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 "인간이 그나마 가능성 있는 분야"

알파고가 지난 23일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을 상대로 승을 거뒀다. [웹사이트 캡쳐]

[공감신문] 작년 이세돌 9단을 꺾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지난 23일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을 1국에서 눌렀다. 바둑계는 물론이고 알파고와 직접 대국을 펼쳤던 이세돌 9단 역시 '예상했던 결과'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는 커제 9단을 상대로 혁신적인 수 보다는 차분한 수로 서서히 대국을 지배해나갔다.

중국 우전 현지에서 직접 대국을 관전한 김성용 90단은 "올해 알파고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깔끔해졌다', '군더더기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이 흘렀다'이다"라는 평을 남겼다. 

아직 커제 9단과의 두 차례 대국이 남아있지만, 커제 9단이 알파고를 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알파고는 이번 행사에서 인간과 호흡을 맞추는 페어바둑, 여러 바둑기사와 대결을 펼치는 상담기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알파고는 한편 '단체바둑'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예정이다. 알파고는 오는 26일 구리 9단·렌샤오 8단과 페어바둑을, 스웨·천야오예·미위팅·탕웨이싱·저우루이양 9단과 상담기를 둔다. 

페어바둑은 '구리 9단·알파고' 팀과 '렌샤오 8단·알파고' 팀의 대결로 열리며, 바둑기사와 알파고가 번갈아 돌을 두면서 상대편과 싸우는 형식으로 치러지는 경기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씩이다.

상담기는 스웨·천야오예·미위팅·탕웨이싱·저우루이양 9단이 한 팀을 이뤄 알파고에 맞서는 방식이다. 상담기에 임하는 5명 모두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정상급 바둑기사다. 상담기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3회씩이다.

프로기사들은 26일 열리는 단체전이 그저 '이벤트성 대국'일 것이라 본다. 그러나 알파고가 이번에도 고정관념과 예상을 뛰어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이들은 팀으로 함께 바둑을 두면서 알파고의 창의력을 테스트하고, 알파고가 여러 사람의 각기 다른 바둑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라 기대를 내비쳤다. 단체전에서 알파고의 새롭고 혁신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한편, 바둑계는 페어바둑보다는 상담기에 더 주목하고 있다. 상담기는 인간이 그나마 알파고를 이길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는 예측이다. 

목진석 9단은 "상담기는 팀워크가 생명"이라면서, "5명의 기사 간 팀워크가 잘 맞을 경우 좋은 내용의 바둑이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뿐만아니라 커제 9단이 알파고와의 맞대결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데 비해, 상담기에 임하는 기사들은 커제 9단보다는 긴장을 덜 느껴 제 실력을 좀 더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목진석 9단은 "기량은 모두 출중하나 사공이 너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반면에 페어바둑은 파트너가 서로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가 핵심이다. 알파고가 인간과 호흡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다. 

목 9단은 "이번 1국에서 알파고는 작년보다 엄청나게 달라졌거나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대국은 오히려 인간이 알파고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승부보다는 내용에 더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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