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에 나오는 말 인대요. 
정직하고 반듯한 이별에 대한 정의를 날카롭게 표현한 문구죠. 누구나 아무리 격정의 사랑을 하더라도 꼭 한 번은 이별을 해야 해요. 어떤 이별이든 이별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별이 생의 과정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어쩌다가 사랑한 후에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길 수 있는 건 아마도 '가장 사랑할 때 이별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하게 되죠. 아름다운 이별은 어떤 걸까요?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고민할 때마다 생각나는 꽃이 있는데요. 동백꽃이에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장 아름다울 때 추락하는 처연한 동백꽃이 아름다운 이별과 오버랩이 되죠. 동백꽃의 꽃말은 '그대 만을 사랑해'라고 하죠. 동백꽃은 겨울바람을 안고 피어나 가장 아름답고 화려할 때 눈물 흘리듯 새빨간 꽃잎을 후드득 떨어뜨리며 임종하죠. 

그와 반대로 봄바람을 안고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는 벚꽃은 꽃말이 순결이라 하는데 임종의 모습이 곰지는 않아요. 벚꽃이든, 여름 장미든, 가을 은행잎이든 겨울 동백꽃이든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하죠. 그러나 우리네 생은 단 한번 꽃을 피우다가 가야 해요. 물론 꽃을 화려하게 피우는 이도 있지만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떠나가는 이도 있죠.

어떤 이별이든 아픔은 깊어요. 가수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오죠.'매일 이별하고 있구나' 그래요. 우리는 매일 이별하고 있어요. 꽃은 나무와 이별할 때 씨와 열매를 남기고 떠나죠. 무언가는 남긴다는 것은 아름다운 이별을 의미하는 것이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이별이 되려면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말이 되기도 하죠. 벚꽃이든, 동백꽃이든 매서운 겨울을 꿋꿋하게 견뎌 이겨내야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되니까요. 

아름다운 이별은 성숙을 안겨주죠. 자아의 성숙, 관계의 성숙으로 발전하여 결국은 생의 성숙으로 완성이 되죠. 연인과의 이별이든, 가족과의 이별이든, 친구와의 이별이든 아름다운 이별로 이끌기 위해서는 울고 또 울더라도 잘 견뎌내야 맑고 깨끗한 영혼으로 승화가 되죠. 맑은 영혼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노력과 배려, 희생이 있어야 해요.  

이별에 있어 아름다운 합의는 무엇일까요? 작가 미리암 레비는 이런 말을 했죠. 

"인생은 커다란 상점 같은 것이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카운터가 하나씩 있다. 오른쪽 카운터에는 '행복'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붙어 있다. 그곳에서는 우리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생각들을 살 수가 있다. 왼쪽 카운터에는 '불행'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그곳에서는 나쁜 기분이 되는 생각을 살 수 있다. 선택하는 것은 우리들이다. 스스로 어떤 카운터에서 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가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요.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행복하고 불행하고 그 모두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거죠. 어떤 이를 만나서는 '너를 죽도록 사랑했다'는 한 문장을 남기고 떠나더라도 이별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머지않아 아름다운 추억이 되죠. 

어떤 만남과 어떤 이별을 하든 생의 과정이고 돌아보면 추억이 되죠. 생의 조각이 아름답게 낡아가더라도 때로는 허둥대는 기억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밀려드는 그리움은 딱딱한 심장을 말랑하게 해주죠. 때로는 산만한 일상을 그 추억이 단정하게 빗질해주기도 하죠. 

그러니 어떤 이별이든 속으로는 울더라도 겉으로는 미소 지으며 떠나야 해요. 이별을 두려워 말아야 해요. 걱정하지 말아야 해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내가 돌보아주고 내가 간섭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떨쳐버려야 해요. 그는 나아닌 다른 누군가가 돌볼 것이고 그 누군가 돌보지 않을지라도 스스로 잘 적응해 가면서 즐겁게 살아갈 거니까요.

화려하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생은 한순간이에요. 또 영원한 것은 없어요. 화려한 봄날이 가고 나면 꽃이 진 자리에 다시 푸르름이 가득한 것처럼. 이별도 그런 거예요. 당장은 아프고 힘들지만 곧 상처는 아물 것이고 머지않아 길 끝에서 누군가 푸른 웃음 지으며 손 흔들고 있을 거예요.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에요. 어떤 선택이든 시작은 아주 작은 한 걸음을 떼는 것이에요. 작은 한걸음이 아름다운 무엇을 만들 수가 있어요. 한걸음을 떼어봐요. 

시간이 우리의 생의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커다란 새로움이 탄생하기에 생은 살아볼 만하다는 것이에요. 결국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나의 몫이고 어떤 이별을 선택을 하던 정답을 증명할 방법은 없어요. 이별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테고 다시 만난다 해도 상처는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이별의 끝은 곧 새로운 출발이에요. 그러니 이별을 치유하는 비결은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기보다는 앞으로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에요. 앞으로 내딛는 한걸음이 새로운 출발이니까요. 용기 있게 한걸음을 떼어봐요.

자신이 선택한 길이 진리라고 믿으면 되는 거예요. 멋진 아름다운 이별의 기본은 확신이에요. 바닥까지 내려가도 절망하지 말아야 해요. 바닥에서 다시 위로 올라가는 통로를 찾으면 되니까요. 

“바람에 굴복하면 바람에 몸을 실을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이별을 인정하는 것이 위로 향하는 출구를 찾는 데 도움이 돼요. 이별을 인정하되 생각까지 굴복당하지 않으면 돼요. 그리고 다시 선택한 지금의 이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면 되는 거예요. 한걸음 두 걸음 옮기는 길 위에서 누군가가 푸른 웃음을 지으며 손 흔들고 있는 모습을 아슴하게 보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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