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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가상의 사회, 온라인 게임 속 ‘암묵의 룰’

[공감신문] 싱글 플레이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사정이 다르다. 아무렇게나 게임을 즐길 경우, 다른 플레이어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온라인게임을 흔히 ‘또 하나의 사회’라 부르기도 한다.

여러 유저가 함께 즐기는 게임에서는 서로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공공연한 매너다.

온라인 게임에는 플레이어들이 정해놓은 일종의 불문율이 존재한다. 개발사측에서 플레이 규칙으로 정한 것도, 제제하거나 금지하는 행위도 아니지만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유저 간에 합의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흔히 이와 같은 불문율들을 ‘XX매너’라는 식으로 지칭하는데, 실제로 매너와 연관이 있는지는 다소 의견이 분분하다. 온라인 게임 속, 플레이어들 간의 암묵적 동의로 맺어진 규칙들을 알아봤다.

 

■ 득점 리플레이는 스킵하고

실점을 당하고 나서 슬로우모션으로 골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피파 시리즈 게임 장면]

‘골’을 넣는 것이 목적인 스포츠 게임은 보통 어느 한 팀(혹은 플레이어)가 골을 넣었을 경우, 그 장면을 리플레이 식으로 다시 보여준다.

골을 넣은 입장에서는 자신의 멋진 플레이 장면을 감상하는 것이 퍽이나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실점을 한 입장에서는, 그 영상을 보고 있으면 속이 타고 조급해진다. 그리고 채팅창에 외치게 된다. 

“그냥 빨리 넘기고 스겜(스피디한 게임) 합시다!”

'득점 영상 스킵'은 서로의 멘탈을 지켜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피파 시리즈 게임 장면]

온라인으로 다른 유저와 대결을 펼치는 스포츠게임에서는 보통 자신이 득점을 한 경우 득점 리플레이 영상을 ‘스킵’한다. 만약 어느 한 쪽이 득점 영상을 한참 감상할 경우, 상대방도 보복성으로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플레이 자체가 길게 늘어지기도 한다.

 

■ 스토리 동영상은 기다려준다

'리치왕' 처치 후에는 그의 씁쓸한 최후를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WOW 게임 장면]

다른 유저들과 ‘파티’를 맺고 던전을 클리어해 나가는 게임에서도 ‘영상 스킵’ 과 관련된 암묵적 룰이 존재한다. 게임의 스토리에 관심 많은 몇몇 유저들은 던전 진행 과정 중에서 재생되는 스토리 영상을 감상하곤 한다. 그런데 이 영상이 재생되는 중간에는 유저의 캐릭터가 정지한다. 그러면 팀플레이를 위해서 다른 파티원들은 가만히 그를 기다려야하는 것.

영상을 스킵하면 어떻게 더러운 츄럴이 대족장이 됐는지도 알 수 없다. [WOW 게임 장면]

이런 ‘영상 스킵’은 꼭 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매너라 보기 어렵다. 게임 속 스토리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은데, 팀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중요한 영상을 넘겨버린다면 얼마나 속이 상하겠나? 그래서인지, 몇몇 게임에서는 초행자들을 위해 스토리 동영상을 감상할 시간을 기다려주는 문화가 있다. 그러나 초행자가 아닐 경우에는 얄짤없다. 이미 본 영상을 또 보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빨리 빨리’를 외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하자.

최근에는 게임 속에서도 자체적으로 과거 자신이 ‘스킵’했던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고 있으니 가능하면 스토리 동영상은 처음에만 감상하고,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다시 보는 것에 좋겠다.

 

■ ‘방사’ 매너

'클전'이나 '방사'라는 말이 활성화되기도 전에 관으로 들어간 비운의 게임 '킹든갓택2'. [서든어택2 게임 장면]

보통 팀 대항전으로 진행되는 게임은 신경전이 빈번히 발생한다. 물론 그 이유는 승부욕이다. 때문에 게임에 돌입했을 때, 상태 팀에게도 보이는 ‘전체 채팅’은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한다. 간단한 인사말, 규칙 등에 대한 언급이 그렇다. 그 밖의 지시, 플레이 현황 등은 팀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팀 채팅’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실수로 전체 채팅창에 팀 채팅을 하면 다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가뜩이나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채팅 내용이 상대팀에게는 고깝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채팅창 번짓 수를 잘못 찾아 나오는 채팅을 ‘방사’라 칭한다. 이는 ‘방송사고’의 준말이다.

방사는 'ㅋ'나 'ㅎ' 하나만으로도 육두문자가 튀어나올 만큼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방사는 특히 FPS 게임의 ‘클랜전’ 등에서 종종 발생하며, 방사가 거슬리는 이들은 ‘방사 자제’라는 말을, 방사를 저지른 이는 ‘방사 ㅈㅅ(죄송)’라는 사과를 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상대팀에게 혼란을 줄만한 내용을 언급하고 ‘방사 ㅈㅅ’라 얼버무리는 심리전의 달인들도 있다.

 

■ 역할분배

재밌는 캐릭터만 선택하면 재미야 있겠지만 이기기는 힘들다. [오버워치 게임 장면]

이 암묵적인 룰은 아직까지 완전히 정착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매너 플레이’를 지향하는 플레이어라면 따르는 편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팀 대항전 류의 게임은 보통 다양한 역할군을 제시한다. 인기 게임 ‘롤(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크게 ‘탱커’, ‘딜러’, ‘힐러’ 세 분류로 구분된다. 각각 ‘몸빵’, ‘공격수’, ‘지원’을 맡는 것. 그런데 보통은 적에게 공격을 퍼붓는 ‘딜러’를 하고 싶어 하지, 적에게 두들겨 맞으며 시선을 잡아두거나 뒤에서 보호받으며 지원하는 것은 싫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두에서 공격하는 게 제일 재밌으니까!

롤에서는 상대팀과 싸우기 전, 캐릭터 선택을 하며 아군과 먼저 싸우게 된다. [롤 게임 장면]

때문에 4~6명의 유저들이 모이는 게임에서도 역할 편중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역할 분배 과정에서 탱커나 힐러 역할이 부족할 경우, 자의로 딜러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타인에게 탱커나 힐러를 부탁하는 유저도 많다. 그러나 이 역할분배는 게임 개발사에서도 어디까지나 ‘권장’만 하고 있을 뿐, 엄격히 정해진 규칙은 아니다. 따라서 역할 따위는 무시하고 원하는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 ‘킬 스틸’과 ‘킬 양보’

이 놈 만큼은 킬 스틸을 해서라도 찢고 싶다? 정상입니다. [롤 게임 캐릭터 티모]

온라인 게임 속에서, 다른 유저가 적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은 함부로 나서서 도와주면 안 된다. 자칫 ‘스틸ㄴㄴ’라는 말이나, 심한 경우 ‘ㅡㅡ’라는 기분 나쁜 이모티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몬스터(및 적)가 주는 경험치(및 보상)는, 몬스터에게 피해를 입한 유저가 가져간다. 그런데 다른 유저가 끼어들 경우에는 받을 수 있는 경험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 개입을 ‘훔친다’는 의미의 ‘스틸’이라 칭한다. 유저들 간의 팀 대항전류 게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오버워치'는 짧은 시간 내 상대팀을 전원 처치할 경우 '최고의 플레이'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오버워치 게임 장면]

그런가하면 어떤 경우에는 과감하게 다른 유저에게 ‘킬’을 양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한 ‘롤’이나 ‘오버워치’가 대표적이다. 팀의 어느 한 유저가 상대팀 전원을 처치하기 직전, 예를 들어 5명 중 4명을 죽인 상황에서는 그 사람에게 킬을 몰아주는 것이 암묵적 룰이다. 보통 롤에서는 ‘펜타킬(오버워치는 전원 처치) 매너’라 칭한다.

 

■ 게임 속 ‘암묵의 룰’도 정도껏

앞서 소개한 것들은 많은 유저들에 의해 일종의 ‘매너’로 정착하게 된 규칙들이다. 다른 유저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게임 내에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은 규칙들은 종종 유저들간의 자체적인 자정 작용을 해내며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한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다.

당신이 이룬 펜타킬은 어쩌면 한 대인배가 양보한 덕분일지 모릅니다. [롤 게임 장면]

그러나 이들 중 몇몇은 유저들의 자율적 게임 경험을 제한하는 부정적 효과도 가져오곤 한다. 그 중 특히 ‘방사’ 매너는 여러 게임에 걸쳐 상당히 많은 지적을 받고 이제 많이 사라진 듯 하다. ‘채팅하라고 만들어 놓은 전채 채팅 기능을 쓰면 비매너냐’는 지적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납득 안가는 매너 운운하는 놈들은 딱밤이라도 때려주고싶다. [유튜브 캡쳐]

우리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한다. 그런데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돼’라며 매너를 들먹이고 비난한다면, 그 게임이 즐거울까? 혹은 ‘내 맘대로 아무거나 다 할래’라 말하는 민폐 유저를 팀원으로 맞이하게 된다면?

게임하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애꿎은 컴퓨터에 샷건 치지는 말자.

반대로 각 게임 속에 존재하는 고유의 문화를 따르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도 옳지 않다.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게 싫다면 또 하나의 사회라 불리는 온라인 게임 속에서도 고립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게임 속이라 해도, 자신이 멋대로 행동한다면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있음을 명심하자.

유저들 간의 합의로 맺어진 규칙은 어디까지나 ‘권장’에 그쳐야 한다.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온라인 게임의 이용자 약관에 정해진 것도 아닌데, ‘매너’ 운운하며 다른 유저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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