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독일 메르켈 총리와 친분 과시…'집단방위 서약' 침묵한 트럼프에 동맹국 '불안' 우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공감신문] 도널드 트럼프와 버락 오바마,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같은 날 유럽에 방문했다가 영향력을 비교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위해 벨기에를 찾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날 오바마 전 대통령도 근처 독일을 방문했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과 뉴욕타임스(NYT)는 우연하게 성사된 전·현직 대통령의  상징적 장면들을 해설하면서 유럽 내 영향력을 소개했다.

WP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독일에서 열린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그는 "이 도시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재임 내내 좋아한 파트너들이 옆에 앉아있다"며 독일과 메르켈 총리에 대한 우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렇게 각별한 감정을 표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마지막 공식 순방을 독일에서 마무리하며 메르켈 총리와 비공개 만찬을 했다.

두 정상은 당시 "민주주의를 당연히 여겨서는 안된다"는 공동성명을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오바마 전 대통령/ 연합뉴스=공감신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우리 자신을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 장벽 뒤에 숨을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 같은 발언으로 관중의 갈채를 받았다. 이 날 행사에는 시민이 대거 몰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유럽에서 누리는 인기를 보여줬다.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럽 국민의 77%가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으며 특히 독일에선 이 비율이 86%에 달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신뢰를 표현한 비율은 9%에 그쳤다.

한편 독일의 옆 국가 벨기에 브뤼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국가 정상들과 회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다르게 유럽에 대한 대립각을 세웠다. 실제로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나토를 "쓸모없다"고 몰아붙였고, 메르켈 총리의 이민 정책에 대해 "독일을 망친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방문 중 ‘영국 맨체스터 테러’ 관련 수사기밀 유출로 인해 영국이 분노하는 사태도 있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관계보다 우리가 더 소중히 여기는 관계는 없다"며 성명을 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첫 오찬도 두 정상이 이를 악물고 나눈 '강렬한' 악수 장면만 화제가 된 채로 끝났다.
나토 행사에서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전통인 집단방위에 대한 서약을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았다. 이에 동맹국들의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두 전·현직 대통령의 유럽 동시 방문이 개인 성향과 동맹과의 관계, 추구하는 가치 등에서 드러난 극명한 차이를 상기시킨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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