웹페이지 캡쳐]

아마도 국내의 이러한 사례들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꼽힐만한 사건일 듯 싶다. 2004년 12월, 켈로그는 자사의 시리얼인 ‘첵스’ 홍보를 위해 ‘첵스초코왕국’의 ‘새 대통령’을 뽑아달라는 내용의 온라인 투표 이벤트를 열었다. 새 대통령 후보는 기호1번 체키와 기호2번 차카. 체키는 ‘더 진하고 부드러워진 밀크 초코렛 맛을 첵스초코 안에 넣어줄께!’ 라는 공약을, 차카는 ‘첵스초코 안에 파를 넣어주지, 근사하지?’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한번 생각해보자. 흔히 아침 식사 대용으로 우유와 함께 먹는 시리얼은 대부분이 달콤하거나 담백하다. 그런데 ‘파’ 맛이라니? 특히나 이 대결은 대개 파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됐기에, 어떻게 봐도 체키가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예 대놓고 기호1번을 찍으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부정선거' 의혹 속에 당선된 기호1번 체키를 네티즌들이 지지할 리 없었다. [웹페이지 캡쳐]

이처럼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척’하는 홍보방식에 네티즌들이 단죄에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을 필두로, 재미삼아 기호2번 ‘차카’에게 몰표하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벤트 6일차인 12월 11일에는 차카(5만 9904표)가 체키(1만 6311표)를 한참이나 따돌리게 됐다.

표를 던지는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표를 세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오시프 스탈린

결국 사태가 심각해지자 켈로그는 ‘무효표를 걸러낸다’는 명분하에 차카에게 간 표를 대거 삭제하고, ARS와 현장 투표를 다급히 추가했다. 이 투표의 승리는 결국 캘로그가 바라던 바 대로 기호1번 체키에게 돌아갔다. 다만, 선거 결과가 드러난 이후 네티즌들은 숱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결과에 불복하는 네티즌들은 파맛 첵스 제품 이미지를 합성하거나, 당선자 체키를 ‘비리로 당선된 독재자’라 폄하하는 등 선거 무효를 외쳤다. 눈물겨운 이 사례는 네티즌들의 장난에 의해 이벤트가 홍보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간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 일본판 ‘파맛 첵스’ 사건

'파맛 첵스 사건' 8년 후, 일본에서도 똑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학습능력이 없는 걸까… [웹페이지 캡쳐]

일본에서도 ‘파맛 첵스’ 사건과 비교될법한 이벤트가 발생했다. 아니, 비교랄 것도 없다. 판박이다. 2012년 일본 캘로그는 ‘코코군의 초코와’라는 시리얼 제품에 초콜릿 맛을 넣을지, 와사비 맛을 넣을지를 두고 네티즌 투표를 실시했다. 물론 제품 이름대로, 초코맛이 우승할 것이 뻔히 보이는 이벤트였다. 다만, 일본 캘로그가 만약 한국의 사례를 기억해뒀다면 이런 이벤트는 애초부터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표차는 당연히 '와사비맛'을 넣겠다던 '스핑크스'가 압도적이었으나,

이쪽 사정도 부정선거로 점철된 우리나라의 파맛 첵스 사건과 같았다. [웹페이지 캡쳐]

일본의 ‘디시인사이드’라 불리는 온라인커뮤니티 2ch의 한 유저가 이 이벤트를 발견하고, 어째선지 와사비맛에 투표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이후 한참 동안 와사비맛을 넣자고 주장한 캐릭터 ‘스핑크스’가 압승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우리나라의 ‘파맛 첵스’ 사건과 동일했다. 와사비맛에 투표하는 이들이 심상치않게 늘어나자, 일본 캘로그가 ‘부정 투표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중복 투표된 표를 걸러내고 초코맛을 선정한 것.

와사비맛 스낵은 특유의 톡 쏘는 풍미 때문에 선호하는 이들이 꽤나 많다.

혹자는 이러한 와사비맛 투표에 대해 ‘어차피 출시해봤자 사 먹지도 않을 거면서’라 비아냥대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맥주 안주 등 다양한 종류의 와사비맛 스낵들이 출시되고 있지 않은가? 기업이 설정한 주 타겟층에는 벗어날 수 있지만, 만약 와사비맛 시리얼이 출시됐다하더라도 ‘쪽박’은 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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