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아시아 증시의 블랙먼데이(black Monday), 중국발 금융위기의 서막인가’ 지난 8월 24일자 한 일간지 기사의 제목이다. 당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9%까지 폭락했고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5% 급락했다. 우리나라 코스피도 장중 70포인트 넘게 내려앉았다. 이어 며칠간 전 세계 증시가 중국발 위기 가능성의 여파로 롤러코스트를 타다시피 했다. 일부에서는 2007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주부터는 국제 환율과 증시가 다소 안정세를 되찾는 분위기이다.
  물론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배경이지만 이번 중국발 쇼크의 불씨는 8월 중순 이틀 동안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했다. 그로 인해 아시아증시가 크게 내려앉았을 뿐 아니라 국제적 환율과 유가, 원자재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7%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경기둔화의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고육책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위안화의 IMF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위한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다. 그동안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중국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Watch 6월호에 따르면, 위안화는 올해 5월말 현재 세계 지급결제 통화의 2.2%를 차지하여 달러($, 45.0%), 유로화(€, 28.0%), 파운드(£, 7.9%), 엔화(¥, 2.6%)에 이어 세계 5대 지급결제통화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0.8%수준으로 세계 통화 중 13번째에 불과했던 2년 전에 비하면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이다. 또한 위안화로 결제하는 국가의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2014년 말 기준으로 189개 국가가 중국과 위안화 결제를 진행 중이다. “세계 2대 무역금융 통화, 5대 결제통화, 6대 외화거래 통화의 위상 정립”이라는 중국인민은행의 발표가 위안화의 국제화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앞서 언급했듯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중국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에 기인한다. 지난 2009년 위안화의 무역결제를 처음으로 허용한 이후, 2011년에는 무역결제와 직접투자의 지역과 대상을 전면적으로 개방함으로써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기본여건을 마련했다. 이어서 2012년 6월부터는 무역에 종사하는 모든 수출업체에 대해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위안화 무역결제가 지난 5년간 무려 480배나 급증했고, 직접투자도 2012년부터 3년간 6배가 되었다. 마침내 지난해 6월부터는 위안화 국제결제를 전면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위안화의 국제화를 공식화했다.
  최근에는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무리한 증시 개입이 이러한 위안화의 국제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중국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추진과 시장에서의 긍정적 반응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또한 외국인의 위안화 자산이 급증하여 투자통화 내지 보유통화로서의 입지도 확대돼 갈 것이다. 중국과 홍콩 및 대만과 같은 중화경제권과 아시아권에서의 중국 무역과 금융의 영향력이 우선적으로 확대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으로, 달러화와 유로화가 중심이 된 기존 국제금융시장과의 충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위안화의 국제화는 기존 무역체계와 국제금융시장의 변화가 필연적이며, 우리도 개별 기업과 금융기관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시장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중국의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진출할 경우 위안화투자에 관한 적합한 전략을 짜고 시행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한중간 금융과 통상 분야에서의 상호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가속되는 위안화의 국제화에 잘만 대비한다면 오히려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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